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DMZ 수습 유물…근현대 보물 창고

KBS 2024. 3. 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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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 DMZ의 길이는 248km에 이릅니다.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이곳은 전쟁과 분단이 남긴 미지의 땅으로 여겨지는데요.

다양한 생태자원은 물론 보존 가치가 높은 역사 유물도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군사 대치 상황 속에서 발굴은커녕 기초 조사조차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던 DMZ에서 지난 2000년, 경의선 철도와 도로가 복원되는 과정 중 유물들이 출토됐는데 최근 이 유물들에 대한 보존 처리와 학술 작업이 끝났습니다.

당국이 수장고에 있는 유물을 저희 남북의 창을 통해 처음 공개하게 됐는데, 김옥영 리포터가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이 묵직한 철제 부품은 공기를 조절해 차량을 제동하는 장치인 '삼동변'입니다.

일본 기업이 1940년대에 생산한 제품으로 발굴 지역에 열차가 운행한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신민경/파주시청 학예연구사 : "미쓰비시사에서 제작된 '삼동변'이고요. 오늘 최초로 공개하는 자료입니다."]

이 재떨이에는 '조선운송'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조선운송사는 1930년 세워진 운송업체인데요.

전투의 흔적이 담긴 포탄과 탄피까지, 파주에서 최초로 발굴한 근현대 유물들입니다.

모두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지역에서 출토됐는데요.

통제구역 안에 자리한 통일촌 마을박물관에선 유물의 일부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민태승/통일촌 마을박물관장 : "(이것들은 다 이 지역에서 나온 건가요?) 네. 이 지역에서 나왔는데 이건 철조망 갖다 놓은 거고 이것도 지뢰의 일종이고."]

유물은 이곳 주민들도 접근할 수 없는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발굴됐는데요.

지난 2000년 경의선 철도와 도로가 복원되는 과정에서 출토됐습니다.

[민태승/통일촌 마을박물관장 : "여기 넘어가면 자유의 다리가 있어요. 거기서부터 개성까지 쭉 연결되는 게 경의선이에요."]

군내면 백연리부터 장단면 동장리까지.

1.8km 구간에서 유물 2,300점을 찾아냈고, 최근엔 보존처리와 학술연구 작업이 마무리됐습니다.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복원하면서 수습된 유물은 2,300점에 달합니다.

오랜 세월 땅 속 깊이 있던 유물들은 대다수가 녹슬거나 부서진 상태였다고 하는데요.

이 유물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걸까요?

유물의 보존처리와 학술연구가 진행된 연구원입니다.

[박성우/한백문화재연구원 연구원 : "여기는 보존과학실과 유물관리팀이 있는 곳입니다."]

보존처리란 문화재를 원형에 가깝게 복구하는 과정을 일컫습니다.

이곳에선 유물의 성분을 분석한 뒤, 이물질 제거, 약품처리, 그리고 깨진 부분을 이어 붙이는 등 형태를 복원하는 작업이 진행됐는데요.

출토 직후 비무장지대, DMZ의 유물 상태는 어땠을까요.

[박성우/한백문화재연구원 연구원 : "(유물은) 녹이 슬거나, 땅에 있었던 것이기 때문에 토양 이물질들이 고착되니까 딱딱하게 붙어 있어서 같이 출토된 경우가 많았고요."]

발굴 지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뢰 폭발로 유물이 손상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박성우/한백문화재연구원 연구원 : "(DMZ를) 그냥 들어갈 수 없으니까 있던 지뢰들을 일부러 터트렸어요. 지뢰가 터지면서 그 충격에 의해서 찌그러진 유물도 있고..."]

2,300점의 유물은 각각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일 년에 걸친 보존처리 과정을 거쳤는데요.

켜켜이 쌓인 세월을 걷어 낸 유물에선 시대를 추정할 수 있는 연도나 글자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박성우/한백문화재연구원 연구원 : 박격포탄 같은 경우인데 처리를 하다 보면 뒤에 이렇게 글자들이 나와요. 제작 연도나 제품의 특징 같은 거를 뒤에다가 적어놓은 거죠. 언제 만들어졌고 어디서 쓰였는지 알 수 있거든요. 연도가 나오니까 (시대를) 연계할 수 있죠."]

유물이 보관된 장소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고려시대 행궁터인 혜음원지에, 수장고가 마련돼 있었는데요.

[신민경/파주시청 학예연구사 : "이 DMZ 출토 유물은 파주가 소장하고 있는 유일한 근현대 유물이고요, 그리고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최다 DMZ 유물입니다."]

오랜 세월 비무장지대에 묻혀 있던 유물들은 이제 이 지역의 역사를 말해주는 자료가 되고 있습니다.

이 유물들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간직하고 있을까요.

DMZ에선 상당수의 군사 유물과 함께, 전쟁 전 생활상을 짐작게 하는 유물들이 발굴됐습니다.

이를 통해 파주의 근현대사를 엿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신민경/파주시청 학예연구사 : "약 1,800여 점이 군사 유물이고요. 나머지 230여 점의 철도 관련 유물 그리고 270여 점의 생활 관련 유물 이렇게 구성이 되는데요. 지역과 시기를 명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물 가운데 하나인 '아리사카 38식 소총'입니다.

탄환이 지나가는 총열 부분만 남아있지만,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유물이라고 합니다.

[신민경/파주시청 학예연구사 : "출토 유물 중에 한국전쟁 이전 시기의 유물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1905년도에 일본에서 제작이 됐고 독립군이 일본군으로부터 노획해서 사용했고 한국전쟁 때도 사용됐던 기록이 있습니다."]

장단지역에 전기가 도입된 흔적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송전선로의 전선을 지지하는 부품인 고압애자가 그 증거라고 합니다.

[신민경/파주시청 학예사 : "1937년에 일본이 자원 수탈을 위해서 송전선로를 건설하고 그로 인해서 근대 시설에 전기가 도입되는 그런 역사적인 사실을 증언하고 있는 유물로 큰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이후 전쟁이 발발하자, 파주는 격전지가 되었습니다.

6.25 전쟁 때 처음 쓰인 M15 대전차지뢰의 사용법이 적힌 안내판.

살상 무기의 섬뜩함이 묻어나는데요.

[신민경/파주시청 학예사 : "(지금 보이는 단어로는 '리무브 프레셔 플레이트(remove pressure plate)'라고 뭘 누르고 있는 걸 빼라는 사용 방법인 거죠?) 이 대전차지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설명하는 설명문인데요. 순서대로 뭘 빼고 그런 식으로 설명문이 되어 있습니다."]

전쟁은 번화했던 마을을 한순간에 무너트렸다고 합니다.

차량제동장치 부품인 '삼동변'과 철도를 고정하는 데 쓰인 '개못'을 통해 전쟁 직전 장단지역의 모습을 추측해 볼 수 있는데요.

[신민경/파주시청 학예사 : "10개 면으로 이뤄진 큰 도시였는데 한국전쟁 이전까지는 굉장히 물자도 풍부한 그 도시가 전쟁으로 통째로 사라진 거예요."]

30여 년 동안 국내 문화재를 연구한 서영일 원장은 DMZ 유물이 전쟁으로 희비가 엇갈린 우리 역사를 증언해 준다고 말합니다.

[서영일/한백문화재연구원장 : "서로 교류, 화합하면서 연결되던 생활의 모습이 있는가 하면 전쟁의 흔적들이 또 유물로 남아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고 통일된 국가를 이루는 그 목표가 이 유물을 통해서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경의선 열차는 전쟁으로 멈춰 섰지만, DMZ의 역사는 유물을 통해 기억될 텐데요.

[김경일/파주시장 : "DMZ 출토 유물에 대한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그동안 수집한 비무장 관련 기록물 자료와 함께 교육 및 전시자료로 시민들에게 돌려드릴 계획입니다."]

열차가 언젠가 다시 남북을 잇는 이 길을 달려, 우리 역사를 품고 있는 DMZ를 통과하는 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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