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피어날게” 천안함 딸 편지에 모두 눈물

김동하 기자 2024. 3. 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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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22일 진행된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김태석 원사의 막내딸 김해봄씨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들으며 눈물을 닦고 있다(왼쪽 사진)./연합뉴스·뉴시스

“이 따뜻한 봄에 아빠와 함께 활짝 피어날게. 지켜봐 줘.”

22일 경기 평택의 해군 제2함대사령부.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산화한 고(故) 김태석 원사의 막내딸인 김해봄(19·당시 다섯 살)씨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낭독했다.

김씨가 “올해 2월 고등학교 졸업식 때 친구들이 아빠와 같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는데 아빠 생각이 나더라”고 눈물을 흘리자, 윤 대통령을 비롯해 참석자들도 눈물을 훔쳤다. 김씨는 “고마워 아빠.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게 해주어서. 아빠의 젊고 멋진 인생 닮은 자랑스러운 막내딸이 앞으로도 잘해낼 거니까 지켜보고 응원해줘”라고 했다.

김 원사는 2010년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전사하면서 세 딸을 두고 떠났다. 장녀인 김해나(22)씨는 아버지를 따라 해군이 되겠다며 군사안보학과에 진학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 후 해봄씨를 만나 “아버님께서 너무 예쁜 딸들을 두셨다. 항상 응원하겠다”고 했다.

서해수호의 날은 2002년 제2연평해전과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전 등 서해에서 북한의 도발을 막다 희생된 55명의 전사자를 기리기 위해 2016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특히 올해 기념식은 작년 말 13년 만에 부활한 최신 호위함 천안함(FFG-826)이 작전 배치된 해군 2함대에서 개최됐다. 또 기념식 무대 배경에는 제2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전을 각각 상징하는 ‘6용사함’ ‘K9 자주포’ 실물이 배치됐다.

행사 참석자들은 서해수호 55용사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는 ‘롤콜(roll-call) 영상’을 시청하면서 함께 용사들을 호명했다. 새 천안함에서는 제2연평해전 22주년과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전 14주년을 의미하는 함포 36발을 발사하고 하늘에서는 22대의 공군 전투기 편대비행에 이은 공중분열로 서해수호 영웅들을 기렸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 정부와 군은 어떠한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도 결코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반드시 더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적당히 타협해 얻는 ‘가짜 평화’는 오히려 우리 안보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우리 안보의 핵심인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우방국들과 더 강력하게 연대하겠다”고 하자 현장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정부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다가 부상을 입은 장병, 유가족을 끝까지 책임지고 지원하겠다”고 했다.

천안함 함께 둘러본 尹대통령과 韓비대위원장 - 경기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22일 열린 제9회‘서해수호의 날’기념식을 마치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오른쪽)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북한에 폭침됐던 천안함 선체를 살펴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반국가 세력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고, 한 위원장은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기념식 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옛 천안함 선체를 둘러봤다. 윤 대통령은 “이렇게 명백하게 도발과 공격을 받았는데도 자폭이라느니 왜곡, 조작, 선동해서 희생자를 모욕하는 일이 있다. 반국가 세력들이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고, 한 위원장은 “반드시 막아내야겠다”고 했다고 김수경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과 한 비대위원장은 또 ‘조작과 선동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위기에 빠뜨린 종북 세력의 준동을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날 기념식에는 국민의힘에서 한 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홍익표 원내대표가 참석했지만, 이재명 대표는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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