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이 간다] 입던 옷들이 바다에? '패스트 패션'의 그늘
[뉴스데스크]
◀ 기자 ▶
파리 특파원 손령입니다.
제가 있는 곳은 아프리카 가나 수도인 아크라 시내입니다.
지금 제 뒤로는 의류 쓰레기들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이 옷들은 도대체 어디서 왜 왔는지 한번 취재해보겠습니다.
◀ 리포트 ▶
거대한 옷더미 산에서 불과 1km 옆에는 세계 최대 중고 의류 시장, 칸타만토 마켓이 있습니다.
관련 종사자만 3만 명, 전 세계에서 버려진 옷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교복이나 작업복 등 한국에서 온 옷들도 여기저기 보입니다.
한 벌에 단 돈 5백 원.
[중고 의류 시장 상인] "하나에 5 세디 (5백 원가량)로 엄청 싸서 이렇게 걸레처럼 쓰고 버리기도 해요. 비가 많이 오면 다 바다로 가요."
심지어 이렇게 한글이 적혀 있는 수건들도 대규모로 수출이 됐는데 상인들은 도저히 쓸 수 없는 쓰레기 수준이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마미 제인/중고 의류 시장 상인] "한국 수건이에요. 더러워서 다 버려야 되는 것들이에요. 절반 정도가 상태가 이렇습니다."
갈수록 쓸만한 옷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데, 품질을 낮춰 잠깐 입고 버리는 이른바 '울트라 패스트 패션' 옷들 때문입니다.
수도 안에 있는 의류 폐기장 10곳은 7만 제곱 미터에 달하지만 모두 포화상태로 폐쇄됐습니다.
태우고 또 태워도, 쌓이는 옷이 더 많아 결국은 강으로 버려집니다.
가나 수도에서 가장 가까운 바닷가입니다.
강가에 버려진 옷들은 이렇게 바다까지 흘러들어왔고, 파도에 휩쓸려서 옷들은 어촌 마을 해안가를 이렇게 가득 메웠습니다.
그리고 바다 속에도 옷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해안가는 염료로 둔탁하게 물들었고 폴리에스테르, 사실상 플라스틱인 미세 섬유 조각들이 바닷물로 녹아 들어갑니다.
바다거북과 산호는 사라졌고 더 이상 고기도 잡히지 않습니다.
[오마니 꿔꾸이/어부] "가까운 바다엔 고기가 없어요. 물고기를 잡으려면 먼바다까지 나가야만 합니다."
전 세계 폐수의 20%, 온실가스의 10%가 옷을 만들고 버리는 과정에서 생겨납니다.
유럽 사람 한 명 당 매년 12kg의 섬유폐기물을 버리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한국 역시 미국, 중국 등과 함께 의류 쓰레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 5개국에 꼽혔습니다.
[새미오탱/섬유 폐기물 환경단체 'OR' 활동가]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습니다. 이런 착취적인 구조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더 비관적인 건 이런 현상이 앞으로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최근 20년간 패스트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폴리에스테르 옷이 2배 늘었고, 인터넷 쇼핑 활성화 등으로 의류 판매량 역시 오는 2030년까지 지금보다 65%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유럽 의회는 최근 옷과 신발 등을 만들거나 수입하는 회사들에게 처리 비용을 부담시키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의류 산업이 환경에 주는 부담을 덜기 위한 전 지구적인 노력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가나 아크라에서 MBC뉴스 손령입니다.
영상취재 : 이유경·브라이트 / 영상편집 : 허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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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이유경·브라이트 / 영상편집 : 허유빈
손령 기자(right@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desk/article/6582216_365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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