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가게’와 ‘마트’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2024. 3. 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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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 기사를 보면 지나치게 감상적인 글이 많다.

그만큼 신문 기사는 힘이 있다는 말이다.

아침 신문 기사 제목을 인용해 본다.

이제는 가게라는 말보다는 '마트'라는 말이 편하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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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 기사를 보면 지나치게 감상적인 글이 많다. 신문 기사는 수필이 아니다. 그러므로 사실만 전달해야 한다. 사람들은 신문에 난 글자는 모두 신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잘 모르는 상황일 때 “이거 봐, 신문에 났잖아.”, “여기 신문에 있어.”라고 하면 더 이상 부언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신문 기사는 힘이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언론을 제3의 권력이라고 한다. 기사를 쓸 때는 남들이 다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하고, 문헌을 찾아 확실하다고 인식했을 때 문자화해야 한다.

아침 신문 기사 제목을 인용해 본다. 2830원 사과에 난리법석난 마트…“대통령 아무생각 없는 거죠”라고 되어 있다. 내용인 즉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통에 1인당 2봉지의 사과를 사기 위해 대형 마트에 길게 줄을 서 있다가 50여 명이 앞다퉈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오픈런’이라고 썼다. 이런 글을 기사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나치게 감상적이 충동적이며, 선동적이다. 아무리 사실이라 할지라도 감정에 치우치면 안 된다. 50여 명이 엄청나게 많은 인원인 것처럼 과장한 것, 그것을 ‘아무 생각 없는 대통령’으로 확대하는 것, ‘아무생각’이라고 붙여 쓴 것 등등 지난친 것이 너무 많다. ‘오픈런’이라고 영어로 쓰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필자는 1년이면 서너 번 씩 기자들 교육을 한다. 초보기자들이 대부분이고, 시민기자들이나 작가지망생들도 있다. 특히 기자들 교육을 할 때마다 어휘 하나의 선택에도 신중을 기해 달라고 당부를 한다. 절대로 감상적인 글은 쓰지 말라고 부탁하고, 추측하는 용어는 절대로 쓰지 말라고 한다.

이제는 가게라는 말보다는 ‘마트’라는 말이 편하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원래 ‘가게’라는 말은 ‘가가(假家)’에서 유래했다. 어떤 문헌에는 ‘가개(廬)’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설도 있다. 글자 그대로 하면 ‘오막살이집’에서 왔다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는 ‘점사’, ‘점방’이 있다. 예전에는 ‘엇가가’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 것으로 보아, ‘假家’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더 신뢰할 수 있다. ‘가게’란 “물건을 차려 놓고 파는 집”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그래서 비교적 소규모의 상점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1894년에 간행된 최초의 번역물 <인가귀도 引家歸道>라는 책에도 ‘가가’라고 되어 있다. 즉 임시로 설치해서 물건을 파는 곳이라는 뜻이다.
옛 속담에 ‘가게 기둥에 입춘’이라는 말이 있다. 추하고 보잘것없는 가겟집 기둥에 “입춘대길”이라 써 붙인다는 뜻으로, 제격에 맞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지금은 입춘대길이라고 쓰는 집을 보기도 힘든 세상이 되었다. 예전에 가게에 대한 예문을 보자.

가게 안의 불빛들이 밀려 나와서 두껍게 늘어진 어둠 자락을 젖혀놓고 있었다.
자금난으로 태석이는 가게 문을 닫고 말았다.

한편 ‘가게’의 원래 말인 가가(假家)도 아직은 사전에 남아 있다. 사전에 의하면 “1. 임시로 지은 살림집 2. ‘가게’의 원래 말”이라고 나타나 있다. 예문으로는

가가로 지은 집이라 그런지 여러모로 허술해 보였다.

와 같다. 그러므로 ‘가게’는 임시로 집을 지어 물건을 팔고 있었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 틀림없다. 소설에 나타난 ‘엇가가’는 기둥만 대충 설치해서 천막을 올려놓고 물건을 파는 곳을 말한다. 이제는 임시로 천막을 치고 파는 곳은 행사장에나 있으니 ‘가게’라고 하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그래서 ‘마트(mart :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파는 큰 규모의 상점)’라고 변한 것인가?
상점은 다 어디로 갔을까?

[최태호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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