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엔 내고 왔어요” “겸사겸사 왔어요”...일본인 붐빈 고척돔

김보경 기자 2024. 3. 2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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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찾은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고척돔) 앞 공터. 사방에선 일본어가 들렸다. 일본인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영문 이름과 등번호 17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는 커다란 천으로 된 일본 국기를 둘러 맨 사람, 일본 국기 깃발을 비롯해 직접 만들어 온 응원 도구를 들고 있는 사람 등 다양한 일본인이 모여 있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20일 오후 2시에 찾은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앞에서 만난 한 일본인 방문객이 직접 만든 부채를 들어보였다. '오타니 쇼헤이' 이름을 한자로 써넣은 부채로, 직접 만든 응원도구라고 했다. / 김보경 기자

고척돔에서 20~21일 양일에 걸쳐 미국프로야구(MLB) 서울시리즈 개막전으로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간 경기가 치러지는 가운데, 고척돔 앞은 ‘일본에서도 보기 어려운 일본 선수’인 오타니 선수를 보러 방한한 일본인 팬들로 북적였다. 이번 개막전 경기 관람 티켓은 해외에서는 예매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방문객 중 일부는 티켓을 구하지 못했음데도 경기 날짜에 맞춰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20일 오후 2시쯤 고척돔 앞에서 만난 미츠오 세키네(56)씨는 “티켓은 일본에서 구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서 “티켓은 없지만 경기장이라도 구경하러 아내와 함께 한국 여행을 왔다”고 했다. 나가노 마유코(58)씨는 “티켓은 없지만 고척돔 인근에 호텔을 잡고 겸사겸사 한국 여행을 다닐 생각”이라면서 “경기를 못 보는 건 아쉽지만 분위기라도 마음껏 느끼고 싶어서 고척돔 앞에 와봤다”고 했다. 남편인 나가노씨는 “오타니 때문에 회사에 휴가를 내고 서울에 왔다”며 “회사에는 비밀인데, 일본 매체 취재진이 너무 많아서 혹여나 사진 찍히고 회사에 알려질까봐 걱정된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20일 오후 2시 30분쯤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앞을 찾은 아리모토 에츠코(88)씨 모녀가 '3일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만들었다'는 깃발 굿즈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들은 경기 관람 티켓이 없는데도 고척돔 앞에서 오타니 선수를 응원하겠다며 한국을 방문했다. / 김보경 기자

직접 만들어온 굿즈로 행인들의 눈길을 끈 일본인 모녀도 있었다. 아리모토 에츠코(88)씨와 50대 딸인 아리모토 토모코씨는 직접 리폼한 유니폼을 입고 “3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화장실도 가지 않고 만들었다”는 커다란 깃발 두 개를 들고 서있었다. 오타니 부부의 실루엣을 종이로 오려 만들어 붙인 후 ‘결혼 축하해요!’라고 쓴 하얀색 깃발 하나와,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오타니의 실루엣을 종이로 오려 만들어 붙이고 이름과 함께 한국어로 ‘만찢남’이라고 쓴 파란색 깃발이었다.

아리모토 모녀도 경기 티켓은 구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고척돔을 찾은 이유를 묻자 아리모토 토모코씨는 “오타니가 하나마키히가시 고교 선수였던 시절부터 팬이라, 경기장 밖에서라도 오타니를 향해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왔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 고척돔 밖에서는 ‘JTB’ 깃발을 든 인솔자를 따라 이동하는 일본인 일행도 목격됐다. 일본 여행대리업체 JTB의 ‘MLB 서울시리즈 2024′ 관전 패키지 상품을 구매해 온 여행객들이었다. 이 여행 상품은 개막전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티켓을 포함하고 있는데, 개막전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보고 한국에 2박3일 머무는 티켓은 약 50만엔(한화 약 440만원), 두 경기 모두 보고 한국에 3박4일 머무는 티켓은 70만엔(한화 약 622만원)에 판매돼 화제가 됐다. 이 상품에 대해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미국에 직접 가 오타니 경기를 보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JTB 2박3일 투어에 참여한 오오하시 나츠메(20)씨는 “3년 전부터 오타니의 팬”이라며 “아빠가 티켓을 선물해주면서 같이 오자고 해 오게 됐다”고 했다. 3박4일 투어에 참여한 일본인 남성 A(66)씨는 “진짜 70만엔 정도를 냈다”며 “그 정도로 오타니 선수의 ‘다이판(大ファンꞏ광팬이라는 뜻의 일본어)’”이라고 외치고 투어 참가자 행렬을 뒤쫓아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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