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물권 단체 '카라', 정작 활동가들엔 ‘부당노동행위’ 논란
“과반노조지만 조합원들 숨어들어…
동료 지키는 노조 될 것”
동물권 시민단체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들이 카라 전진경 대표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노동조합이 없던 카라에 노조를 만들자 전 대표가 억지스러운 이유를 들어 노조 간부급인 활동가 둘에게 징계를 내렸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업무가 많은 시민단체에서 노조 활동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데다 규모가 작은 단체일수록 노조가 유지되기 힘들어 출범했어도 대부분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실정이다.
22일 카라 노조 측에 따르면 노조 간부를 맡고 있는 김나연 활동가와 최민경 활동가는 지난달 2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동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노조 회계감사를 맡은 김 활동가와 사무장인 최민경 활동가는 지난해 12월8일부터 무급정직 3개월 징계처분을 받은 뒤 지난 8일 업무에 복귀했다. 무급정직 3개월은 해고 다음으로 가장 높은 징계 수준이다.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6일 두 활동가에게 각각 지시불이행과 품위 유지 의무 위반, 업무 태만 등 20여가지 이유를 들어 정직 3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 캠페인전략팀장이던 김 활동가에게는 계약서 작성 오류로 단체 공신력 저하, 광고 진행비 무단 승인, 활동가 간 불신 조장, 조직문화 저해 행위 등을 문제로 꼽았다.
이 같은 지적에 활동가들은 소명자료를 제출했으나 징계 수위는 바뀌지 않았다. 김 활동가는 사전 논의와 지시 없이 자의적으로 진행한 업무는 없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등 건강상 문제로 제대로 출근하지 못한 때는 있으나 인신공격, 성희롱 등 다수에게 불쾌감을 유발할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각종 업무 지시를 받은 메신저 대화 내용이나 참고문서를 첨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 활동가 역시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활동가는 “발언, 업무 지연, 문서 실수로 인한 회사 손실 등이 징계사유로 지적됐는데 이런 피해를 끼친 적이 없다”며 “이런 사유들이 정직 3개월에 합당한지도 모르겠고 객관적 근거 없이 표적인 사람에 관한 내용을 모아서 징계를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징계를 받은 진짜 이유는 노조 설립에 있다는 것이 두 활동가의 생각이다. 두 활동가와 고현선 활동가까지 셋이 주축이 돼 카라 노조는 지난해 8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카라지회로 출범했다.
설립 3개월 뒤인 11월10일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하자 전 대표는 3일 뒤 두 활동가에게 업무 태만 등의 사유로 징계통보서를 보냈다. 인사위원회는 열렸지만 소명할 기회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12월6일 징계처분이 확정됐고 12월8일부터 둘은 업무에서 배제됐다.
두 활동가는 징계처분을 받은 뒤로 현업은 못해도 노조 활동은 이어갔는데 사측은 계속해서 비협조적으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구제신청 이유서를 보면 노조는 지난해 12월21일 1차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12월28일로 날을 한 번 미룬 뒤 지난 1월4일로 또 한 차례 미뤘다.
지난 1월15일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카라노조 팩트체크’ 계정이 만들어졌는데 ‘카라 활동가만 모르는 노조들이 민주노총을 탈퇴하는 이유’나 ‘민주노총 카라 지회에 가입했다는 활동가들의 공통적인 9가지 특징’ 같은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카라 사측은 이런 계정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고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판례로도 표면적인 징계 사유가 있더라도 정황상 노조 활동으로 인한 불이익으로 추정된다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은 2008년 선고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징계·해고 등 불이익처분을 함에 있어서 표면상의 징계처분 사유와 달리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노조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징계처분을 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정한 부당노동행위의 하나”라고 판시했다.
◆“카라 노조를 선례로 남고 싶어”
전 대표는 “노조 활동과 징계가 묶여선 안 된다”며 “카라는 상생하고 발전하기 위해 정당한 노조 활동에 열려있는 단체”라고 말했다. ‘표적 징계’가 아니란 것이다.
시민단체 중 노조가 있는 곳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외적으로 노조가 있다고 알려진 단체는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다른 동물권 단체인 케어는 2019년 노조를 설립했으나 현재는 유명무실해졌고 동물자유연대 역시 노조가 있었으나 현재는 와해된 상태로 전해졌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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