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50조 성공 보여드릴 것...경영 기회 달라” 주총 앞둔 한미약품 장·차남 주주에 호소

허지윤 기자 2024. 3. 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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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임종윤·종훈 사장 21일 기자회견
28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후보 표 대결
(왼쪽부터) 한미약품그룹 창업자 일가 장·차남 임종윤 사장,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사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3층 에메랄드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을 막아야 한다”며 "(본인들에게) 기회를 주면 한미를 정상화하겠다"고 주장했다. /허지윤 기자

한미약품 창업자 일가의 장·차남인 임종윤, 임종훈 사장이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를 한 주 앞두고 “OCI와의 통합을 막아야한다”며 국민연금에 의결권 행사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연금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7.38%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다. 이날 두 형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한미사이언스 지분 확보 경쟁도 예고했다.

한미그룹 창업자 일가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겸 코리그룹 회장과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겸 한미정밀화학 대표는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의 위대한 유산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OCI와 한미약품의 통합을 막아야 한다”면서 “국민연금에서 깊은 고려를 해서 올바른 의결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임종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67% 확보를 목표로 매집을 이어가겠다”라고도 했다.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취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그룹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위로 떠오른 이후 차남 임종훈 사장이 언론 앞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이날 회견장에서 발언의 90%를 장남 임종윤 사장이 주도했다.

현재 한미약품 창업자 일가는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한 모녀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딸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이에 반대하는 장·차남 임종윤·종훈 사장이 둘로 대립하며 분쟁 중이다.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측과 임종윤·종훈 사장 측이 주주 제안한 양측의 신규 이사 후보들을 표 대결을 통해 선임한다. 후보자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은 6명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발행주식 총수의 3%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주주 제안한 안건은 주총에 자동으로 상정되는데, 두 형제는 OCI그룹과의 통합을 막고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 지난달 주주 제안권을 행사했다.

이날 임종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이번 한미그룹과 OCI그룹 합병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으로도 불리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 등으로 기업 경영에 관여하는 것을 뜻한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7.38%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지분 12%를 보유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한미그룹 일가의 경영권 분쟁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열쇠를 쥔 주요 주주다. 현재까지 신동국 회장은 양측에 대해 ‘중립’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자의 고등학교 후배로 친분이 깊었다.

임종윤 사장은 “국민연금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증대를 위해 투자 대상과 관련해 ESG(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해 책임 투자를 이행한다는 것을 첫 번째 가이드라인으로 소개하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에서 법률적인 문제 등을 깊게 고려해 올바른 쪽으로 의결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형제는 OCI 통합 이후 한미그룹의 문화와 경영권 등이 훼손될 것이라며 OCI와의 통합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와 OCI 합병이 이뤄진다면 앞으로 계속 분쟁 소지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합병한다는 그림을 보면 지배구조가 굉장히 불투명해 보인다. 경영권 분쟁 소지가 한미뿐만 아니라 OCI 측에도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이달 송영숙 회장, 임주현 사장의 언론 인터뷰와 회사 측 입장과는 전면 대치되는 주장이다. 앞서 송영숙 회장은 “한미를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은 것이 OCI와의 대등한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임주현 사장도 “국내 최초의 기업집단 간 대등한 통합”이라며 “이를 통한 전략적 제휴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고, OCI와의 통합으로 재원이 풍부해져 한미약품이 기대하던 신약 개발의 완성을 자체적으로 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다툼 속 한미그룹 일가의 지분 확보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다. 이번 주총 표대결에서 패할 경우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것이냐는 물음에 임종윤 사장은 “보유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오히려 사들일 것”이라며 “(동생 임종훈 사장과) ‘지분 67% 확보’를 목표로 팔지 않고 매집을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한미그룹의 위대한 유산과 문화를 지켜야 한다”, “제약강국 한미약품그룹을 다시 살려내고 싶다”며 주주들에게 기회를 달라는 호소도 이어졌다.

임 사장은 “한미사이언스에 1조원 이상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며 “투자 유치금으로 바이오 공장을 짓고, 제약강국 한미약품그룹을 다시 살려내고 싶다” “반드시 시총 50조 기업으로의 성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리고, 실패할 경우엔 물러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450개 화학 의약품을 출시한 한미약품은 100개 이상의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 노하우가 있다”며 “이는 진정한 한미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임 사장은 “한미그룹을 한국의 ‘론자’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글로벌 제약사 론자는 세계 위탁개발(CDO)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확보하고, OCI 통합을 막아, 한미그룹을 다품종 소량 생산을 전문으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에 집중해 순이익 1조원의 회사로 만들겠다는 게 임 사장의 얘기다. 임 사장은 북경한미 수익률 등 실적 성장을 거론하며 경영능력도 피력했다. 임 사장은 “순이익 1조를 달성하기 위해선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고 그 외 파트는 매각하는 등 금융공학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를 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차남 임종훈 사장은 “이런 일로 첫 인사를 하게 돼 죄송하고 안타깝다”며 “아버지 생각밖에 안난다”고 말했다. 임 사장은 “아버지는 항상 현장에 가겠다 하셨고, 겸손하라고 늘 말씀하셨다”면서 창업자 고(故) 임성기 회장을 회상했다.

임종훈 사장은 “회사가 더 크려면 한미의 문화를 잘 아는 사람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처럼 다른 업종의 회사가 들어온다면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한미 문화를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훈 사장은 “형님도 저도 대표이사 자리를 해왔다”며 “사람도 키워봤고 같이 힘들게 노력도 해봤다. 아쉽게 내보낸 사람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면서 “저희한테 기회를 주면 (한미그룹을) 정상화시키는 데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글래스루이스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측 사내이사 후보와 한미그룹과 OCI의 통합에 찬성 의견을, 임종윤 사장 측 사내이사 후보에 반대 의견을 냈다. 국내 자문사 KCGS는 주주제안 안건 4건에 대해 찬성을 했고, 1건에 대해서는 반대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측 신규 사내이사 후보는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최인영 한미약품 전무이사, 박경진 명지대 경영대학 교수,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전임교수다. 임종윤·종훈 사장 측은 본인들과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 사봉관 변호사를 사내이사 후보다.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두 형제가 제기한 ‘OCI와 통합을 위한 한미약품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을 종결했다. 재판부는 정기주주총회 개최일인 28일 전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지난 1월 12일 OCI그룹과 한미사이언스는 두 그룹의 통합 계획 결정을 공시했다. 지주사인 OCI홀딩스가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약 27%(7703억원)를 인수하고, 이와 동시에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약 10.4%를 취득하는 내용이다.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에 오르고, 임 사장 측은 OCI홀딩스의 개인으로는 1대 주주(10.37%)가 된다. 양쪽 그룹은 통합지주회사를 만들기로 했다. OCI홀딩스는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하고, OCI 이우현 회장과 한미 임주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게 된다. 그룹별 현물출자, 신주 발행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 결합 심사를 마치면 두 그룹이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통합된다. 이후 후속 사업조정 등을 거치면서 향후 제약·바이오와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사업군을 기반으로 공동 경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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