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 좋은 축구 감독이 없는 진짜 이유

김세훈 기자 2024. 3. 2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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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브라질 남자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도리발 주니어는 지난 22년 동안 26번째 감독직을 맡았다. 게티이미지



브라질에 최고 축구 선수들은 많은데 최고 지도자들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언론 ESPN이 브라질에서 좋은 지도자가 나올 수 없는 이유를 22일 비중있게 보도했다.

축구단 구조적 한계가 가장 큰 이유다. 브라질은 결과에 집착하고 단기적인 ‘채용 및 해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 ESPN은 “대부분 브라질 클럽은 대중 정서를 따라야 하는 이사회와 회장을 선출한다”며 “선출된 다음 곧바로 재선 모드로 들어가는 이들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다”고 전했다. 클럽 회장은 클럽의 돈으로 잔여연봉을 주면 되고 해고된 지도자도 다른 직업을 찾는 데 큰 문제가 없다. ESPN은 “많은 브라질 축구는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감독도 전술적 혁신가보다는 사람을 관리하는 직업으로 간주된다”고 해석했다. 재능있는 선수들이 자주 팀을 떠난다는 것도 지도자 사기를 떨어뜨린다. ESPN은 “스타 센터 포워드와 미드필더 장군을 잃은 팀 감독이라면 계속 남아 있을 의욕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전했다.

브라질에는 12개 빅클럽이 있다. 12개팀은 68차례 브라질 챔피언십 중 62차례 우승을 나눠 했다. 여기에서 두 가지 연쇄 효과가 생긴다. 전반적으로 성적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점, 그래서 해고될 가능성과 다른 팀으로 옮길 개연성이 동시에 크다는 점이다.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브라질 감독은 해외에서는 직업을 찾기 힘들다. ESPN은 “유럽축구는 브라질 축구와 다르다”며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 수준의 클럽들은 브라질 감독을 고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SPN은 “브라질 지도자도 작은 유럽 클럽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리면 더 큰 클럽으로 갈 수도 있다”며 “그런데 이는 10년이 걸릴 수 있어 본인과 가족에게는 큰 도박”이라고 전했다. ESPN은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 브라질 빅 12개 클럽도 경쟁력 있는 임금을 지불할 수 있다”며 “브라질 지도자가 유럽으로 오면 재정적 타격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칭 라이센스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진다. 대부분 유럽 리그는 브라질 코치 라이선스와 지도력을 크게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브라질 코치들은 아르헨티나 등 해외에서 코칭 과정을 수강하거나 선수로 은퇴한 유럽 해당국에서 코치 과정을 수강한다. 언어 장벽도 크다. 대부분 브라질 코치들은 영어나 스페인어를 구사하지 못한다. 브라질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외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실질적인 압력이나 필요성이 없는 거대한 나라다. ESPN은 “물론 통역을 두면 되지만 선수와 직접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은 추가적인 장애물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유럽 빅 5리그에는 96개 클럽이 있고 비유럽 감독은 8명에 불과하다. 볼로냐의 티아고 모타(브라질), 첼시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아르헨티나), 호펜하임의 펠레그리노 마타라초(미국)은 사실상 선수 생활 전체를 유럽에서 보냈으며 한 번도 유럽을 떠나지 않았다. 토트넘의 포스테코글루(그리스), 레알 마요르카의 하비에르 아기레(멕시코)는 월드컵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아르헨티나), CD 레가네스의 마우리시오 펠레그리노(아르헨티나)는 수년 동안 유럽에서 뛰었고, 유럽으로 돌아오기 전에 아르헨티나에서 감독으로서 실력을 입증했다. 레알 베티스의 마누엘 페예그리니(칠레)는 유럽에서 뛰지 않았고 대표팀을 지도한 적도 없지만 유럽 빅 5에서 일하는 유일한 지도자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의 첼시 사령탑 사절 모습. 게티이미지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을 이끈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정도만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길을 닦은 소수의 브라질 축구으로 꼽힌다. 그런 그도 2008~2009시즌 첼시에서 한 개 시즌도 못 버텼고, 주로 서남아시아 국가대표팀과 프로팀에 머물렀다. 반데를레이 룩셈부르크 감독도 2005년 레알 마드리드에서 12개월도 안 돼 경질됐다. 최근 브라질 남자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도리발 주니어도 지난 22년 동안 26번째 감독직을 맡았다. ESPN은 “전세계 135개 리그에서 뛰는 외국 선수 1만4405명 중 1289명이 브라질 선수”라며 “그래도 유럽축구는 브라질 지도자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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