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똥이 아니다…털 복슬복슬 딱정벌레, 호주서 첫 발견

김지숙 기자 2024. 3. 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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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몸에 검고 붉은색 반점이 있는 딱정벌레인데 흰 털이 삐죽삐죽 솟아 있다.

다른 종의 딱정벌레도 털이 나 있긴 하지만 신종 딱정벌레는 털이 더 조밀하다.

연구진은 새로 발견된 딱정벌레가 왜 털이 많은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곰팡이처럼 보여 포식자를 피하는 전략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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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자연보호구역서 캠핑하다 새로운 종 발견해
‘캠핑장 출신 흰 털북숭이’란 뜻의 학명 붙어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자연보호구역 곤드나와 열대우림 지역에서 온몸이 흰 털로 뒤덮인 새로운 종의 딱정벌레가 발견됐다. 제임스 트위드·호주 퀸즐랜드대 제공

분명 몸에 검고 붉은색 반점이 있는 딱정벌레인데 흰 털이 삐죽삐죽 솟아 있다. 털이 복슬복슬한 낯선 벌레를 처음 발견한 곤충학자는 벌레를 순간적으로 새똥으로 착각했다. 그러나 나중에 이 곤충은 이전에 학계에 보고된 적이 없는 신종 딱정벌레로 밝혀졌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퀸즐랜드대 생물다양성보존센터 박사과정생(연구원) 제임스 트위드는 2021년 12월 자연보호구역인 곤드와나 열대우림 지역에서 캠핑을 하다가 우연히 이 곤충을 발견했다. 이 곤충은 호주의 토착 식물인 로만드라 나무의 잎 위에 배설물처럼 떨어져 있었으나, 평소 남태평양 노퍽섬의 곤충을 연구하는 트위드 연구원은 이 곤충이 딱정벌레의 한 종류임을 잠시 뒤 알아봤다.

트위드 연구원은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털이 난 딱정벌레들이 있긴 하지만 이 벌레는 털의 길이와 무늬가 정말 독특했다. 딱정벌레에게 이렇게 털이 빼곡하게 많은 것은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딱정벌레를 사진으로 촬영하고 표본으로 채집했다. 이후 곤충연구자들이 모인 페이스북 그룹에 이 딱정벌레에 대한 정보를 물었으나 답을 얻을 수 없었다. 그는 국립기관인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관(CSIRO) 곤충센터에 제출한 뒤 이 곤충이 딱정벌레목 하늘소과의 신종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해당 곤충센터의 연구자들과 함께 이번 발견을 ‘오스트레일리아 분류학 저널’에 지난 20일(현지시각) 공개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자연보호구역 곤드나와 열대우림 지역에서 온몸이 흰 털로 뒤덮인 새로운 종의 딱정벌레가 발견됐다. 제임스 트위드/퀸즐랜드대 제공

신종 딱정벌레는 몸 길이 9.7㎜, 폭 3.9㎜ 정도의 크기로, 검은색과 붉은색 반점이 보이는 등 익숙한 외골격을 갖고 있다. 특히 머리와 앞가슴등판, 딱지날개에 흰털이 집중적으로 솟아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른 종의 딱정벌레도 털이 나 있긴 하지만 신종 딱정벌레는 털이 더 조밀하다.

이 곤충에는 ‘엑스카스트라 알보필로사’(Excastra albopilosa)라는 학명이 붙여졌는데, 그 뜻은 ‘캠핑장 출신 흰 털북숭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속명 엑스카스트라는 라틴어로 ‘캠프에서’라는 뜻이고, 종명 알보필로사는 ‘흰 털’이라는 의미다.

무당벌레, 풍뎅이, 하늘소 등을 포함하는 딱정벌레목은 곤충계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약 37만종이 보고됐는데, 이번 신종을 포함한 하늘소과 또한 3만6000여종에 이른다. 그 가운데서도 호주는 하늘소 1400여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새로 발견된 딱정벌레가 왜 털이 많은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곰팡이처럼 보여 포식자를 피하는 전략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위드 연구원은 “이번에 채집한 개체 이외에 같은 종의 다른 곤충을 아직 발견하지는 못했다. 희귀종일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가 아직 서식지를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아직 조사하지 않은 나무 꼭대기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인용 논문: Australian Journal of Taxonomy, DOI: 10.54102/ajt.iv1x5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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