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과 원미경,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난 라이벌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24. 3. 2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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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사진=tvN, MBC

중견배우 이미숙, 원미경, 이보희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렸다. 특히 1960년생 동갑내기이자 TBC 20기 이미숙과 원미경의 라이벌리는 오랜 시간 수없이 회자됐다. 현재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과 MBC 금토드라마 '원더풀월드'에  각각각출연 중인 이미숙과 원미경은 오랜 세월을 지나 다시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됐다.

이미숙은 '눈물의 여왕'에서 홍만대 회장(김갑수)의 동거녀 모슬희 역으로 출연 중이다. 모슬희는 홍 회장과 30년째 동거 중이지만, 한 번도 자신의 몫을 요구한 적 없는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극이 전개될수록 그 속에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미숙은 홍 회장이 있을 때와 자리를 비웠을 때의 서로 다른 느낌을 원숙한 연기력으로 표현하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의뭉스럽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모슬희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고조시키고 있다. 

'원더풀 월드'에 출연 중인 원미경은 이미숙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현(김남주)의 엄마 오고은 역을 맡은 원미경은 딸 수현을 향한 뭉클한 모성애를 보여주고 있다. 죽은 아들을 향한 김남주의 모성애만큼이나 딸 수현을 지키고자 하는 고은의 모성애 역시 많은 시청자들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다. 또래의 중견배우들과 달리 시술을 전혀 하지 않은 주름살 가득한 얼굴은 바로 우리네 엄마의 모습이어서 더욱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비중은 작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사진=MBC

두 사람의 첫 대결은 1978년 열렸던 '제3회 미스롯데 선발대회'였다. 1위는 원미경이 차지했고 이미숙은 인기상을 수상했다. 당시 미스 롯데 입상자는 선발대회가 방송됐던 TBC에서 데뷔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TBC 탤런트 20기 공채 동기이기도 하다. 

이미숙은 2009년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1등이 될 걸로 예상했는데 원미경이 너무 세련되게 말을 잘해 기가 죽었다. 인기상을 받고 '성공하고 보자'며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는 당시의 일화를 말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라이벌 구도에서 먼저 앞서나간 건 1위를 차지했던 원미경이었다. 원미경은 첫 주연작이었던 영화 '청춘의 덫'을 비롯해 영화와 드라마를 가리지 않으며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쌓아갔다. 단연 독보적인 인기 탓에 이미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정윤희, 장미희, 유지인 등 한세대 앞선 1970년대 여배우 트로이카와 비교되기도 했다. 

데뷔 초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원미경과 반대로 이미숙은 한동안 작은 역할을 맡아야만 했다. 그러다 이미숙을 눈여겨 본 강부자에 의해 드라마 '마포나루'의 주연으로 발탁되며 상승곡선을 타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원미경에 밀려 2인자 이미지가 강했던 이미숙은 1982년 MBC '황진이'를 기점으로 이를 역전하기 시작한다. 이미숙이 주연 황진이를 맡은 반면 원미경은 조연 옥향을 맡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은 두 사람의 전성기. 이미숙은 영화  '고래사냥' '그해 겨울 따뜻했네' '겨울나그네' '뽕' 등을 성공시키며  충무로에서 최고의 배우 반열에 올라섰고 원미경은 드라마 '사랑과 진실' '내일이 오면' '조선왕조 500년 임진왜란', 영화 '변강쇠' 등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이미숙(좌), 원미경(우)

결혼 후 1990년대까지 꾸준하게 연기를 했던 두 사람의 커리어는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달라졌다. 원미경은 2002년 드라마 '고백'을 끝으로 2003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10년 이상의 공백기를 가졌던 원미경은 2016년이 돼서야 드라마 '가화만사성'을 통해 복귀했다. 이후 많은 작품은 아니지만 꾸준하게 작품에 등장하며 녹슬지 않은 연기력을 보여줬다. 2020년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이후 4년 만에 모습을 비춘 '원더풀월드'에서도 그 '명불허전' 연기력은 여전하다. 

이미숙은 원미경만큼의 긴 공백기를 가진 적이 없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2018년부터 4년가량의 공백기를 가졌지만, 지난해부터 활동을 재개해  꾸준히 작품에 출연 중이다. 지난해에도 MBN '완벽한 결혼의 정석'에서 이주(정유민)을 든든하게 도와주는 차연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눈물의 여왕'에서도 어딘가 모를 찜찜함을 안겨주는 캐릭터를 능숙하게 소화하며 관록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재벌 3세 역할의 김지원에 뒤지지 않는 우아한 모습도 인상적이다.

/사진=tvN, MBC

과거 라이벌이었던 두 사람은 '눈물의 여왕'과 '원더풀 월드'를 통해 2024년에도 변하지 않는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토일드라마인 '눈물의 여왕'과 금토드라마인 '원더풀 월드'는 일부 시간대가 겹친다.  과거의 라이벌이 다시 맞붙은 셈이다. 

물론, 시간이 흐르며 두 사람의 전성기를 보지 못한 사람도 많아졌고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적어졌기 때문에 비교적 언급이 덜 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두 사람의 라이벌리를 이번 새롭게 알게 됐다면 이들의 존재감은 두 작품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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