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늦게 핀 꽃이 가장 아름다운 법...'만 33세 333일' 주민규는 다음 목표를 노래했다 [오!쎈 서울]

이인환 2024. 3. 22.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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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울월드컵경기장, 이인환 기자] 가장 늦게 폈다고 가장 빨리 지라는 법이 없다. 인고의 시간을 이겨내고 핀 주민규(33, 울산 현대)가 다음 목표를 이야기했다.

황선홍 임시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3차전을 펼쳐 1-1 무승부에 그쳤다. 이로써 한국은 3경기서 승점 7(2승 1무)점을 획득하면서 조 1위를 유지했으나 약체인 태국과 홈 경기에서 무승부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전반 42분 주장 손흥민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지만, 후반 16분 수파낫 무에안타에게 실점을 내주면서 1-1 무승부에 그쳤다. 경기 마지막까지 적극적으로 공격했던 한국은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이 경기는 만 33세 333일의 나이로 대표팀에 승선한, '최고령 늦깎이 대표팀 승선' 기록을 가진 주민규의 선발 출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주민규는 제주 유나이티드와 울산HD 등에서 활약하며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이름 날렸지만, 황의조, 조규성 등 해외파 공격수에게 밀려 단 한 번도 이름 불리지 못했다.

마침내 주민규는 대표팀에 승선했다. 주민규는 2021, 2023시즌 각각 22골, 17골을 기록하며 K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2022시즌에도 득점왕 조규성과 동일한 17골을 기록했지만, 출전 경기가 더 많았기에 득점왕 타이틀을 내줬다.

주민규의 실력엔 의문이 따르지 않는다. 183cm의 건장한 체격에서 나오는 힘과 간결하고도 정확한 마무리 능력, 양발을 모두 잘 쓴다는 장점이 있는 강력한 공격수다. 특히 22골을 퍼부었던 2021시즌엔 90분당 평균 0.74골을 기록했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지난 11일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황선홍 감독은 "축구는 여러 능력이 있지만, 득점력은 다른 능력"이라며 "3년 동안 리그에서 50골 넣은 선수는 전무하다.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라며 주민규 발탁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 기대를 드러냈다.

주민규는 선발로 나서서 약 64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슈팅은 1회에 그쳤지만, 특유의 힘과 연계 능력을 뽐냈다. 상대 수비수들 사이에서 힘으로 버텨내면서 동료들에게 패스를 연결했다. 그가 기록한 7번의 패스 모두 동료의 발밑으로 향했다.

특히 주민규는 특유의 뛰어난 위치 선정으로 상대 수비수들을 곤란에 빠뜨렸다. 저돌적으로 전진하며 상대 수비 라인을 뒤로 미루면서 동료에게 공간을 만들기도 했고 재빨리 돌아 뛰는 움직임으로 순간적으로 빈틈을 만들기도 했다.

주민규의 위치 선정이 빛을 본 순간은 또 있다. 바로 손흥민의 세리머니 장면이다. 손흥민은 전반 42분 이재성의 낮은 크로스를 골로 연결한 뒤 세리머니를 위해 뛰었다. 이때 가장 가까이 있던 선수가 주민규다. 주민규는 손흥민과 얼싸안아 기쁨을 함께 누렸다.

가장 늦게 핀 꽃인 주민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사실 축구를 하면서 계속 데뷔전을 치르기 위해서 수없이 노력하고 상상했다. 그리고 꿈이 현실이 됐다"면서 "승리하지 못해 아쉽지만 최선을 다해서 팀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데뷔전 경기력에 대한 평가를 묻자 주민규는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이기지 못했다. 솔직히 이겼으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비겼기 때문에 아쉽다. 100점 만점에 일단 50점을 주고 싶다"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최고령 데뷔 소식을 들은 주민규는 “사실 내가 33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 최고령이라고 하니깐 뭔가 40살이라도 먹은 느낌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그래도 어떻게 보면 '최고령' 타이틀이라는 것은 뭐라도 1등이니깐 기분 좋다고 생각한다"고 미소를 보였다.

이날 주민규는 최전방에서 단단한 연계를 선보였다. 그는 "최전방에서 라인을 블록하는 역할이었다. 황선홍 감독님이 중원으로 내려와서 손흥민, 정우영, 이재성의 공간을 만들어주라고 했다.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플레이여서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대표팀서 처음으로 캡틴 손흥민과 호흡을 맞춘 주민규에 대해서 "감히 내가 (손흥민을) 평가할 것이 아니다. 정말 좋은 선수고 내가 잘 맞춰준다면 많은 골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또 나도 제대로 도움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표팀은 이제 태국 원정에 나선다. 2번째 A매치를 앞둔 주민규는 "아마 처음보다 두 번째 경기선 더 잘할 것이다. 솔직히 긴장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뛰다 보니 조금 힘이 들어간 것 같다"라면서 "2번째 경기는 더 잘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염원의 데뷔전을 가진 주민규는 이제 공격수로 다음 목표인 대표팀 데뷔골을 노린다. 그는 "공격수다 보니 다음 목표는 골이다. 태국이 예전보다 확실히 발전했다. 다음 경기도 이야기한 것처럼 '대가리' 박고 열심히 하는 것 말고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가장 늦게 핀 꽃이지만 지금의 주민규는 그 어느 꽃보다 아름답다. 황선홍호서 기회를 잡아 인상적인 데뷔전을 선보인 주민규가 이 기세를 이어 가장 아름다운 꽃으로 그 향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mcado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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