빅토르 위고 팬이라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도 봐야 하는 이유

이동인 기자(moveman@mk.co.kr) 2024. 3. 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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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가 노년 시절 쓴 ‘레미제라블’ 보다
젊은 시절 위고를 만날 수 있어
‘에스메랄다’란 운명에 빠진 파리

빅토르 위고는 젊은 30세에 노트르담 성당을 옆을 걷다 ‘운명’이란 단어를 만난다. 운명처럼. 그리고 쓴 작품이 소설 ‘노트르담 드 파리’다.

그의 여러 작품들이 수많은 다른 장르로 다시 각색됐지만 노년에 쓴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레미제라블’은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제작되어 전세계에 공연된다. 그런데 유독 영국에서 프랑스 소설 원작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든다.

비슷한 경험을 최근에도 한적이 있다. 한국에서 웹소설 ‘나혼자만 레벨업’의 지식재산권(IP)을 사 일본에서 애니메이션화된 작품을 보면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일본어로 얘기하는데 ‘김상’이 김씨로 번역되면 몰입이 안되는 그런 느낌과 유사하다.

2024 뮤지컬 ’콰지모도’ 역 (왼쪽 위부터)정성화, 양준모, 윤형렬 ‘에스메랄다’(오른쪽 아래부터) 유리아, 정유지, 솔라. 마스트인터내셔널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의 관계 때문에 이런 불평을 하기엔 뮤지컬 레미제라블은 이른바 세계 5대 뮤지컬이다. 그 완성도가 높으며 원작 자체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책이다.

레미제라블 뮤지컬 넘버들은 아름답거나 청아하거나 웅장하며 한번 보고 나면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며 위로 받고 정화되며 빠져들게 된다. 이른바 N차 관람으로 될 수 있는 한 많이 보고 다른 배우의 노래와 연기로 보고, 영화로도 보고, 이 사람과 같이 보고, 극장에서 또 보고 잘 못 알아들어도 영어로도, 자막이 있는 원작 공연으로도 봤다.

런던 현지에선 ‘틱스’라는 공연 전 할인이 있는 앱으로 사서 봤는데 중국 관람객들이 먹고 온 알싸한 마라향 때문에 현지인들이 나를 보는 것 같은 불안함 속에서 관람했는데도 이 위대한 작품을 내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보고 있다는 기쁨에 신경쓰이지도 부끄럽지도 않았다. 혼자 관람하고 거리에서 핫도그로 주린 배를 채우면서 차 끊긴 런던 거리를 저벅저벅 걸어와도 만족감에 배불러 호텔에 들어왔던 기억이 있다. 위고의 노년기에 쓴 레미제라블은 성경에 가까운 이야기이며 장발장은 사랑의 상징이다. 농익은 소설가의 농익은 서술은 뮤지컬에 담더라도 스토리 전개에 무리가 전혀 없는 편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1989년 위고의 나라 프랑스에서 초연한 블란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파리다운 뮤지컬이다. 프랑스에서 본 적은 없으니 한국 공연의 특징인지 원작에도 비슷한지는 확인 할 수 없었지만 스토리 전개 보단 화려한 퍼포먼스 매혹적인 춤 등으로 이야기를 따라 가기 보다 무대가 눈을 사로잡는다. 뭔가 거칠고 젊은 방황의 시절 같이 공감하기 힘든 캐릭터들이 여기 저기서 등장해 가끔은 저 남자는 또 왜 저렇게 사랑에 빠졌을까를 묻게 되는 그런 류의 뮤지컬이다.

프랑스 빅토르 위고 생가. 이동인 기자
많은 남자들의 사랑을 한번에 받는 ‘에스메랄다’를 이해 할 수 없지만 스페인 안달루시아 출신이란 집시 여인 때문에 온 동네가 사랑에 빠져드는 건 뭔가 다행히 영국적이지 않고 프랑스적이다.

결말도 에스메랄다의 교수형으로 휘몰아 간다. 한곡의 넘버가 너무 강렬해 다른 넘버를 압도하며 심지어 커튼콜 이후 한국적인 ‘떼창’까지 배우가 유도할 만큼 아름다운 넘버 ‘대성당들의 시대’가 이 모든 것을 덮긴 한다. 왜냐하면 그 만큼 매력적인 곡이다.

모든 배역 중엔 에스메랄다가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뮤지컬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위해선 그럴만한 주인공의 싱크로율과 안무, 노래, 미모, 연기가 모두가 집중도를 좌우할 만큼.

지난 21일 공연에선 아이돌 출신 정유지 배우가 에스메랄다 역을 맡았다. 다른 시즌에서도 에스메랄다를 연기한 적이 있어 이번이 두번째 맡는 역할이다. 이 배우가 최근 창작 뮤지컬 ‘시스터즈’의 공연에서 일인다역을 소화하는 열연을 펼쳤는데 이 공연에선 의상 딱 두벌 정도면 극이 끝난다.

옷 갈아 입을 시간도 없을 만큼 여주인공의 배역이 비중있고 노래도 계속 불러야 하는 송스루 뮤지컬이다. 전반적으로 여주인공을 빼고 얘기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진 캐릭터들의 혼돈의 드라마다. 콰지모드를 비롯한 많은 남자들의 에스메랄다와 사랑에 빠지고 관객이 공감하고 같이 빠져 들어야 하는 스타일의 뮤지컬이다.

하지만 ‘파리’는 늘 그리 이성적인 도시는 아니지 않는가. 물론 관객도 원작 스토리에 몰입해 하얀 피부의 한국 집시 여인 때문에 스토리에 더 몰입할 수 없다면 지난해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집시 피부색을 너무 많이 보고 온 내 개인적 경험이 강하게 작용했으리라.

‘대성당들의 시대’라는 음율과 가사에 빠지거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약간 위험한 사랑을 꿈꾸고 있다면 ‘쏙’ 빠져들기에 좋은 뮤지컬이다. 그 시절 위고는 ‘운명’을 믿었고 우린 늘 ‘이성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파리에다 노트르담 성당이 그 배경이라면 말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2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며, 이후에는 부산(3/29~4/7)과 대구(4/12~21)를 거쳐 경기도 이천(4/26~28)에서 지방공연을 펼친다. 혼돈의 시대, 인간다움은 무엇인가. 파리와 운명을 믿는다면 볼만한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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