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사직 경영난’에 무급휴가 공지···노조 “강요하면 고발”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2024. 3. 2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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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료원, 간호사 등 일반직 대상 안식휴가 공지
노조, “노사 협의 없이 기습 공지···강요 말라” 반발
무급휴가 신청 현황 따라 다음주 병동 통폐합도 논의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소아청소년과에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수요일과 목요일 성장호르몬 주사 처방 불가' 안내문이 붙여져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발한 전공의 집단 이탈이 한 달을 훌쩍 넘기며 수련병원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는 가운데 연세의료원이 간호사 등 일반직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를 신청을 받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의료원 인재경영실은 전일(21일)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일반직 안식휴가 한시 확대 운영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를 냈다.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등 연세의료원 산하 3개 병원에서 근속년수 1년 이상 간호사와 일반직을 합쳐 1만 2000여명이 대상이다. 일주일 단위로 총 4회까지 사용 가능하며 신청일로부터 1개월 이내 사용 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연세의료원은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진료 축소로 비상경영을 공식화한 상태다. 지난달 27일 임명을 받은 금기창 연세의료원장은 정식 취임하기도 전인 15일 산하병원 직원들에게 '비상경영체계' 운영을 알리는 서신을 보내고 "전공의 사직 여파에 따른 수입 감소로 경영상 위기가 크다"며 "사업비 등 경비 절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되진 않았으나 연세의료원은 병상가동률이 떨어져 매출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브란스병원을 포함한 소위 빅5 병원은 전공의 비중이 40%를 넘나들어 하루 10억 원 이상 적자가 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기존 500억 원 규모였던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2배 수준인 1000억 원 규모로 늘렸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15일부터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한 비상경영체계 운영에 돌입했고, 직원 대상 무급휴가 신청과 함께 신규 채용을 중단했다. 상계백병원은 진료교수들에게 병원장 명의로 6개월치 급여 반납에 동의를 구하는 내용의 문서를 내부적으로 돌리는 등 적자 대비에 나섰다.

세브란스병원노동조합은 의료원의 조치를 두고 "꼼수 악질 깜깜이 무급휴가"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경영진이 전공의 집단 이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교직원을 쥐어짜려 한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노조는 이날 긴급 성명을 통해 "의료원 측이 노조의 협조 의사에도 불구하고 기습적으로 무급휴가를 공지했다"며 "무급휴가 사용 압력 행사를 확인하면 즉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세브란스병원노조는 강남·신촌·용인 세브란스병원 전체 교직원을 대표하는 교섭대표 노조다. 조합원 수가 국내 최대 규모인 5500명에 달한다.

이들은 일주일 단위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다른 병원들과 달리 단위 신청일을 일주일로 지정해 주휴 수당을 받지 못하도록 꼼수를 부렸다는 이유다. 노조는 "전체 교직원들은 의료원의 현황을 우려하며 노력을 다하고 있다. 비상 경영체제 등 경영 현황에 이해를 표하고 협의할 의사도 있었다"며 "단 한명에게라도 조금이라도 강제하거나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확인하면 즉시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안식휴가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해서도 “명칭으로 장난치는 수준이 저급하다”며 불편감을 드러냈다. 교직원들을 향해서는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어 개인에게 가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위험한 무급휴가"라며 "무급휴가를 신청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간호사 등 의료원 측의 공지를 접한 일선 직원들은 술렁이고 있다. 특히 병원이 제시한 무급휴가 확대 운영 기준에 '개인별 자율 신청 및 부서장 승인', '필수의료 유지 등 운영 상황에 따라 승인이 취소될 수 있음' 등이 언급된 데 대한 불만이 높다. 무급휴가를 신청했다가 중간에 파업이 종료되면 즉각 출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5개 병동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무급휴가 신청 상황에 따라 일부 병동을 통합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시기나 규모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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