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中 알리에 놀란 국내 이커머스, 역직구로 '맞불'

황정원 기자 2024. 3. 23.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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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 - 불붙은 역직구 시장] ③우수 판매자·중소기업 수출 지원으로 K상품 판로 개척
[편집자주]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발 저가 플랫폼이 한국 이커머스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 위협이 거세지자 정부까지 팔을 걷고 나선 가운데 대형 플랫폼을 중심으로 역직구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쿠팡, G마켓, 큐텐 등은 우수 판매자와 경쟁력 있는 K상품을 발굴해 해외 판로를 지원하고 타국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업계가 중국발 저가공세에 맞서 역직구 카드를 꺼냈다. 쿠팡은 2022년 10월 타이완에 진출해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에서 타이완행 비행기에 역직구 K상품을 싣고 있는 모습. /사진=쿠팡
◆글쓰는 순서
①알리에 더 레드오션 된 이커머스, 한류 업고 해외로
②'왕서방 플랫폼' 알리, K베뉴·역직구로 反中 정서 녹인다
③中 알리에 놀란 국내 이커머스, 역직구로 '맞불'


중국발 저가 플랫폼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이커머스업계도 역직구 시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커머스에서 국경이 사라진 지금 C커머스(차이나+커머스)와의 경쟁과 별도로 K제품의 해외 판로를 개척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40조 이커머스 시장, 타이완도 반한 쿠팡 로켓배송


쿠팡은 2022년 10월 타이완에 진출해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한 지 6개월 만에 현지 앱 다운로드 수 1위를 기록했고 이후 지속해서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쿠팡의 김범석 창업자는 올 2월 컨퍼런스콜에서 타이완의 성장과 규모, 영향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2022년 10월 타이완 로켓 출시 후 현지 고객과 매출이 지난해 2개 분기(3~4분기) 동안 2배 증가하는 등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며 "한국에서 로켓 출시 후 같은 기간 경험한 성장률 등을 넘어서는 수치"라고 말했다.

타이완의 인구는 2300만명, 인구밀도는 1㎢당 673명으로 515명인 한국보다 높다. 이커머스 거래액 역시 2021년 204억9100만달러(약 29조2300억원)에서 2025년 281억1100만달러(약 40조9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쿠팡은 타이완 시장에서 로켓배송이 좋은 반응을 얻자 지난해 10월 북서부 타오위안시에 풀필먼트센터 2호를 개소했다. /사진=쿠팡
타이완 쿠팡은 국내 중소 제조기업에게 새로운 판로 개척의 장이 되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로켓직구 서비스로 타이완에 뷰티, 패션, 생활용품 등을 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올해 기준 1만2000개를 넘어섰다. 쿠팡에 따르면 타이완 쿠팡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약 70%가 국내 중소기업 제품이다.

쿠팡은 타이완에서 성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자 지난해 10월 북서부 타오위안시에 풀필먼트센터 2호를 개소했고 올해 상반기에 3호 센터 오픈도 계획하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풀필먼트센터가 추가로 완공됨에 따라 더 많은 국내 중소기업이 타이완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쿠팡이 입점 제품과 관련한 통관, 재고 관리, 로켓배송, 고객 응대 등을 모두 전담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현지 인력 채용이나 물류 시스템 등 해외 진출을 위한 초기투자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현재 타이완에서 한국 제품을 구입할 때 690타이완 달러(약 2만8800원) 이상 결제하면 무료 직구 배송이 가능하다. 제품은 다음날 타이완행 첫 비행편을 통해 출고된다. 현지에서 로켓배송을 무료로 이용하려면 195타이완 달러(약 8150원) 이상 결제하면 된다.

쿠팡은 지난해 타이완 외에 중국에서 현지 셀러 배송 업무를 책임지는 로켓그로스를 개시했고 우수 셀러를 모집하는 순회 설명회를 개최한 바 있다.



글로벌 커머스 도약 꿈꾸는 큐텐, 해외 플랫폼 제휴 나선 G마켓


큐텐은 올 2월 미국의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인수하고 세계적인 물류망을 확보했다. 티메파크에 입점한 국내 판매자들의 수출 관문이 넓어질 전망이다. /사진=위시 공식 블로그
역직구 플랫폼 중 가장 큰 성장이 기대되는 곳은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군단으로 불리는 큐텐이다.

큐텐은 초창기 국내 일부 소비자들에게 직구 채널로 인기를 끌었다. 일본산 가공식품, 중국산 가성비 가전과 캠핑용품, 일부 유럽과 북미의 브랜드 상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꾸준히 매출을 끌어올리던 큐텐은 2022년 티몬, 2023년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를 차례로 인수하며 국내 이커머스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요 기업이 됐다.

큐텐이 먼저 두각을 드러낸 곳은 싱가포르다. 사업을 개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산 공산품으로 시장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싱가포르는 소득 수준이 높아 소비력은 아시아 최고 수준이지만 중국산 공산품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큐텐은 이러한 시장 특성을 잘 파악해 차별화되는 K상품으로 틈새를 파고들었다. 가격보다 안전 이슈에 민감한 유아용품 소비자들에게 한국산 물티슈가 프리미엄 제품으로 떠올라 인기 직구 품목이 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큐텐은 티메파크 셀러들을 큐텐 통합 셀러로 입점시켜 전세계 큐텐 사이트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큐텐은 지난 2월 미국의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위시(Wish)를 2300억원에 인수했다. 위시는 테무처럼 중국산 저가 공산품을 미국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던 플랫폼으로 한때 시총이 140억달러에 달했다. 전 세계 200여개국에 걸쳐 판매 및 물류망을 갖추고 있어 글로벌 커머스그룹을 꿈꾸는 큐텐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위시 인수로 큐텐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유럽과 북미에서 다수의 소비자층을 확보한 데 이어 아시아와 유럽 북미 일부 국가 중심이던 물류망을 사실상 전 세계로 확대하게 됐다. 큐텐 제휴 기업과 입점 판매자들은 위시를 발판으로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G마켓은 2006년부터 역직구 플랫폼인 글로벌샵을 오픈해 국내 판매자의 수출길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지마켓 홈페이지 캡처
G마켓은 2006년 7월 국내 이커머스 업계 최초로 영문 역직구 플랫폼인 글로벌샵을 오픈했다. 중국, 타이완, 싱가포르 등지에서 고객이 늘어나자 2013년 10월에는 중문샵도 론칭했다. 현재 전 세계 100여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K팝 관련 제품부터 식품, 뷰티, 패션, 리빙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G마켓은 역직구 사업 외에 각 국가의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과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 2월21일 몽골 1위 이커머스 플랫폼 '쇼피'(Shoppy)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G마켓에서 판매 중인 역직구 샹품을 쇼피에 입점시켰다. 쇼피 이용자는 65만명으로 몽골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사용하는 대형기업이다. 협약 이후 쇼피에 판매 연동된 역직구 K상품 수는 약 30만개에 달한다.

G마켓은 몽골 외에도 일본의 큐텐(Qoo10)과 라쿠텐(Rakuten), 러시아·유럽의 줌(JOOM)과도 협업해 국내 제품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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