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트럼프 MAGA가 두둔 나섰다, 바이든 정부의 89년생 ‘저승사자’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3.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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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생 ‘빅테크 저승사자’ 리나 칸
취임 후 바이든 반독점 드라이브 주도
親트럼프 인사들 “일 제대로 하고 있어” 칭송
시장 경쟁, 개인의 자유 중시하는 공화당과 공명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로이터 연합뉴스

21일 미국 법무부가 애플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다른 한 편에서 바이든 정부의 반(反)독점 드라이브를 주도해온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빅테크 저승사자’라 불리는 칸은 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메타(페이스북)에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는데, 줄줄이 패소해 “마녀사냥식 소송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런데 정작 바이든 정부와 정치적 스펙트럼의 정반대편에 서있는 공화당 내 친(親)트럼프 인사, 이른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치인들이 칸을 두둔하고 나선 것이 이채롭다.

미 올브리튼 저널리즘 연구소의 뉴스 매체인 ‘NOTUS’는 20일 “칸의 리더십이 캐피톨힐(미 의회)의 가장 오른쪽에 있는 사람과 도널드 트럼프를 사랑하는 공화당원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탄핵을 주도한 공화당 내 강성 맷 케이츠 의원은 “그녀가 한 일이 트럼프 정부에서도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1989년생인 칸은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2021년 6월 임명된 후 반독점법을 왕성하게 집행해왔는데 여기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11월 대선에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J.D. 밴스 상원의원도 “나는 칸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공화당 사람 중 한 명”이라며 “그녀가 기업의 지배력 집중(corporate concentration) 대해 갖고 있는 우려는 정당한 것”이라고 했다. 칸은 빅테크 기업들이 엄청난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으면서 막대한 개인 정보도 축적한 것에 대한 문제 의식이 상당한데, 이게 전통적으로 시장 내 경쟁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해온 공화당 지지자들과 공명하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의 마이크 브라운 상원의원 역시 “모든 시장에는 경쟁이 있어야 하고 투명해야 한다”며 “이런 신념이 없으면 당신은 ‘자유 기업인(free enterpriser)’이 아니다. 칸은 아무도 상대하지 않은 기업들을 상대로 대결을 할 의지가 있다”고 했다.

칸 역시 바이든 정부 소속이지만 당파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이다. 앞서 공화당 강성인 게이츠 의원과 뉴스맥스 TV에 나란히 출연했고, 보수 성향의 법률 단체인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가 주최하는 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NOTUS는 “조금 이상하지만 칸의 세계관과 어젠다가 워싱턴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임기 3년이 다 되도록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건 칸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취임 후 공들여 추진한 빅테크 규제 법안은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재작년 말 폐기됐고,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제소한 소송 상당수에서 패소했거나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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