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2일 뉴스뷰리핑] 조수진은 사퇴, 이종섭은?

권태호 기자 2024. 3. 2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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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8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받는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21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늘(3.22) 아침 가장 큰 뉴스는 △의·정 충돌 가속화(4곳)입니다. 정부는 ‘면허정지 압박’, 의사들은 ‘52시간 근무 준수’로 맞서고 있습니다. 이어 정치권 뉴스로 △이종섭 호주대사 귀국(3곳) △후보등록 시작(3곳) △조수진 성폭행 변호 논란(2곳) 등이 주요한 뉴스로 1면에 자리잡았습니다.

2024.03.22 한겨레뷰리핑.
① 차이의 발견 : 이종섭과 조수진
② 시선, 클릭!
-금리인하, 미국은 6월 한국은 7월?|
- 기업 이야기(삼성전자, 라면 1조 수출)
- 다음주 개통 GTX 수서~동탄 4450원
- 초등 6학년, 의대 가려고 지방유학 고민?
- 총리가 시골 돌잔치 참석하는 나라
③ Now and Then : Shut Down(블랙핑크, 2022)

① 차이의 발견

- 오늘부터 총선 후보 등록이 시작됩니다. 매 총선 때마다 ‘공천 과정’은 몸살을 앓고, ‘공천 불만’은 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이번만큼 양당 공히 후보등록 전날까지 논란이 가시지 않았던 적은 거의 없었던 듯합니다. 후보등록 전날인 어제(목),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소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종섭 귀국이었고,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조수진 논란이었습니다. 그런데 조수진 후보는 오늘(금) 새벽 2시에 후보 사퇴했습니다.

- 기사의 가치판단은 각 언론사의 고유 영역입니다. 각 언론사들은 자기판단에 의해 결정하고, 또 독자들은 그에 따라 언론을 선택합니다. 요즘은 ‘선택’한다기보다, 포털이나 SNS 등을 통해 뉴스를 마주치게 되는 경우가 더 많긴 합니다만. 이 사안을 각 언론이 어떻게 다뤘는지를 살펴보면,

- ‘이종섭 귀국’에 대해선 1면에는 한겨레 경향 한국일보 등 3곳(모두 머리기사)이 썼고, 동아일보는 사진만, 그리고 조선과 중앙은 1면에 이 기사를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또 사설은 조선일보를 제외한 나머지 5개 언론사가 모두 이 문제를 비판적으로 지적했습니다. 이종섭 건에 대해 진보, 보수언론 모두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 ‘조수진 논란’을 1면에 쓴 곳은 조선일보와 한국일보입니다.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입니다. 사설은 조선일보, 한국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등 4곳이 지적했습니다. 이 사안 역시 보수, 진보언론 공히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 ‘이종섭 건’은 국가권력의 수사방해 의혹이고, ‘조수진 건’은 국민대표의 자격에 관한 것입니다. 그래서 두 사안만 보면 ‘이종섭 건’이 훨씬 더 심각한 사안입니다. 그러나 신문기사의 배치는 진공상태에서 개별 사안의 중요도만으로 매번 결정되는 게 아니고, 추가되는 새로운 소식(new)이 좌우하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합니다.

# 이종섭 귀국

- 각 관계자들의 발언을 전합니다.

1. 이종섭 대사

- “(국내에) 체류하는 기간에 공수처와 일정 조율이 잘돼 조사받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어제 귀국하면서)

2. 민주당

- 이재명 대표, “도둑 입국했다. 도주 사태도 의혹을 명확히 밝히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 처벌해야 한다”

-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 “한동훈 위원장은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얘기했는데 어림도 없는 소리다. 이제 시작이다. 핵심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려고 했던 것과 비슷해 보인다”

3. 다른 정당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대통령이 국민에게 항명하고 있다. 이 대사 본인의 결단이 필요하고, 결단이 늦어지면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전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 차규근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조국혁신당), “이 대사 출국금지 즉시 처리하라”

4. 국민의힘

1) 한동훈 비대위원장

- “민심을 받아들이고 국민의 뜻을 어떻게든 좇아 보려는 국민의힘의 뜻으로 이 대사가 귀국했다. 이제 답은 공수처와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이지, 정부와 국민의힘이 해야될 건 아니다. 저는 검사를 오래 했지만, 이렇게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언론플레이를 하고 (이 장관 출국을 허락한 적 없다고) 직접 입장문을 내는 수사기관을 본 적이 없다”

=>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언론공지를 하자, 얼마 뒤 공수처가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공수처가 ‘입장문’을 내지 않았으면, ‘공수처가 출국을 허락’한 게 됩니다. 그래도 입장문을 내지 말았어야 했을까요.

=> “마음이 다급하시더라도 절차에 따라 수사에 잘 응하면 될 것 같다. 수사는 일정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6월7일,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셀프 출석’을 시도했을 때, 당시 한동훈 법무장관이 한 말입니다.

2) 사퇴하라는 국민의힘 의원

- 김태호 의원, “즉시 사퇴하고, 민간인 신분으로 철저하게 수사받아야 한다”

- 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 “이 대사가 스스로 결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 최재형 의원, “(대통령실에서)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는 것만 가지고 밀어붙일 것이 아니고 정말 국민의 마음을 읽는 정책을 계속 추진해나가야 한다”

- 서울 출마 한 후보, “외국 대사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으면 그게 무슨 대사냐. 사퇴하거나 해임하는 게 가장 깔끔하다”

3) 그만하자는 국민의힘 의원

- 수도권 의원 1, “들어왔으면 된 것 아니냐. 자진 귀국했고 조사받는다고 했기에 상황이 바뀌었다. 공수처가 빨리빨리 수사하지도 않고, 잡음만 일으킨다. 민주당 2중대냐”

- 수도권 의원 2, “이 대사 귀국으로 거취 문제는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것이다. 우리로선 더 끌고 가 봤자 좋을 게 없다”

4) 걱정하는 수도권 의원(의원 텔레그램 방)

-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 “강원도에도 여파가 밀려오는데, 수도권 큰일 납니다. 시급합니다!”

- 유의동 정책위의장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

- 김학용 의원 “선거 때는 국민에게 져야 이길 수 있다. 경기도는 휘청휘청한다”

- 박수영 의원(친윤계) “부산마저 위험하다”

5. 대통령실 요지부동

- 고위 관계자, “공수처가 대답해야 한다”

- 윤 대통령,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을 대통령민생특별보좌관(장관급) 자리를 신설해 위촉. 주 전 위원장은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명단에서 당선권 밖인 24번에 배치되자 반발해 사퇴. 주 특보는 윤 대통령이 2003년부터 2년간 광주지검 근무할 때, 수사관이었음. 이후 지금까지 20년 간 친분. 이미 주 특보 아들도 대통령비서실 내 부속실 6급 행정요원으로 근무중.

## 조수진 사퇴

1. 논란 이유

1) 성폭행 가해자 변호

- 조수진 후보는 변호사 시절, 성폭행 가해자 변호를 꽤 많이 했습니다. 이를 문제삼는 이들도 있으나, 대체로 변호사가 ‘가해자를 변호했다’는 이유만으로, 결격 사유가 된다고 하는 지적은 많지는 않습니다.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서 ‘변호사가 변론한 게 무슨 문제냐’고 하기도 합니다만, 조수진 변호사 논란은 그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2) 2차 가해 논란

- 지난해 태권도장 사범이 미성년 제자(10살)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서 ‘피해자의 성병이 제3자나 가족한테 옮았을 가능성’을 적시해 법정에 제출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가해자의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피해자 가족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이 이는 대목입니다. 변호사 업무를 충실히 하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선’을 넘었다는 게 일반적 시각입니다.

3) ‘강간 통념’ 블로그 게시 논란

- 변호사 홍보 블로그에서 성폭력 가해자는 ‘강간 통념’(여성이 거절했더라도 실제로는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는 통념)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2. 전격 사퇴

- 오늘 새벽 2시께 조수진 변호사 페이스북 글입니다.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국회의원이 되면 똑같은 자세로 오로지 강북구 주민과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려고 했다. 그러나 (제 각오가) 국민께서 바라는 눈높이와 달랐던 것 같다. 제가 완주한다면 선거 기간에 이 논란은 계속될 것이다”

3. 강북을 후보 어떻게?

- 후보등록은 오늘 오후 6시가 마감입니다. 민주당은 오늘 강북을 후보를 정해야 합니다. 이제 경선은 불가하고, 그냥 지명해야 합니다.

- 이 지역 박용진 후보가 현역의원 ‘하위 10%’에 속해 경선득표 30% 감산 조치를 받아, 정봉주 전 의원에게 패했고, 정 전 의원이 과거 막말 논란으로 낙마했습니다.

- 당은 추가 공천 신청을 받아 27명 지원자 가운데 조수진 후보를 택해 박 의원과 경선을 치르게 했습니다. 통상 민주당 경선은 국민 여론조사 50%, 지역당원 여론조사 50%로 결정하고, 앞선 정봉주 전 의원과의 경선 때도 이 방식을 택했습니다. 당시 이 방식에서 박 의원은 실제 경선에선 이겼으나, 감산으로 인해 패했습니다. 그런데 조수진 후보와의 경선 방식은 전국당원 70%, 지역당원 30%로 바뀌었습니다. 조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입니다. 박 의원은 ‘감산 30%’, 조수진 후보는 ‘여성신인 25% 가산’을 받아 치렀고, 조수진 후보가 크게 이겼습니다.

- 박용진 의원을 다시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봅니다.

# 이종섭과 조수진 사설

1) 이종섭 귀국

한겨레 = ‘이종섭 귀국용’ 회의급조, 나라망신·세금낭비
동아 = 이종섭 위해 공관장회의급조’… 무리수가 무리수 낳는다
중앙 = ‘이종섭 구하기’ 공관장 회의급조 과연 옳은 일인가
경향 = 현실화한 ‘피의자 대사’ 리스크, 외교에도 부담 주는 이종섭
한국 = 공수처, 이종섭 수사 외풍에 떠밀리면 안 된다

2) 조수진 논란

한국 = 아동 성폭행에 통념 벗어난 변론… 조수진, 의원 자격 있나
한겨레 = 여성단체 사퇴 촉구, 조수진 후보와 민주당 무겁게 들어야
경향 = 성폭력 '2차 가해' 변호사를 국회의원 후보 만든 민주당
조선 = 성범죄자들 전문 변호인을 '인권 변호사'라며 공천한 민주당

② 시선, 클릭!

# 금리인하, 미국은 6월 한국은 7월?

- 금리가 인하되면, 대출받은 가계와 자영업자들에게도 일부 숨통이 트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물가, 특히 부동산값을 조심해야 하겠지요.

- 자영업자 대출연체도 그렇고, 경기불황의 지표가 생각보다 심각한 편입니다. 다만, 불황이 소득 하위계층, 지방에서 더 심해 서울 중산층들은 상대적으로 덜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1970년대에는 ‘까치 담배’(담배를 가판대 등에서 1개피씩 파는 것)도 있었다고 합니다. 80년대에도 있었나요? 그리고 IMF 때는 설탕을 1포대씩이 아니라, 덜어서 팔기도 했습니다.(제가 그 기사를 쓴 기억이 납니다) 불황의 증표입니다. 물론, 이번의 `잔술 판매'는 반드시 불황 때문이라고 하긴 좀 곤란한 측면이 있긴 합니다. 식당 등에서 편의적으로 한 잔씩 팔던 `글라스 와인'이나 `위스키 샷'이 법 규정에 보니, 위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 이를 명확하게 정리하기 위한 차원이 강하긴 합니다.

## 기업 이야기(삼성전자, 라면 1조 수출)

- 삼성전자의 내면을 알 수 있는 기사입니다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온국민이 삼성을 걱정하는 나라이구나’라는. 신문을 보면, 삼성 걱정이 빠지는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삼성이 우리 경제에서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 정부와 국민이 정말 걱정해야 하는 건 이런 것들이 아닐런지요. 삼성은 알아서 잘 할테니, 정부는 이런 걱정을 좀더 했으면 합니다.

- 최근에는 거대기업 뿐 아니라, 우리나라 중견기업들의 약진도 두드러집니다.

### 다음주 개통 GTX 수서~동탄 4450원

#### 초등 6학년, 의대 가려고 지방유학 고민?

- 정상이 아닙니다. 이런 사회에선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 총리가 시골 돌잔치 참석하는 나라

-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라는 노래가사가 이런 기분이겠군요.

###### ...

- 원래 이 란의 항목을 5개를 넘기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만...

③ Now and Then

지난해 우리나라 지식재산권 무역수지가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고 한국은행이 지난 수요일(20일)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 무역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해는 2021년과 지난해로 단 두 해뿐이니, ‘역대 최대’라는 말이 좀 민망하기는 합니다. 로열티, 문화 등에서 늘 후발국가로 선진문물을 수입하는 데 주력해 온 우리나라가 지식재산권 흑자국으로 돌아선 데에는 자동차, 이차전지 관련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특허·실용신안권 수출도 기여했지만, 특히 드라마·영화·웹툰 등 한류 콘텐츠 수출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해 지식재산권 무역수지는 1억8천만달러(약 2407억원) 흑자로 그렇게 엄청난 규모는 아닙니다. 또 특허·실용신안권(-7억 달러), 상표·프랜차이즈권(-11억7천만 달러) 등 산업부문에선 여전히 적자이지만, 음악·영상(9억5천만달러) 등 문화예술저작권 흑자가 11억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해외 공연 등이 확대된 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K팝 걸그룹 ‘블랙핑크’의 ‘셧 다운’(Shut Down, 2022)' 뮤직비디오가 어제(목) 유튜브에서 1년 6개월만에 6억뷰를 돌파했다고 합니다. 블랙핑크의 15번째 6억뷰 기록입니다. 대표곡 ‘뚜두뚜두’(2018)는 21억뷰, ‘Kill This Love’(2019)는 19억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록 등이 우리나라의 지적재산권 흑자에 기여하고 있을 것입니다. ‘유튜브 퀸’ 블랙핑크의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9320만명, 전세계 남녀 아티스트를 통틀어 1위입니다.

‘셧 다운’은 광고음악에도 자주 나오는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를 샘플링한 힙합곡으로, K팝 최초로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에서 주간 차트 1위에 오른 곡입니다. 위 영상은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코첼라 페스티벌’ 공연입니다. 코첼라는 매년 2주 동안 열리는 세계 최고의 팝축제로, 1999년부터 시작됐습니다. 현대판 우드스톡 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넓은 사막도시 이곳저곳에서 공연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데, 헤드라이너는 메인스테이지 중에서도 공연의 맨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표 출연자’를 말합니다. 지난 24년간 1~3일차 헤드라이너로 등장한 아티스트들을 보면, 폴 매카트니, 프린스, 콜드플레이, 라디오헤드, 에미넴 등 전설적 그룹부터 레이디 가가, 비욘세, 아리아나 그란데 등 현존 최고 팝스타들이었습니다. 지난해 2일차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선 블랙핑크는 K-팝 아티스트 중 최초였습니다. 블랙핑크의 그 무대는 현장관객 12만명, 인터넷 관객 2억명 등 규모가 천문학적 수준입니다.

이 영상을 보니, 어제 띄웠던 23년 전 ‘클론’의 무대(2020)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그러나 과거 그런 무대들이 쌓이고 쌓여 오늘날의 BTS, 블랙핑크가 있을 수 있었겠지요. 또 한편으로는 노래, 춤, 무대매너 등 어느 하나 흠 잡을데 없는 이런 무대가 있기까지 얼마나 엄청난 노력과 역량이 쌓이고 쌓였을까요. 지금의 K-팝 아티스트들은 실력, 노력, 운이 모두 겹치고 겹쳐 탄생한 최후의 승자들인데, 그런 엄청난 ‘경쟁’을 뚫고 뚫었으니, 지금의 블랙핑크가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블랙핑크의 영상을 보니, ‘국뽕’보다 이젠 전세계를 상대로 해야 하는 그 아득한 ‘경쟁력’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짐작이 안 됩니다. 비단, K-팝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분야에서 모두에게 요구하는 ‘경쟁력’이란 게 결국 이처럼 ‘블랙핑크’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힙니다. 노력으로 닿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블랙핑크’ 외에도 ‘10개의 소녀시대’, ‘100개의 S.E.S’, ‘1000개의 펄시스터스’가 각기 제 무대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할 터인데, 세상은 ‘another 블랙핑크’만 요구하며, ‘The winner takes it all’을 시대정신이라며 사람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우린 ‘블랙핑크’가 될 수 없기에, ‘블랙핑크’가 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오늘은 넋두리인지, 푸념인지... 휴일 잘 보내시고, 월요일 아침에 뵙겠습니다.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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