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남한산성’ 속 대장장이 서날쇠 등 대장간 둘러싼 인문학적 풍경

최재봉 기자 2024. 3. 22.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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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에는 서날쇠라는 이름의 대장장이가 나온다.

서울 아차산 고구려 군사 보루에 딸린 대장간 흔적, 노비 출신 대장장이로 가장 높은 관직에 올랐던 장영실, 왜적들로부터 노획한 조총을 본떠 우리식 조총을 개발한 이순신, 김홍도 풍속화 '대장간'과 중국 지린성 지안의 고구려 고분벽화 속 대장장이 신, 그리스 신화 속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 판소리 '흥보가'(박타령)에 나오는 대장간 풀무 불기 품팔이 삽화 등 대장간을 둘러싼 다양한 인문학적 풍경을 그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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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에 실린 그림 ‘대장간’. 위키미디어 코먼스

대장간 이야기
첨단 기술의 원점을 찾아서
정진오 지음 l 교유서가 l 1만8000원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에는 서날쇠라는 이름의 대장장이가 나온다. 병자호란 때 임금이 피신한 남한산성 안 마을의 대장장이인 그는 청군의 공성전 당시에는 수어청의 야장(冶匠)으로 망가진 병장기를 고치는 일을 맡았다. 뿐만 아니라 임금의 밀서를 지닌 채 청군의 포위를 뚫고 산성을 빠져나가 경기도와 충청도 등지의 군영에 전달하는 밀사 역할까지 수행했고,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담당할 정도로 비중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입과 명분만으로 전쟁을 치르는 조정 신료들에 대비되어, 실질과 민중의 생명력을 대표하는, 소설의 진짜 주인공인 셈이다.

기자 출신 작가 정진오가 쓴 ‘대장간 이야기’는 사라져 가는 유산이라 할 대장간의 현장과 역사, 대장간을 담은 기록과 그림 등을 두루 모아 소개한다. 인천광역시 중구 도원동에는 대장간 셋이 바짝 붙어 있다. 사실상 국내에 남은 마지막 대장간 거리라 할 텐데, 이곳 인일철공소는 1938년생인 송종화 장인이 운영하고 있다. 2023년 정초에 방문했을 때 리듬감 넘치는 망치질 소리가 울렸던 대장간이 장인의 와병으로 한 달 남짓 문을 닫아 둔 상태라는 머리말이 안타깝다.

서울의 경우에는 을지로 7가가 대표적인 대장간 거리였다. 조선 시대에 무기를 제조하던 각 군영이 이 일대에 있었는데, 여기서 일하던 야장들이 을지로 7가의 대장간과 철물 산업의 역사로 이어졌다. 녹번동이나 수색, 구파발 등지에도 대장간이 많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값싼 중국산 제품들이 철물점 진열장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서울미래유산 489개 중 두 번째에 올랐던 대장간은 그렇게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김훈의 다른 작품 ‘현의 노래’는 “대장장이 소설”이라 할 정도로 대장장이를 자주, 무게감 있게 등장시켰다. 이 소설의 대장장이 야로는 가야 임금의 장례 용도로 엄청난 양의 쇠를 만들고, 전투에 쓸 다양한 병장기도 제작하며, 이중간첩 노릇을 하다가 결국 신라에 귀부한다. 서울 아차산 고구려 군사 보루에 딸린 대장간 흔적, 노비 출신 대장장이로 가장 높은 관직에 올랐던 장영실, 왜적들로부터 노획한 조총을 본떠 우리식 조총을 개발한 이순신, 김홍도 풍속화 ‘대장간’과 중국 지린성 지안의 고구려 고분벽화 속 대장장이 신, 그리스 신화 속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 판소리 ‘흥보가’(박타령)에 나오는 대장간 풀무 불기 품팔이 삽화 등 대장간을 둘러싼 다양한 인문학적 풍경을 그려 보인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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