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다’의 발음[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2024. 3. 2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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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맛이 좋으면 '맛이 있다'라고 표현하는데 이 표현이 워낙 많이 쓰이다 보니 '맛있다'가 한 단어로 굳어져 버렸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이 '맛있다'의 발음을 잘못 하고 있는 것일까? 그저 잘못된 발음으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면이 있는데 이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맛있다'의 발음을 '마딛따'로 해야 한다고 강요하면 왠지 맛이 떨어져 보인다.

반대로 '맛없다'를 '마섭따'라고 발음한다고 해서 없는 맛이 생겨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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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맛이 좋으면 ‘맛이 있다’라고 표현하는데 이 표현이 워낙 많이 쓰이다 보니 ‘맛있다’가 한 단어로 굳어져 버렸다. 그렇다면 이 단어를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가? 많은 사람이 특별한 고민 없이 ‘마싣따’라고 발음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단어와 뜻이 반대인 ‘맛없다’의 발음은 어떤가? 당연히 ‘마덥따’라고 답할 텐데 뭔가 이상하다. ‘마싣따’를 감안하면 ‘마섭따’가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밥’과 ‘맛’의 발음을 비교해 보면 ‘ㅅ’ 받침은 ‘ㅂ’ 받침에 비해 소리의 변화가 심하다. ‘밥이, 맛이’에서는 받침의 소리가 그대로 나지만 ‘밥도, 맛도’에서는 받침 ‘ㅅ’이 ‘ㄷ’ 소리로 바뀐다. 나아가 ‘밥’은 단독으로 쓰이거나 실질적인 뜻이 있는 ‘알’이 결합된 ‘밥알’에서도 ‘ㅂ’ 소리가 그대로 난다. 그러나 ‘맛’은 단독으로 쓰이거나 실질적인 뜻을 가진 단어와 결합하면 ‘ㄷ’으로 소리가 바뀌어야 한다. 따라서 ‘맛있다’와 ‘맛없다’는 원칙적으로 ‘마딛따’와 ‘마덥따’로 발음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이 ‘맛있다’의 발음을 잘못 하고 있는 것일까? 그저 잘못된 발음으로 치부하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면이 있는데 이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맛있다’는 본래 ‘맛이 있다’인데 이것의 발음 ‘마시?따’를 보면 모음 ‘이’가 겹쳐 빨리 발음하면 ‘마싣따’가 된다. 따라서 ‘맛이 있다’가 ‘맛있다’로 줄어든 뒤에도 이전의 발음 습관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는 것이다.

‘맛있다’의 발음을 ‘마딛따’로 해야 한다고 강요하면 왠지 맛이 떨어져 보인다. 반대로 ‘맛없다’를 ‘마섭따’라고 발음한다고 해서 없는 맛이 생겨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원칙과 다른 발음을 한다면 그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맛있다’의 표준발음 규정을 밥맛없다고 여길 일은 아니다. 표준발음법은 ‘마싣따’란 발음도 넓은 가슴으로 포용하고 있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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