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수개표’ 불가피할 듯…투표용지 최대 51.7㎝, 정당 38개 후보 등록

21대 총선이 열린 지난 2020년 4월 경기 수원시 권선구 한 인쇄소에서 인쇄된 4·15 총선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48.1㎝에 달하고 있다. 뉴시스

4·10 총선에서 정당 38개가 비례대표 후보 등록을 했다. 이에 유권자들은 최대 51.7㎝에 달하는 비례대표 선거 투표용지를 받게 될 수 있다. 4년 전 21대 총선에서는 정당 35곳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 투표용지 길이가 48.1㎝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22일 총 38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 등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현재 20개 정당의 등록이 완료됐고, 18개는 심사 예정이다.

투표용지는 정당의 개수가 18∼22개일 경우 기표란 높이 1.0㎝, 후보자 사이의 구분 칸 0.3㎝가 적용된다. 정당의 개수가 23개 이상일 때 기표란 높이는 동일하지만, 투표용지 길이를 줄이기 위해 후보자 사이의 구분 칸은 0.2㎝로 줄어든다.

선관위 심사 결과 비례대표 후보 등록을 신청한 정당 38곳 모두 선거 참여가 확정되면 투표용지는 51.7㎝가 된다. 51.7㎝는 지역구 후보자와 지지 정당에 각각 기표하는 정당명부식 ‘1인 2표제’가 도입된 2004년 17대 총선 이래 역대 가장 긴 길이다. 21대 총선 때는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선거에 참여해 투표용지가 48.1㎝였다. 당시 분류기는 24개 정당의 34.9㎝ 투표용지만 처리할 수 있어서 ‘완전 수개표’가 이뤄졌다.

이번 총선에서도 다시 수개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 선관위가 보유한 투표지 분류기는 최대 34개 정당이 표기된 46.9㎝ 길이의 투표용지까지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사 과정에서 4개 이상 정당이 탈락해 정당 수가 34개 이하가 되면 투표지 분류기를 사용할 수 있다. 선관위는 지난해 말 34개 정당이 표기된 투표용지까지 처리가 가능한 신형 투표지 분류기를 도입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

다만 분류된 투표지를 현금을 세는 기계처럼 집계하는 투표지 심사 계수기는 사용할 수 있다. 선관위는 39개 정당과 50개 정당 투표용지 처리가 가능한 두 종류의 심사 계수기를 보유하고 있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