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칼럼]기후위기 시대, 기상청의 무한도전은 계속된다

유희동 기상청장 2024. 3. 23.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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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은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여러 가지 에피소드 중 2010년 12월 18일에 방영된 ‘나비효과’ 편은 시청자들에게 지구온난화의 심각성과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의 기후행동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웃음과 함께 전달하였다.

방송 내용을 살펴보면, 무한도전 멤버들이 각각 몰디브 리조트와 북극 얼음호텔로 꾸며진 방에서 휴식을 즐기는 가운데, 1층 몰디브 방 멤버들이 에어컨을 켜자 갑자기 2층 북극 얼음호텔에 설치된 실외기가 작동되면서 얼음호텔의 얼음이 서서히 녹기 시작한다. 그리고 2층에서 녹은 얼음물이 1층 몰디브 리조트로 흘러가면서 멤버들 사이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해당 방송은 우리가 일상에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에너지 과소비 행동들이 탄소배출과 지구온난화로 이어지고, 결국 해수면이 상승하여 몰디브와 같은 섬나라가 수몰 위기에 처한다는 기후변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소 무거운 주제일 수 있는 지구온난화를 친근하고 편안한 예능으로 표현하여, 당시 시청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은 것으로 기억된다.

온천천에 비가 내리는 모습. 국제신문DB


기후변화의 경고를 웃음과 재미로 풀어낸 무한도전은 막을 내렸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곧 기후위기라는 사실이 익숙해진 지금, 우리는 폭염이나 폭우 등의 이상기후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웃음기 없이 무한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 2023년은 관측 이래 역대 가장 더운 해를 기록하면서, 기후위기 시대를 맞이했음을 더욱더 실감한 해였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났고, 폭우와 홍수, 폭설 등 기상이변의 규모가 이전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전국 곳곳에 이상기후가 나타났다. 관측 이래 처음으로 한반도를 남에서 북으로 관통한 제6호 태풍 ‘카눈’을 경험하였으며, 남부지방은 극심한 가뭄이 끝나기 무섭게 장마철에는 712.3mm라는 역대 가장 많은 비가 내리며 연이어 홍수가 발생하였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유례없는 이상기후가 앞으로도 지속해서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고조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전 지구적 환경 이슈를 다룬 1972년 스톡홀름 회의를 시작으로, 1997년에는 교토의정서를 채택하며 선진국의 온실감축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어서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는 산업화(1850~1900년) 이전과 비교하여 지구 평균온도를 2℃ 이하로 유지하고 온도 상승 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줄일 것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2018년 우리나라 송도에서 개최된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195개 회원국 만장일치로 승인되었다. 이렇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기상청은 과학적 기반의 기후변화 감시와 예측정보를 바탕으로 국가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지원함으로써 기후위기 시대에 기상청의 역할이 점점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기상청은 정책목표를 ‘일상으로 다가온 기후위기,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로 정하고,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도전 과제에 맞서 기상재해로부터 우리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작년 10월에 관측망 구성부터 기후·기후변화 예측정보의 생산 및 관계부처 간 자료 공동활용 등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를 꼼꼼하게 감시하기 위해 제정된 「기후·기후변화 감시 및 예측 등에 관한 법률」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위법령 제정 및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한, 과거부터 미래까지의 기후변화 추세와 미래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 기반의 기후변화 상황지도 개발로, 누구나 자신이 생활하는 동네의 기후변화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현세대뿐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갈 미래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기후변화 교과서 개발과 기후변화과학교육사 양성 등 다양한 기후변화과학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며, 기후변화에 따라 늘어나는 대형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인공강우 실험 확대에도 힘쓸 예정이다.

3월 23일 오늘은 ‘세계기상의 날’로, 세계기상기구(WMO)가 발족한 1950년 3월 23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세계기상기구에서는 해마다 기상기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여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과 기상기후업무의 중요성을 알리는 기회로 삼고 있다. 올해는 “기후행


동의 최전선에서(At the frontline of climate action)”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점점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오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이전보다 더 적극적인 기후행동을 이끌어내고 있다. 올해 ‘세계기상의 날’이 건네는 메시지를 되새겨보면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관심을 가지고 지구를 지키는 작은 습관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면 좋겠다. 그리고 기후행동 실천과 더불어, 기후위기 대응의 최전선에서 위험기상으로부터 소중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늘도 나아가고 있는 기상청의 무한도전을 응원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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