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오타니 아닌 숲이 운동장을 채운다면[황덕현의 기후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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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한국과 태국 국가대표팀 그리고 팬들이 떠난 운동장에는 관리자만 남았다.
그렇지만 열정적인 경기만큼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무엇'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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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축구장 채워…기후변화에 숲이 그리운 장소 될 수도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한 주 내내 이목을 끄는 체육 행사가 많았다. 20일에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가 열렸고, 21일엔 아시안컵 이후 첫 남자 축구 국가대표 경기가 치러졌다. '9000억 원의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와 '캡틴' 손흥민의 경기력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흥분에 서울이 들썩였다.
그러나 선수들이 머물기 전과 경기 후의 운동장은 고요했을 것이다. 운동장은 경기를 위한 공간이지만 흥분은 빠르게 사라지기 때문이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한국과 태국 국가대표팀 그리고 팬들이 떠난 운동장에는 관리자만 남았다.
경기가 없는 운동장을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을까. 2019년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의 뵈르테제 축구 경기장에서는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설치작가 클라우스 리트만의 작품 '숲을 위하여, 자연의 끝없는 매력'(FOR FOREST - The Unending Attraction of Nature)이다.
설치작가 클라우스 리트만은 스위스 환경 예술가 막스 파인트너의 스케치에서 영감을 받아 축구 경기장에 유럽 전역에서 구한 자생종 약 300그루를 심었다. 오직 '인간을 위한 공간'인 운동장을 '자연 공간'으로 회귀시킨 것이다.
이 경기장은 오스트리아 1부 리그 분데스리가의 'SK 아우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홈구장이다. 약 2달 동안 진행된 전시에서 관람객은 열정적인 선수가 아닌 고요한 숲을 감상했다.
클라우스 리트만은 이 전시를 통해 기후변화에 따라 자연도 쉽게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아울러 자연을 중심으로 하는 미래를 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숲이 '그리움의 장소'가 될 수 있다며 "잃기 전에 잘 가꾸자"라고도 했다.
작가는 2달의 전시 뒤엔 이 나무들을 인근 숲에 옮겨 심었다.
한국에선 쉽지 않을 것이다. 고척 스카이돔에선 한국 프로야구(KBO) 키움 히어로즈의 홈경기가,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한국 프로축구 FC서울의 경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열정적인 경기만큼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도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무엇'이 있으면 좋겠다. 서서히 덮치고 있는 위기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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