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런웨이에 잘린 목이 ‘턱’…오페라 공연장 된 ‘패션코드 FW’ [르포]

2024. 3. 2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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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코드 FW’ 21~23일 코엑스서 진행
오프닝은 ‘살로메’ 합친 이상봉의 런웨이
아드베스 등 84개 디자이너브랜드 소개
리네·썸머태그솔 등 친환경 패션 쇼룸도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더플라츠에서 열린 ‘2024 FW 패션코드 오프닝 패션쇼’에 속 오페라 '살로메' 공연 중, 살로메 공주가 요한의 목을 얻는 장면. 김희량 기자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더플라츠에서 열린 ‘2024 FW 패션코드 오프닝 패션쇼’에서 이상봉 디자이너의 옷을 입은 한 배우가 음악에 맞춰 공연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남성 배우가 ‘일곱 베일의 춤(7겹의 망사를 벗으며 추는 퍼포먼스)’을 관능적으로 선보인다. 요한을 사랑한 공주 살로메가 그에게 무시당한 후 왕에게 요한의 목을 요구하는 오페라 ‘살로메’가 런웨이를 압도했다. 접시 위에 놓인 소품용 머리는 패션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충격이자 도전이었다. ‘인간의 광기와 집착’을 노래한 스토리와 패션을 접목한 주인공은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69)이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더플라츠에서는 이상봉 디자이너의 패션코드 2024년 FW(가을·겨울) 시즌 오프닝 패션쇼가 40분 가까이 진행됐다. 패션코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 공동 주관으로 매년 2회 열리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위한 마켓 행사다.

일흔을 앞둔 이상봉은 패션과 한국의 창(唱)을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로 파격을 선사했다. 그는 사실 연극인의 삶을 꿈꾸며 공부했던 과거가 있다. 무속인을 출연시킨 퍼포먼스, 영화와 무용을 연출시킨 무대를 그동안 선보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글, 소나무, 자수 등 한국의 전통적 모티브를 서양복에 담아온 그는 국악이 울려 퍼지는 무대에서 검정과 빨강을 활용한 입체적인 컬렉션을 선보였다.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더플라츠에서 열린 ‘2024 FW 패션코드 오프닝 패션쇼’에서 이상봉 디자이어의 FW 컬렉션 런웨이가 진행 중이다. 김희량 기자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더플라츠에서 열린 ‘2024 FW 패션코드 오프닝 패션쇼’에서 이상봉 디자이어의 FW 컬렉션 런웨이가 진행 중이다. 김희량 기자

패션계의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반영해 깔끔하면서 입체적인 디자인을 살린 컬렉션이 관객 200여 명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얇은 레이스를 덧댄 드레스와 거미줄 무늬를 연상시키는 패턴이 돋보이는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지나가자 관객석에서는 함성과 셔터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오프닝쇼는 패션코드의 시작 행사로 23일까지 84개 국내 패션디자이너 브랜드가 수주회, 패션쇼, 코드마켓 등을 운영하며 이름을 알린다. 이후에는 덕다이브, 니치투나잇, 한나신, 키모우이, 트리플루트 5개 브랜드가 개별쇼를 개최한다. 민아송/발로렌, 블랙비스트/페리메라, 룬케이브/상민 등 6개 브랜드는 연합쇼를 차례로 펼친다.

21일 오후 관람객들이 2024 패션코드 FW 패션쇼를 대기 중이다. 김희량 기자
덮개를 열면 다른 그림으로 펼쳐지는 입체적인 경험에 주목한 그라피스트만지의 FW 시즌 제품. 덮개 속 구멍은 눈을 형상화한 것으로 덮개를 내리면 그림이 펼쳐진다. 김희량 기자

패션쇼 이외의 시간엔 더플라츠에 마련된 개별 부스에서 피플오브더월드, 키모우이, 세지니스트, 하시엔다 등의 FW 시즌 컬렉션과 디자이너를 직접 만날 수 있다. 현장에서는 패션으로 구체적인 메시지를 드러내려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읽힌다.

그래픽 기반 아트워크 브랜드인 그라피스트만지는 이번 시즌 콘셉트로 덮개를 열었다 닫을 수 있는 입체적인 외투를 전시했다. 만지의 히지 디자이너는 “직접 바느질을 한 마도메를 어깨 위쪽(숄더 요크)에 담은 게 이번 컬렉션 특징”이라며 “특히 덮개를 열면 다른 그림으로 펼쳐지는 입체적인 경험을 옷에 메시지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무신사 입점사인 아드베스, 뉴웨이브보이즈 또한 이날 개성 있는 시즌 제품들을 선보였다. 이지 뉴웨이브보이즈 디자이너는 “프리미엄인 콘 데님을 쓴 물결 모양의 웨이비팬츠를 중심으로 입체적인 드레이핑(draping)을 살린 브랜드”라고 소개하며 “개성 있는 디자인을 좋아하는 일본 쪽에서도 인기가 높아 개성과 트렌드를 엮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뉴웨이브보이즈의 물결 무늬 팬츠. [뉴웨이브보이즈 제공]
뉴웨이브보이즈의 이지 디자이너가 브랜드의 상징인 물결 자수가 새겨진 바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고민우 아드베스 대표가 허리단 부위 조절을 통해 입체적인 스타일링이 가능한 한 의류를 소개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

아드베스는 기초 예술을 기반으로 한 유니섹스 브랜드로 단추나 탈부착을 활용해 여러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에스파, 마마무, 에이핑크 등 아이돌그룹이 착용했던 브랜드다. 고민우 아드베스 대표는 “1년에 두 번 있는 오프라인 팝업으로 고객들을 만나고 있으며 현재 일본, 자카르타, 영국 등에도 판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번 패션코드의 또 다른 볼거리는 지속가능패션을 실천하는 브랜드를 모아둔 별도의 쇼룸이다. 폐비닐을 활용해 만든 업사이이클 신발 브랜드 누스미크, 재고의류와 재고 원단으로 제작한 의류 브랜드 리네(leene), 산업폐기물에서 나온 은을 재활용해 만든 점토 주얼리를 선보이는 썸머태그솔 등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산업폐기물에서 나온 은 점토를 활용해 제작된 썸머태그솔의 은 반지. 김희량 기자
재고 의류를 활용한 업사이클 브랜드 리네의 제품들. 김희량 기자

이혜선 썸머태그솔 대표는 “점토주얼리는 매끄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디자인으로 은의 순도는 99.9로도 기존 제품들보다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중립이나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재활용해 분말로 만든 재료를 수입해 작업 중”이라며 “앞으로 콜라나 사이다 병을 활용한 유리 공예 제품들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버려진 자투리 가죽 등을 해체한 후 디자인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리네(leene)는 지난해 10월 탄생한 신규 브랜드이다. 이수현 리네 대표는 “환경을 고민하는 것까지도 디자이너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업사이클링을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해체한 옷들도 새 디자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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