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하나씩은 다 있대”…‘K화장품’에 난리난 베트남 언니들

김금이 기자(gold2@mk.co.kr) 2024. 3. 2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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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시내 K뷰티 매장 북적
평일 저녁에도 젊은층 발길이어져
고온다습 기후 탓 ‘더마 제품’ 인기
베트남 하노이에 위치한 화장품 스토어 삼미샵에서 고객들이 닥터지 등 한국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김금이 기자]
지난 1월 평일 저녁시간대, 베트남 하노이 시내에 위치한 화장품 스토어 ‘삼미샵’은 10~30대 직장인과 학생들로 북적였다. 매장에선 최신 K팝이 울려퍼지고 닥터지, 디어클레어스 등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모아둔 매대가 가운데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은 대학과 오피스 상권에 위치해 하루에 700명에서 1000명의 손님이 방문하는 대형 매장이다.

이날 삼미샵을 찾은 직장인 안 씨(30)는 “닥터지 수분크림을 애용하고 선크림도 다른 브랜드들과 비슷한 가격에 더 좋은 퀄리티를 갖추고 있어서 꾸준히 구매한다”며 “한국 화장품들은 아시아 사람들의 피부에 특화됐고 민감성 피부에 사용하기 좋은 제품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노이에 지난해 새로 문을 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에서도 K뷰티를 찾는 현지인들이 눈에 띄었다. 롯데몰에 입점해있는 베트남 화장품 스토어 뷰티박스에는 배우 수지와 손석구 등 각 브랜드 모델로 활동하는 한국 연예인들의 광고사진이 전면에 배치돼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노이에서 직장을 다니는 찌엠(24) 씨는 “젊은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의 영향을 많이 받아 집에 한국 화장품이 무조건 하나 이상은 있을 것”이라며 “덥고 습한 기후와 대기질 악화로 많은 사람들이 피부 트러블 고민이 있는데 한국 화장품 효과가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동남아 시장에서 K뷰티가 약진이 두드러진다. 베인앤드컴퍼니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동남아 시장 내 K뷰티 침투율(특정 기간 동안 특정 상품 소비 규모 비중)은 204년 4.1%에서 2022년 10.1%로 2.5배 이상 뛰어 처음으로 두자릿수에 진입했다.

후양 유로모니터 헬스&뷰티 아시아 인사이트 매니저는 “동남아 뷰티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K뷰티에 대한 신뢰와 관심이 높다”면서 “이러한 요소로 인해 동남아 시장은 중국 시장에서의 감소하고 있는 K뷰티 실적을 만회할 기회의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베트남 시장이 돋보인다. 베트남은 글로벌 뷰티 업계에서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진 국가로 꼽힐 만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의 미용·화장품 시장 규모는 2015년 15억 달러(약 1조9500억원)에서 2027년에는 27억 달러(약 3조50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은 덥고 습한 기후 때문에 1년 내내 선크림에 대한 수요가 높고 여드름, 모공과 같은 문제성 피부 해결을 위한 기능성 더마 제품 수요가 높은 편이다.

삼미샵을 운영하는 베트남 종합 화장품 전문업체 TDIC의 후엉지앙 매니저(28)는 “닥터지를 비롯해 디어클레어스, 1004 등 한국 더마 화장품이 라로슈포제, 바이오더마 등 유럽 제품들 인기를 누르고 있다”며 “기후 탓에 트러블이 나기 쉬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화장품 성분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민감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수요를 겨냥해 한국 더마 화장품 브랜드들은 뛰어난 제품력으로 베트남 시장 공략에 성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고운세상코스메틱의 ‘닥터지’다.

지난 2021년 베트남 시장에 진출한 닥터지는 시장 진출 2년만에 1000개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 입점에 성공하며 안정적인 판매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의 올리브영이라 불리는 삼미샵, 소시올라, 왓슨스, 가디언 등에 입점돼 있다. 또 삼미샵 전체 톱3 베스트 셀링 브랜드에 올랐으며, 지난해 주요 시즌에는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닥터지는 고온다습한 베트남 기후를 고려해 선케어와 수분 크림 라인에 집중해 현지 마케팅을 전개했다. 닥터지는 톤업 기능이 있는 뽀송한 마무리감의 ‘브라이트닝 업 선 플러스’와 민감성, 여드름성 피부에 적합한 산뜻한 젤 타입 ‘레드 블레미쉬 클리어 수딩크림’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한국 대표 더마 브랜드’라인 인식과 ‘피부과 의사 화장품’이라는 입소문이 더해져 현지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 관계자는 “베트남 지역 특성 상 환경 오염 및 기후에 따라 여드름성 피부 고민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아 더마 화장품 수요가 증가한 면도 있다”며 “베트남은 젊은 인구 비중이 높기 때문에 K뷰티 시장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고 올해 200%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베트남에서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 미쟝센, 바이탈뷰티, 에스트라의 6개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에스트라는 최근 베트남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 ‘쇼피(Shopee)’ 브랜드관에 입점했다. 이어 베트남 현지 오프라인 멀티 브랜드 스토어인 ‘뷰티 박스’ 17개 전 매장에도 입점할 계획이다.

지난해 9월 성공적인 일본 진출을 시작으로 이번 베트남 진출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태국 진출도 앞두고 있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서무열 아모레퍼시픽 베트남 법인장은 “요즘 베트남에서는 한국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 해당 브랜드가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가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며 “설화수나 라네즈, 혹은 이니스프리처럼 글로벌에서 성과가 좋은 브랜드들이 베트남에서도 특히 더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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