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도 정권, 의료 산산조각"…尹에 지역 응급위기 토로했던 교수 사직

한기호 2024. 3. 22.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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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최대폭 증원된 충북대병원 배장환 심장내과 교수 사직원
"의료전달체계 고려없는 OECD 지표 하나로 필수의료 의사들을 파렴치한으로 조리돌려"
"우리병원서 서울 가는 심장질환자 없게하고, 제자들 훌륭한 의사 만들려던 꿈 멀어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주재한 의료개혁 민생토론회에서 배장환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지방 응급의료 24시간 유지 가능한 체계를 위한 대폭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KTV 유튜브 채널 영상 갈무리>
전공의·학생·수험생들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인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충북대 의대교수협의회 회장 최중국 교수가 의대증원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윤석열 정권의 의대 입학정원(기존 3058명) 2000명 증원 강행에 단독 최대폭 증원(49→200명)이 이뤄진 충북대병원에서 오히려 필수의료 현장을 지키던 교수가 22일 떠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개최한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참여자로 '지역의료 24시간 대기'가 가능한 환경 유지를 위해 행위별 수가와 별도의 의료수가 신설, 사법리스크 완화를 요청했던 배장환 심장내과 교수다.

충북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배장환 교수는 이날 SNS에 사직원을 공개하면서 "(현 정권 보건복지부 등은) 의료환경이나 전달체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OECD통계량 중 하나일 뿐인 '인구 1000명당 의사수'란 하나의 지표로, 필수의료분야를 간신히 지켜내온 의사들마저 국민앞에서 돈 밖에 모르는 파렴치한으로 조리돌림을 했다"며 "이런 '폭도'와 같은 정권 앞에서 '심장이식을 우리병원에서 해보자, 우리지역 심혈관질환자의 고통을 줄여드리자'란 제 꿈이 멀어짐을 뼈속 깊이 느꼈다"고 밝혔다.

배 교수는 "정부는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를 통한 지방의료의 강화라는 명쾌한 해답이 있음에도 환자에게 '병원 선택의 자유, 의사 선택의 자유, 의료의 무한정 이용'이란 상식밖의 조치를 30년 이상 지속해 지방의 필수의료 인프라를 무너뜨렸다"며 "그리고 지방의료 필수의료가 제대로 서지 않는 것을 마치 '의사들이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회피하고 돈에 눈이 멀어서 미용과 성형에만 집중해서 그런다'며 민심을 호도하고 의료진의 자존심을 꺾었고 이를 정치적인 이득에 사용하고 있을 뿐"이라고 성토했다.

OECD통계 일개 지표만 강조한 관변 여론전에 대해서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영아·모성 사망률, 예방(회피)가능 사망률 같은 결과지표는 국민에게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정권발 의료개혁 패키지에 90% 이상이 사직서 제출, 미복귀로 수련을 포기한 전공의(레지던트)들에 관해서도 "특히 내과 전공의들은 내과를 선택하면 앞으로 힘든 길이 기다린단 걸 알면서 선택한 의지있는 친구들"이라며 "정부는 재정이나 세부계획이 서지도 않은 필수의료패키지란 걸 들고 나와 병원 밖으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이제 와서 '(패키지) 각 항목에 대한 위원회를 만들어 속도감있게 추진하겠다'고 한다. 의료정책이 무슨 'F1 레이스'인가. 자동차 경주도 그런식으로 하지 않는다"며 "이제 제가 믿고 믿던 제 자리를 떠나려고 한다"고 했다. 배 교수는 "저는 청주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충북대에서 의대를 다니고 충북대병원에서 인턴과 내과 전공의를 했다"며 '토박이 지역의사'임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병원에서 전임의(펠로우) 2년, 경희대병원 교수 1년을 마친 뒤 충북대 임상교수로 2005년 채용됐다.

배 교수는 "임상에서의 제 꿈은 심근경색증 부터 협심증까지 '우리병원에서 (실력으로) 서울로 가시는 분이 없도록'하고 종국에는 제가 진료하던 심부전 환자분을 우리병원에서 VAD(심실보조장치)를 하고 심장이식을 해 가족품으로 잘 돌아가는 것을 제가 퇴직하기 전 보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또 한가지 꿈은 작지만 늘 자랑스럽게 교육한 우리 의대생·전공의들을 아끼고 가르쳐 훌륭한 의사로 만들어내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정부의 이해할 수 없는 조치로 제 아이들은 휴학과 사직에 내몰렸다"고 토로했다.

의과대학과 다른 판단으로 증원을 관철한 대학 수뇌부와 정치권도 겨냥했다. 그는 "대학과 병원을 자신의 입지 상승을 위한 디딤판 정도로 여기는 고창섭 충북대 총장, 김영환 충북도지사 등은 의학교육과 의료체계에 대한 이해는 1도 없이 정부에 아부해 49명 정원인 의대를 하루아침에 200명으로 만들었다"며 "시설(미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정부는 총장을 통해 부지가 어디인지도 모르는 의대 4호관을 2025년 2월부터 2029년 1월까지 완공하겠단 계획서를 하루만에 만들어 의대학장에게 송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하루 만에 그 안을 채울 의학교육 기자재 리스트를 완성하라고 압박한다"며 "충북대 총장은 3년이면 직을 벗을 테지만 그땐 만신창이가 된 교수들과 의대생만 남는다"고 했다. 교육의 질은 떨어지고 행정부담만 는다고 했다. 학생이 4배가 되면 당연히 병원의 입원환자가 현재의 4배 즉 충북대병원은 (800병상에서) 3200병상이 돼야 지금같은 충실한 의학교육이 된다. 총장, 도지사는 '내 임기동안 신입생 받고 의예과 학생 200명 들어갈 강의실 하나 지으면 된다'는 무책임한 짓만 한다"고 폭로했다.

배 교수는 "제가 가진 우리병원의 심장이식과, 우리아이들 잘 가르쳐서 지역의료의 충실한 간성이 되게한다는 제 꿈은 이번 의대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로 산산조각이 됐다"며 "그리고 이 혼란한 판에서 입을 닫고 총장과 도지사에 아부해 자신의 입지 향상을 노리는 인간들이 제 곁에 존재한다"고 토로했다. 사직까지 한달간 "제가 모시던 외래 환자분들을 적절한 곳에서 치료를 지속해 받으실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하겠다"며 "응급환자 보고 중환자실 병실 당직하고 학회활동 열심히 하고 달리기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배 교수는 지난달 1일 의료개혁 정책 관련 민생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에게 발언을 자청해 "저와 함께 근무하는 심혈관 중재분야 가장 젊은 의사가 48살이다. 그분 밑으로 13년간 신규의사 진입이 없었다"며 "이 심혈관계 질환 시술이나 수술에 대해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단순한 '행위별 수가제'로는 지역의료나 응급의료의 완결성을 높일 수 없고 유지도 안될 것 같다"고 건의했다. 지역의료 24시간 대기 환경이 보장되려면 기존 건강보험체계에서 의료행위 횟수에 따른 수가 지급만으론 역부족이란 취지였다.

그는 "환자를 살리는 중요 분야란 걸 다 알고 있지만 첫번째로 (평균 주80시간 근무, 1년 중 4분의1 가량 당직 등) 과도한 업무에 의해 10년 정도 지나면 정신적·육체적으로 지치게 되고, 의료보험 등 행정업무에 치이고, 또 하낙 민형사상 소송이나 소추·수사를 받게 되면 상당수 의사들이 응급진료를 포기하고 꿈을 접고 개원가로 가거나, (야간당직보다) 낮 근무가 많은 정주여건이 좋은 서울·경기권으로 직장을 옮기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고 "지역의료원은 벚꽃피는 순서로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특히 응급의료 수가에 관해 "환자의 상태에 따라 환자의 경증이라든지, 중증도에 따라, 그리고 우리가 행하는 시술의 '응급성'이라든가 '난이도'에 따라 수가를 '따로 지불'을 하고, 환자가 없다 하더라도 24시간 대기하고 있는 의료진과 직원들을 위해 어느 정도 보상이 따라줘야 한다"며 "행위별 수가제로 해결되지 않는 분야는 다른 수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증의료에 관한 수가, 지역의료에 관한 수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대통령실·복지부 등은 건보 재정지출 측면에서 접근해 행위별수가제 자체를 이른바 '가치기반 지불제도'로 변경한다는 방향을 잡았고, 의료계에선 지불 총액을 고정하는 '총액계약제'를 목표한 묶음지불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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