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저래?”…이해불가 그 사람들, ‘쪼그만 이것’ 때문이라는데 [Books]

김유태 기자(ink@mk.co.kr) 2024. 3. 2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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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딩먼 지음/이은정 옮김/부키 펴냄/1만9000원
인간의 뇌가 일으킨 이상반응
현대사회 ‘천태만상’ 재해석
“당신이 아닌것에 감사하라”
저자의 뼈있는 조언도 담겨
뇌. [사진 제공=픽사베이]
파리 랜드마크는 모두가 알다시피 에펠탑이다. 그런데 에펠탑이 ‘결혼을 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잘못 읽은 게 아니다. 에펠탑은 사람과 혼인했고 이러한 사실은 영국 다큐멘터리로 방영됐다. 신부는 미국 양궁 국가대표였던 에리카 에펠. 그녀는 300.65m 크기의 에펠탑과 “사랑에 빠졌다”며 2007년 결혼식을 올리고 이름까지 에펠로 개명했다. 물론 프랑스 정부도 파리 시민도 승낙한 적 없는 결혼이었지만.

에펠의 망상은 의학용어로 오브젝토필리아(objectophilia), 즉 사물성애로 불린다. 서울 한복판에서 ‘남산타워와 결혼했다’는 사람을 만난다면 우리는 ‘뇌가 고장난’ 사람으로 불쌍히 여길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그리스신화에서 피그말리온은 현실의 여성에서 환멸을 느껴 자신의 이상형을 직접 만든 조각상 갈라테아와 결혼해 자식까지 둔 인물로 전해진다. 피그말리온은 왠지 모르게 낭만적이지만 21세기 에리카 에펠은 환자로 취급된다.

인간의 뇌가 일으킨 이상반응을 통해 현대사회의 천태만상 풍경을 재해석한 독특한 내용의 신간 ‘뇌의 흑역사’가 출간됐다. “사실 나는 이미 죽었다”며 장례를 치러달라고 하는 남자, 자기 몸의 한쪽 손이 실은 ‘시어머니 손’이라고 주장한 며느리 등 초월적인 정신질환을 세세하게 관찰하는데, 광인으로 불리는 이들의 몸짓과 손짓을 통해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의 합리성에 의문을 던진다.

엘리프란 여성은 매일 담뱃재를 ‘먹었다’. 다시 말하지만 잘못 읽은 게 아니다. 엘리프는 ‘이식증’을 앓았다. 이식증이란 인간이 보통 식용으로 여기지 않는 물질을 먹으려는 지속적인 욕구의 병증을 뜻한다. 임산부가 다 탄 성냥개비를 씹어먹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강박적으로 먹는다. 완와전두피질과 기저핵 사이 연결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이다. 이들은 쉽게 흥분하지만 특정행동을 하면 위협감이 감소해 일시적으로 안도를 느낀다. 그 결과 이상한 식습관에 중독된다고 책은 설명한다.

라이칸스로피(lycanthrophy)라는 망상은 자신이 동물로 변했다고 믿는 부류다. 신비한 능력 덕분에 늑대로 변신한다고 믿기도 하고 토끼, 고양이, 뱀인양 행동하기도 한다. 성서는 네부카드네자르 2세로 알려진 바빌론 왕이 오만의 죄로 벌을 받아 7년간 소처럼 풀을 먹었다고 적었는데, 이는 라이칸스로피를 다룬 인류 최초의 기록이다.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느낌은 자신이 아주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는 환각으로 이어진다.

19세기 의학자 코타르는 자신이 ‘마담X’라고 이름 붙인 한 환자를 보살폈다. 마담X는 스스로를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닌 중간 상태”라고 규정하면서 “어정쩡하게 살기보다는 차라리 죽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를 의학용어로 ‘코타르 증후군’으로 부른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부정하는 ‘부정망상’ 환자들로 그들은 자신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거부, 즉 실존성의 붕괴를 주장한다.

뇌내 이상으로 하루 아침에 천재가 된 행운아(?)도 있다. ‘선천적 서번트증후군’ 얘기다. 킴 픽이란 소년은 서번트증후군을 보였다. IQ는 87. 하지만 부모의 걱정과 불안도 잠시, 소년은 ‘양쪽 눈’으로 책을 읽었고 한 쪽당 10초를 넘기지 않았다. 엄청난 기억력으로 평생 1만2000권의 서적을 전부 암기한 천재였다.

반대로 ‘후천적 서번트증후군’은 덜 알려져 있다. 데릭 아마토란 남성은 수영장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는 큰 사고를 당했다. 아마토는 퇴원 후 전자 피아노를 본 뒤 강렬한 욕망을 느껴 건반을 눌렀다가 그 자리에서 6시간 동안 연주한 뒤 위대한 곡을 창작해냈다. 피아노를 배운 적도 없던 그가 단 한 번의 사고로 피아니스트가 된 것. 제이슨 패짓이란 남성은 강도를 만나 뇌진탕 진단을 받았지만 이후 세상을 선과 기하학으로 받아들였고 시공간의 본질을 기하로 해석하는 수학천재가 됐다고 책은 전한다.

그렇다. 아무리 봐도 세상은 미쳐 돌아가는 중이고, 세상엔 이상하게 보이는 유령들이 걸어다닌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까’ 싶은 이들도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책은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의 행동은 인간 성향의 범위에서 극단을 보여주는 것일 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평범했던 인간적 특성도 어떤 이유로든 증폭되면 병이 되는 것이다. 현대인은 누구나 자신의 병증을 감추고 자신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숨기는 일에 전문가들이다.

복잡계로 가득한 세상을 이해하려 인간은 이성으로 합리적인 사고체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내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우리네 현실이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며 결국 ‘그들’이 아무리 특이해 보여도 당신과 다르지 않은 사람임을 인정하라고 책은 말한다. 나아가 독자 당신이 이 책에 거론된 ‘이상한 사람들’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면 지금 이 순간을 감사히 생각하라고, 우리의 뇌가 우리에게 허락한 시간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알찬 조언도 잊지 않는다.

불완전한 인간들이 들려주는 기묘한 이야기는 비뚤어진 세상을 바로 이해하는 법을 들려준다. 원제 ‘BIZZARE(기이한)’.

뇌의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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