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이와 김미경, 주진형이 한자리에 모인 까닭?…“유명인 사칭 사기 대책 마련하라”

강은 기자 2024. 3. 22.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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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송은이씨(오른쪽)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범죄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년 넘게 공무원으로 일한 60대 후반 A씨는 노후자금으로 모아온 돈을 모두 잃었다. 지난해 11월, 자신을 “선대인 소장입니다”라고 소개한 카카오톡 계정이 보낸 글을 받은 게 시작이었다. A씨는 경제전문가의 이름을 내건 이 계정의 권유에 따라 20명 가량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 ‘선대인 계정’이 추천하는 홍콩 주식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저도 무서웠는데 ‘대박’ 났어요.” “10억을 벌었다니까요?” 쏟아지는 ‘간증’ 글을 보며 A씨의 마음도 점점 동했다. 약 3개월에 걸쳐 총 5억8000만원을 투자금·수수료·세금 명목으로 입금했는데 투자를 권유한 계정은 어느날부터 연락이 끊겼다. A씨는 “유튜브에서 경제학자 선대인씨 영상을 자주 봐서 철석같이 믿어버렸다”며 “담보 대출까지 받아 투자했는데 삶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담보 대출까지 받아 투자했는데…

페이스북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유명인을 사칭한 사기 범죄가 잇따르며 피해가 확산하자 유명인들이 직접 플랫폼과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유사모)은 2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부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서 시작된 유명인 사칭 범죄는 전직 대통령, 재벌 총수, 연예인, 교수, 유튜버 등을 가리지 않고 유명세와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명예 실추도 억울하지만 유명인 사칭으로 더는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방송인 송은이·황현희씨, 유명 강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미경씨,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대표가 참석했다. 유사모는 유명인 사칭 사기 범죄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서에 방송인 유재석씨를 비롯해 학계·재계·연예계 인사 등 137명이 참여했다고 했다.

이들은 피해 규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으나 플랫폼 기업들은 범죄예방·재발 방지를 위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미경 강사는 대표로 성명서를 읽으면서 “최첨단 기술을 가진 세계 최고의 플랫폼 기업들은 현재 범죄 광고를 사전에 필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지금 시스템에서는 누구나 돈을 쓰면 광고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주진형 전 대표도 “사칭 광고를 보고 즉각 신고해도 플랫폼 기업은 ‘사칭인지 알 수 없기에 게시물을 내릴 수 없다’고 답변한다”면서 “플랫폼 기업은 그렇게 받은 광고료를 다시 토해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유명강사 김미경씨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범죄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송인 황현희씨,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김미경씨, 방송인 송은이씨,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 연합뉴스
“정부도 업체도 유명인 사칭 사기 범죄 방관”

이들은 정부의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전 대표는 “온라인 사칭 광고가 올라오는 것 자체보다 이게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지금 사태는) 무책임한 정부와 입법기관, 미디어 회사의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인 황현희씨는 “(수사당국이) 제발 온라인 사칭 범죄를 전담하는 수사팀을 만들어 문제 해결에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사모가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유명인 사칭 사기를 포함한 리딩방의 불법 행위 피해 건수는 1000건 이상, 피해액은 12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우리 로펌이 담당하는 (투자 사기 사건) 비율이 전체의 5%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유명인 사칭’ 피해액은 최근 6개월 간 총 1조원을 넘어가지 않을까 추정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 ‘지급정지’ 등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있는 근거 법규가 있는데, 이런 온라인 피싱은 피해구제 신청 절차 자체가 없어 피해가 더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한 유명인 사칭 사기 범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시작돼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으로도 번지고 있다. 방송인 송은이씨는 “수도 없이 많은 분이 ‘언니 아니죠?’ ‘송은이씨 아니죠?’ 하며 제보를 하는데 일일이 신고할 수가 없는 수준”이라며 “가짜가 판을 치고 진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더 깊게 올 것 같다 두렵다”고 말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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