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PICK!] 한그릇에 영양 가득…원볼·원디시 푸드가 뜬다

김소영 2024. 3. 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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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 트렌드 톡톡] ‘한그릇음식’
급식문화 첫세대 MZ세대의 등장
외식업에서 한식의 퇴조·퓨전화 바람
생존→자아실현 중시로 개인취향 진화
유기농·무글루텐·Non-GMO 등도 관심
비빔밥·치킨라이스볼 등 HMR·즉석밥 성장가도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먹거리가 등장해 입맛을 사로잡는다. 유통 전문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급변하는 농식품 트렌드를 짚어보고, 농식품 유통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한그릇에 연어, 달걀, 각종 채소 등을 담고 있는 원볼 샐러드. 서울 종로구 신선식탁

간편하지만 한그릇에 영양을 담고 있는 원볼(One-bowl)·원디시(One-dish) 푸드가 뜨고 있다. 원볼·원디시 푸드는 한그릇 음식을 말한다. 쉽게 말해 전주비빔밥·포항물회 등을 생각하면 된다. 

본래 한국의 밥상은 한정식·백반이었다. 백반은 밥·국에 반찬 네댓 개가 갖춰진 음식이었으나 최근 원볼·원디쉬 푸드의 성장으로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는 식생활 변화와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 트렌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는 음식의 가치, 즉 건강과 기능성 그리고 맛에 대한 만족을 원볼·원디시 푸드에서도 충분히 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번거로운 상차림 대신...‘한그릇에’

학창 시절 점심시간이 되면 책상을 붙여 놓고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먹었다. 소시지와 장조림은 순식간에 사라지기 마련이었다. 밥을 늦게 먹으면 천상 장아찌와 김치로 남은 밥을 먹게 된다. 이런 도시락 문화는 학교급식이 본격화되던 1990년대 중반부터 사라졌다.

학교 급식은 나오는 반찬이 동일하다. 나눠 먹을 필요도 없고 부족하면 더 받아 먹으면 된다. 이러한 급식문화의 첫 세대는 지금의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바로 MZ세대다. 이들 MZ세대는 간단하게 혼자 먹는 밥에도 익숙하다. 특히 식품 소비에서도 편의성을 찾다 보니 원볼·원디시 푸드로 자연스레 옮겨지고 있는 것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한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최근 한국인의 밥상에서 반찬이 사라지고 있다”며 “간편식 위주로 먹으면서 예전처럼 이것저것 반찬을 차려놓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개개인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한식이 원디쉬·원볼 푸드로 변해가고 있으며 어제의 한식과 오늘의 한식이 다르고 내일의 한식은 또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10년새 한식당의 퇴조…식생활 변화 원인

이 같은 원볼·원디시 푸드 트렌드는 외식업에도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

한국의 밥상을 대표하는 외식은 뭐니 뭐니 해도 한정식과 백반이었다. 한정식은 격식을 갖춘 고급 이미지를 갖고 있고, 백반은 서민적이고 단순한 밥상 이미지를 갖고 있다. 상차림 규모·가격대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만 정식과 백반을 구분하는 정확한 기준은 없다.

통틀어 ‘한식당’으로 불리는 외식업은 일식과 중식·서양식 등의 대규모 분류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오랫동안 1·2순위에 올라 있었지만 최근 10년 동안 급격히 규모가 축소되는 형국이다.

식생활 변화로 한식당이 사라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유명 한식당이 폐업한 모습. 더바이어

이에 대한 요인으로 식생활의 변화와 다양한 외식 상품의 등장이 꼽힌다. 외식은 이제 한식·중식·일식·양식 대분류가 무색할 만큼 복합적이고 퓨전화되고 있다. 

특히 가정간편식(HMR)이 대체 음식으로 급성장하면서 상차림 문화가 퇴조하고 있다. 또 경제 불황과 저성장 시대의 후폭풍을 꼽을 수 있다. 

물가 상승과 식재료 가격 고공행진이 한식당들에 직격탄을 때렸다. 코로나19 이후 살아나던 외식업이 고물가 폭탄을 맞아 내림세를 탔는데, 반찬 가짓수가 많은 한식당의 식재료 구매 부담이 가중되면서 문을 닫는 업소가 속출한 것이다. 이를 대신해 등장한 식품이 바로 원볼·원디시 푸드인 것으로 풀이된다.

 원볼푸드 등 HMR 상품개발…자아실현 욕구 충족

소비자는 가격과 같은 기본적인 고려 사항을 넘어 개인의 취향을 고려해 구매하고 있다. 이는 식품업체들의 상품 개발 측면에서도 중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바로 세분화한 개개인의 취향에 맞춰 자아실현 충족에 트렌드가 맞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윤 쓱닷컴 HMR·델리팀장에 따르면 기존 식품 소비는 단순히 생리·생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단계로 넘어서는 안전에 대한 욕구가 강했다. 3단계는 회사·브랜드 등에 대한 소속과 애정에 대한 욕구에 맞춘 소비 트렌드를 보였다면, 4단계는 소비에 있어 명예·권력 등 존경의 욕구를 충족시켜 나갔고 현재는 바로 자아실현 욕구에 이르렀다.

미국 냉동식품 업체인 콘아그라의 카페스티머 제품은 원볼푸드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다. 콘아그라푸즈
미국 홀푸드마켓인 트레이더조에서 판매 중인 원볼푸드의 대표 메뉴 비빔밥. 더바이어

이는 개별 품목에 있어 즉석밥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고 상온 식품에서도 라면 판매율 증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온라인 시장에서도 단순한 컵라면이 다른 제조사의 봉지라면보다 판매율이 높았다. 

한가지 볼(Bowl) 형태에 대한 니즈(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즉석 덮밥류와 파스타·리조또 등의 다양한 제품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원 밀 볼(One meal bowl) 제품으로는 콘아그라의 파워볼, CJ의 치킨 라이스볼, 트레이더조의 비빔밥, 스타우퍼의 치킨엔칠라다 등이 해당한다.

한가지 제품에 복합적인 트렌드 반영

한가지 제품에 복합적인 트렌드가 반영된 원볼·원디시 푸드의 판매율이 상승하고 있다.

최근에는 원볼·원디쉬 푸드의 식재료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육류는 무항생제, 목초비육, 동물복지 등이 적용된 식재료를 찾고 있다. 곡물은 유기농(오가닉), 무글루텐(글루텐프리), 유전자재조합 무첨가(Non-GMO) 등이 해당된다. 

소스류 또한 인공색소와 보존료 등이 첨가되지 않고 저염·저당이 고려된 상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는 건강·프리미엄 등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피코크 의정부 부대찌개. 신세계푸드
피코크 의정부 부대찌개 구성물. 신세계푸드

김상윤 팀장은 “쓱닷컴의 2023년 하반기 매출 데이터를 살펴보면 2000~3000개 냉장·냉동 제품 중 ‘피코크 의정부 부대찌개’ 매출이 가장 높았다”며 “냉장 보관을 요하는 밀키트 제품으로 특정 지역의 유명 음식을 제품화했고 특히 면·소스·채소·햄 등 7가지 다양한 구성품으로 다수의 맛, 브랜드, 개발 콘셉트가 모두 존재하는 등 복합적인 트렌드가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신재호 더바이어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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