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법의 역설? 주변 재래식 경작지로 해충 몰려

트랙터가 밀밭에서 살충제를 뿌리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친환경적인 해충 방제법을 사용하는 유기농 경작지 때문에 주변 재래식 경작지에서 살충제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팀은 경작지의 공간적 분리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애슐리 라센 미국 캘리포니아대 산타바바라 환경과학경영대학원 부교수를 포함한 연구진은 유기농 경작지가 10% 증가할 때 반경 2.5km 내 재래식 경작지의 총 살충제 사용량이 0.3%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유기농 경작지가 10% 증가하면 반경 2.5km 내 유기농 경작지의 총 살충제 사용량은 3% 감소했다. 이 연구는 2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미국의 주요 농작물을 생산하는 카운티 중 하나인 캘리포니아 컨 카운티에 있는 약 1만4000개 경작지와 관련된 2013~2019년 데이터를 분석했다. 컨 카운티는 포도, 수박, 감귤류, 토마토, 감자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농작물을 생산하는 지역이다. 연구진은 디지털화된 농경지 지도와 해당 농지의 살충제 사용 기록 및 작물의 유기농 인증 여부를 상호 연결해 분석했다.

유기농업은 토양, 수질 등 농업 환경 조건을 개선하지만 유기농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유기농업에서는 친환경적인 다양한 해충 방제법이 사용되는데 연구진은 이로 인해 농작물 해충이나 천적이 인근 농경지로 이동해 다른 농경지의 해충 피해와 살충제 사용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재래식 경작지의 살충제 농도는 유기농 경작지에서 멀어질수록 감소했다. 연구진은 유기농 경작지를 묶고 유기농 경작지와 재래식 경작지를 공간적으로 분리하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연구진은 유기농 경작지 비율이 매우 높을 때 살충제가 더 적게 사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에릭 리히텐베르크 미국 메릴랜드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유기농 경작지 어떤 이동성 해충이 관련돼 있는지, 어느 지역에서 해충이 온 건지, 해충이 어떻게 그리고 왜 이동하는지에 대해서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이 분야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라센 교수는 "친환경재배 농가의 수를 늘리려는 정책적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유기농업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더 탐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은 인턴기자,이채린 기자 harp@donga.com,rini11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