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PICK!] 한국산은 ‘프리미엄’?…베트남의 한류는 ‘현재진행형’

이문수 기자 2024. 3. 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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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베트남 한달살이 AtoZ] (5) 베트남의 한류 열풍
한류 견인하는 ‘K-팝’과 ‘K-뷰티’
박항서 전 감독은 스포츠 한류 선봉
한국차·일본차 업계간 전쟁도 점입가경

‘점점 가까워지는 나라’
바로 베트남 이야기다. 베트남은 비행 시간이 길지 않고 물가도 저렴하다. 한류 열풍이 여전해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도 우호적이다. 이런 이유로 단기 여행은 물론 한달 이상 장기 체류를 위해 베트남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기자 역시 최근 1년새 여행과 취재를 목적으로 여러 차례 베트남을 찾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방문하고 싶은 나라의 문화와 역사, 현지 분위기, 생활상 등을 미리 공부해두면  여행의 깊이가 달라질 터! 2024년 달력을 보며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길라잡이가 될 ‘도전! 베트남 한달살이 A to Z’를 연재한다. 

베트남에 부는 한류는 현재진행형이다. 공산권 국가임에도 냉전 이후 1992년 한국과 다시 수교하면서 30년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데다 한국 문화를 발빠르게 수용하는 젊은층이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이곳에서 한달살기에 도전해본다면 한국 문화가 얼마나 베트남에 잘 스며들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케이뷰티(K-BEAUTY·한국산 화장품)과 케이팝(K-POP·한국 노래)이 이끈 한류는 자동차, 식음료계 물론 축구에까지 확산하고 있다.  

한국음식을 판매하는 베트남 하노이의 한 식당.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분식을 뷔페식처럼 선보인 것이 이색적이다.

◆K-팝, K-뷰티 그리고 박항서=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베트남 대도시 곳곳을 누비다 보면 백범일지 ‘나의 소원’에 담긴 김구 선생의 말을 절감하게 된다. 베트남인의 삶에 녹아든 한국 문화를 접한 사람은 저절로 애국심이 샘솟는다. 

베트남의 한류는 케이팝과 케이뷰티가 견인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가수와 노래를 사랑하는 팬층이 두텁게 형성됐고, 한국 가수들이 바르고, 입고, 마시고, 사용하는 것들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렸다. 

기자가 탄 택시에서도 2010년대 한국 노래가 흘러나왔다. 택시 기사는 “가사는 잘 모르지만 섬세하고 세련된 멜로디가 마음을 움직인다”며 무한 반복해서 듣는다고 했다. 

베트남 사람의 음악 사랑은 남다르다. 인구의 75%가 매일 음악을 청취할 정도로 음원시장 규모도 크다. 베트남 사람들이 월 평균 9달러 이상의 돈을 케이팝을 듣는데 쓴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우리 노래의 리메이크(원곡을 재해석해 다시 부르는 방식)도 활발하다. 김범수의 ‘보고싶다’, 안재욱의 ‘포레버’, 구창모의 ‘희나리’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오아시스’ 등이 베트남 가수의 목소리를 타며 전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마트에 진열된 한국산 화장품. ‘반드시 사야할 제품(Must-Have)’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케이뷰티 열기도 식을 줄 모른다. 하노이의 대형마트 핵심 매대엔 한국 화장품 코너가 자리 잡았다. 소위 ‘돈 있는’ 베트남 사람들은 중국산은 쳐다 보지도 않고 한국산 화장품을 꾸준히 구매한단다. 

한류는 베트남 축구장에서도 분다. ‘쌀딩크(베트남 주식 쌀과 히딩크 감독의 합성어)’라는 별칭이 붙은 박항서 전 감독이 선봉장이다. 그는 베트남 축구팀을 이끌고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4강에 진출했고, 10년만에 스즈키컵도 들어올리며 ‘국민 감독’으로 급부상했다. 

박항서 감독 덕분일까. 한때 한국 축구를 주름잡았던 김판곤은 말레이시아, 신태용은 인도네시아 감독에 선임되면서 ‘베트남의 축구 한류’가 동남아 전역으로 뻗어나가는 모양새다.

베트남 하노이의 한 마트에서 판매하는 국산 라면. ‘짜파구리’라는 이름을 달고 팔리고 있다.

◆프리미엄 대접 받는 한국산과 한국문화=베트남에서 ‘한국’이란 수식어가 붙으면 ‘프리미엄’ 대접을 받는다. 1980년대 우리나라에서 일제(일본 제품) 밥솥·보온병·카메라 등을 최고로 치던 분위기가 연상된다.

하노이의 대형마트만 가도 ‘한국 프리미엄’을 감지할 수 있다. 눈에 잘 띄는 매대마다 한국산 김치·과일·과자·라면·주류가 즐비하다. 한국과 견줘 베트남의 소득수준이  낮은데도 가격대는 상당히 비싸다. 상류층을 중심으로 한국산을 사려는 수요가 많다는 얘기다. 

마트에 들른 한 여대생도 비슷한 얘기를 꺼낸다. 

“보통 교수님 같은 윗사람들에게 선물할 때 주로 한국산을 고려해요. 다소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품질은 믿을 만하고, 받는 이들도 만족해하거든요. 오늘은 선물용으로 한국 진주에서 건너왔다는 딸기를 사볼까 합니다.”

한국의 외식문화도 빠르게 안착했다. 한류 열풍에 매료된 젊은층과 상류층을 잡으려 국내 업계의 진출도 이어진다. 베트남 하노이에 고깃집을 연 한 외식업체 대표는 “단순히 밥을 먹는 장소를 넘어 한국문화를 향유하도록 인테리어를 했다”면서 “한국식 식음료를 제공하는 식당은 ‘고급스럽다’는 인식이 있어 가족 기념일 등에 예약을 하고 오는 손님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국내 완성차의 베트남 수출이 활발하다. 국내 대표 패밀리카가 ‘커스틴’이라는 낯선 브랜드를 달고 베트남 하노이 거리를 누비는 모습이 생경하다.

베트남 시장을 놓고 벌이는 한국과 일본 완성차 업체 간 전쟁도 점입가경이다. 동남아시아 국가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가 도로에 일본 브랜드 자동차가 많다는 것이다. 

베트남도 예외는 아니다. 일본 완성차 업계가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탓인지 두대 중 한대꼴로 일본차가 지나간다. 하지만 이런 일본차의 아성이 조금씩 흔들린다. 

베트남자동차제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지 완성차 판매 순위에서 현대차가 6만7450대로 1위에 올라섰다. 기아차는 4만773대를 팔아 3위를 기록했다. 일본의 도요타는 5만7414대로 2위, 마쓰다는 3만5632대로 5위에 그쳤다. 한국 업체들이 ‘엑센트’와 같은 준중형 차량의 마케팅에 집중하고, 사후관리(AS) 인프라를 확충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도로에서 현대차·기아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특히 낯익은 국산 준중형 차량의 택시가 많다. 

베트남자동차제조업협회 관계자는 “현대차가 2017년 베트남에 진출해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무서운 속도로 일본차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면서 “베트남 정부가 환경오염을 이유로 오토바이 규제 정책을 내놓은 만큼 한국 완성차 업체의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 임루시아 ACE KV Company 대표 파트너에게 듣는다 - 베트남에 부는 한류, 어떻게 활용할까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의 맛’에도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 국내 외식업계가 베트남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실제 베트남 곳곳을 누비며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업가가 체감하는 한류 열풍은 어떨까. 한국식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ACE KV Company’의 임루시아 대표 파트너로부터 ‘베트남에 부는 한류’에 대해 들어봤다.  

Q. 베트남에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A. 한국의 ‘더스노우’라는 회사와 협업해 팥빙수를 대표 메뉴로 한 한국식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하노이에 1호점을 열었고, 올해 5월엔 하노이 최대 관광 중심지인 호안끼엠에 2호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베트남 수출을 원하는 한국 농식품 가공업체가 있으면 유통·판매 자문을 해주거나 제품 전시, 메뉴 개발을 도와주기도 한다. 또 베트남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외식업체를 키워주는 인큐베이팅 사업도 벌인다. 

Q. 베트남의 한류 열풍이 여전히 거세다. 이런 분위기가 사업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A. 한국 제품, 한국문화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신뢰가 상당히 높다. 특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체’라는 사실만으로도 베트남 사람들이 좋아한다. 식당을 예로 들면 한국인 사장이 있는 식당은 위생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좋은 식재료를 쓸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Q. 한국 음식이 정말로 인기가 많은가?

A. 베트남인은 한끼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뷔페를 좋아한다. 뷔페 식당에서 꼭 빠지지 않는 것이 김치다. 현지 전통시장에서는 직접 만든 김치를 파는 곳도 있다. 김치를 작은 컵에 담아 500원 정도 가격으로 파는 식이다. 

한류는 길거리 음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학가에서는 한국식 떡볶이가 불티나게 팔린다. 마트에서 떡볶이 소스를 사서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젊은층까지 생겼다. 

Q. 이밖에 한류를 체감한 경험이 있다면?

A. 젊은 친구들은 한국의 노래, 드라마를 정말 좋아한다. 한국 아이돌 열혈팬을 만난 적도 있다. 2000원이 채 되지 않는 시급을 꼬박꼬박 모아 5만5000원 정도 하는 아이돌 기념품을 사는 모습을 보며 한류의 힘을 실감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베트남 인플루언서들은 앞다퉈 한국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아기 용품 등을 홍보한다. 현지 피부과, 성형외과, 스파 등에서는 ‘한국 제품만을 사용한다, 한국에서 기술을 배워왔다’는 등의 문구를 써가며 광고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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