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컨설팅 피해 ‘급증’… “환불불가부터 촬영금지까지” 황당무계 관행 보니

세종=박소정 기자 2024. 3.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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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웨딩컨설팅 피해구제, 1년새 55% 증가
“위약금 과다 청구·청약 철회 거부 등 피해↑”
“코로나 끝, 혼인 증가” 수요 늘어 해결 시급
정부, 가격 표시제·약관 마련·실태조사 추진

지난해 결혼준비대행업(웨딩컨설팅) 서비스를 이용한 소비자가 소비자원을 통해 ‘피해 구제’를 받은 건수가 1년 새 5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순히 ‘웨딩컨설팅’에 국한된 것으로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나 웨딩홀 등 관련 업계의 피해 사례까지 합산하면 숫자는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결혼 서비스 시장의 실태가 산발적으로 파악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종합적인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피겨 선수 출신 김연아와 그룹 ‘포레스텔라’ 멤버 겸 성악가 고우림의 결혼식.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스1

22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준비대행업 관련 소비자 피해 구제 건수는 235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92건에서 2022년 152건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이는 단순히 접수한 신고 건수가 아니라, 소비자원에 피해 사실을 입증하고 전문가의 사실 조사 등을 거쳐 업체와 소비자 간 실제 합의가 권고된 사안에 대한 숫자다. 실제 웨딩업계에서 소비자가 불합리한 일을 겪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결혼준비대행 서비스란 이용자를 대신해 웨딩드레스·턱시도 대여, 결혼사진 촬영, 메이크업, 헤어 세팅 등 웨딩 패키지 상품부터 웨딩홀 예약, 혼수용품 구매 알선까지 결혼식과 관련한 전반의 준비를 대행하는 서비스를 일컫는다. 결혼식 준비 과정이 복잡하고 정보가 제한된 탓에 요즘 예비 신랑·신부에게 필수 코스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 “‘워킹’ 신부는 불이익?” 겪지 않으면 모르는 문화들

지난해 소비자원이 실시한 자체 분석에 따르면, 웨딩 관련 피해 구제 유형 중에는 ‘위약금 과다 청구’와 ‘청약 철회 거부’ 등 계약 관련 불만·피해가 가장 많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웨딩박람회 등을 찾아 상품을 구매한 후 14일 이내라면 위약금 없이 ‘청약 철회권’ 행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애초부터 계약서에 ‘환불 불가’ 원칙을 기입해 두는 경우가 있고, 환불을 해주는 경우 계약 실행일까지 기간이 충분히 남아 있더라도 과도하게 위약금을 물리는 경우도 있다.

이 밖에 헤어·메이크업 스텝의 당일 ‘노쇼’(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것)나 스냅사진 등이 담긴 앨범 품질 불량 피해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명백한 소비자 피해 구제 사례로 잡히진 않지만, 황당무계한 업체의 ‘갑질’ 관행·문화도 만연하다. 직접 발품을 파는 이른바 ‘워킹’ 신부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태가 대표적이다. 워킹은 플래너를 끼지 않고, 직접 발품을 팔아 스드메 계약을 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비 신부 A(31)씨는 “일부 드레스숍은 웨딩 플래너를 통하지 않으면 더 높은 가격을 부르거나, 노골적으로 불친절하게 응대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예비 신랑이 때아닌 ‘그림 실력’을 겸비해야 하는 고충도 있다고 한다. 대부분 드레스숍에선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드레스를 입어본 후 원하는 드레스를 최종 선택하기 위해서는 이를 수기로 기록해 기억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예비 신랑 B(32)씨는 “여자친구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드레스 도안’을 출력 해줘서, 드레스 재질이나 라인 종류를 미리 공부해 간 뒤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이 밖에 촬영기사·드레스 헬퍼·웨딩 홀 담당자에 대한 팁(사례금)·간식 제공 문화 등도 불편한 지점으로 지적된다.

사정이 이렇자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결혼 서비스 시장에 대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현황을 파악한 것이 없다”면서 “연구용역을 통해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있고, 소비자 불만이 있는지 실태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레스숍을 돌아다니며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이른바 '드레스 투어' 때 사용하는 도안 예시. /독자 제공

◇ 웨딩 ‘가격 표시제’ 추진… ‘추가금 파티’ 근절될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무엇보다 단계, 단계마다 예측하기 어려운 ‘가격’이 가장 큰 불안이자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 역시 이런 문제를 고려해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가격 표시제’를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중요한표시·광고사항 고시’를 개정해 웨딩 관련 업종을 모두 포함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격 공개 방침이 ‘추가 비용’의 굴레를 근절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또 다른 예비 신부 C(31)씨는 “사진 촬영 과정은 그야말로 ‘추가금 파티’다”라며 “드레스가 신상, 유색인지부터 촬영을 야간에 하는지, 헤어 피스를 붙이는지, 원본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지까지 상담 과정에서 더 좋아 보이는 옵션을 선택하는 족족 모두 추가 비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격 표시를 하더라도 철저한 단속이 동반돼야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일례로 헬스장 역시 2022년 6월 이후 가격표시제가 의무화했으나 지키지 않는 업체가 10곳 중 1곳 꼴인 것으로 공정위 모니터링 결과 조사됐다. 위반 업체는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 실제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곳은 아직 없다.

공정위는 이 밖에 결혼식장 계약금 반환 규정과 관련한 약관의 불공정성도 지난해부터 살피고 있으며, 결혼준비대행업 표준 약관 마련도 준비 중이다.

한편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뤄둔 혼인이 성사되면서, 웨딩 관련 수요는 급증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4000건으로 전년 대비 2000건 증가했다. 1년 전 대비 혼인 건수가 ‘증가’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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