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디달고 달디단 사과를 언제쯤 실컷 먹을 수 있을까? [The 5]

하어영 기자 2024. 3. 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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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The 5] 윤석열 대통령이 대형마트 대신 가야 했던 곳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시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과일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시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사과를 들고 ‘특단의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정부가 총 1639억원을 투입해 과일을 생산하는 농가는 납품단가를 낮추고 유통업체는 소비자 가격을 할인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나도 사과를 좋아한다”면서 사과와 배는 더 파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챙길 만큼 사과 가격은 역대급으로 많이 뛰었습니다. 2월 사과값은 1년 전보다 평균 71% 급등했는데요. 사과가 비싸면 다른 과일을 먹으면 되지 않을까요? 정부는 왜 세금까지 풀어 사과값을 떨어뜨리려고 하는 걸까요? 농산물 시장 전문가인 백혜숙 국민밥상포럼 대표에게 물었습니다.

[The 1] 사과 대신 다른 과일을 사 먹으면 안 되나요? 다들 왜 사과값에 민감할까요?

백혜숙 대표: 사과가 워낙 대중적인 과일이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이 많죠. 지금 사과뿐 아니라 귤 같은 과일값도 오르고 있고요. 대체 과일을 찾던 소비자들도 결국 다시 사과를 살 수밖에 없어요.

다들 사과를 좋아하니까 생산량도 많아요. 국내 과일 생산량의 25%를 차지해요. 그래서 사과값은 물가에도 영향을 크게 미쳐요. 사과값이 뛰면 대체 과일값도 함께 뛰거든요. 그 결과 사과의 물가상승 기여도(각 품목 가격 변동이 전체 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는 0.57%포인트나 되죠. 2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3.1%였는데요. 이 중 5분의 1는 과일값 상승 때문이라는 뜻이에요.

[The 2] 사과를 계속 비싸게 사 먹어야 해요?

백혜숙 대표:7월 아오리(사과 품종)가 나오면 좀 나아지겠죠. 그때까지는 공급이 늘어날 방법이 없으니 값이 비싼 건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물론 봄에 냉해가 오면 올해 작황도 좋지 않을 수 있어요. 지난해 4월 기억나세요? 갑자기 추워져서 (사과나무) 꽃이 잘 안 폈고, 그게 흉작의 원인이 됐잖아요. 1년 전보다 생산량이 30% 정도 줄었다고 해요. 여기에 기후위기 때문에 수분(종자식물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옮겨붙는 일)에 필요한 꿀벌이 사라진 영향도 있었고요. 사과값 폭등이 기후위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거예요.

지난 18일 서울시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The 3] 4월 날씨가 괜찮으면 값이 크게 내려갈까요?

백혜숙 대표: 글쎄요. 올해는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막긴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사과 생산량을 꼼꼼하게 예측해서 내년에 이 정도까지 가격이 폭등하는 건 막아야 해요. 사과는 보관이 상대적으로 쉬워요. 6개월 이상 충분히 저장할 수 있거든요. 문제는 생산량이 정확히 추정이 안 되는 거예요. 통계청과 농림수산식품부랑 수치가 달라요. 지금은 사과가 어디에 얼마나 보관돼 있는지 파악이 안 되니 유통하는 중간 상인들이 가격을 올리려고 사과를 보관한 채 내놓지 않아도 손 쓸 방법이 없어요.

경매제도도 문제예요. 과일값은 대부분 서울시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경매로 결정되는데요. 경매는 물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폭락하고, 물량이 줄어들면 가격이 폭등하는 경향성이 있어요.

[The 4] 정부가 푼 돈으로 유통업체가 할인행사를 하면 소비자는 사과를 싸게 살 수 있긴 하잖아요.

백혜숙 대표: 당장은 가격이 내려가는 건 사실이에요. 요즘 대형마트에 가면 사과를 30% 정도 할인하니까요. 하지만 정부 지원으로 시장이 더 왜곡될 수도 있어요. 가격을 억지로 낮추면 수요가 줄지 않잖아요. 그러면 사과값이 비싸게 유지되거나 더 오를 수도 있죠. 사과가 비쌀 땐 수요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게 나을 수도 있어요.

정부가 돈을 풀더라도 대형마트나 중간 상인에게 지원금을 주는 지금의 방식은 좋지 않아요. 소비자에게 지역화폐를 줘서 시장이나 집 앞 과일 가게를 이용하도록 해야 서민경제가 활성화되죠. 이번에 윤 대통령이 대형마트에 간 것부터 틀렸어요. 사과가 공급되는 핵심 지역인 가락시장부터 갔어야죠. 그곳에서 ‘유통되는 물량을 확인하겠다’ ‘사과 감춰둔 것 내놔라’라는 말부터 했어야 해요.

[The 5] 사과를 수입하면 안 되나요?

백혜숙 대표: 검역이 까다로워 당장은 어려워요. 사과를 수입하려면 수출국이 한국의 8단계 검역 과정을 통과해야 하거든요. 일본, 미국과 호주 같은 국가가 검역을 신청한 상태예요. 그중 일본이 가장 진도가 빠른데요. 5단계까지 32년이 걸렸어요.

사과 수입은 신중해야 해요. 잘못 들여왔다가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면 다른 농작물에도 영향을 주게 되거든요. 또 수입이 시작되면 국내 사과 농가의 수익성은 떨어지게 되는데요. 그러면 가뜩이나 초고령화로 줄어든 사과 농가가 더 감소할 수 있어요. 결국 한국은 수입 과일에 더 의존하게 되고, 결국 우리 먹거리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잃을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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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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