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매장 꽃다발 그냥 가져간 할아버지, 3시간 뒤 돌아온 이유
지난 4일 오전 6시쯤. 나이 지긋한 한 남성이 경남 진주시의 한 꽃가게에 들어섰다. 심야시간대에는 무인으로 운영되는 매장이었다. 이 할아버지는 주황색 패딩을 입고 후드를 뒤집어쓴 차림이었다.
그는 매장 안에 적힌 안내문을 읽고 10분가량 전시된 꽃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이후 쇼케이스를 열고 꽃다발 하나를 집어 들더니, 계산을 하지 않고 그대로 매장을 나갔다.
이로부터 3시간 뒤인 오전 9시쯤. 이 할아버지가 다시 가게를 찾았다. 이번엔 푸른색 점퍼에 모자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그는 이제 막 출근해 꽃을 다듬고 있던 직원에게 ‘새벽에 가져간 꽃값을 내러 왔다’고 말했다. 이후 가져간 꽃다발을 짚은 뒤 현금으로 3만원을 냈다.
그는 “할미 생일이라 꽃을 주고 싶었는데 새벽에 꽃을 살 수 있어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경상대 인근에서 ‘예삐꽃방’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 A씨는 최근 이 같은 사연을 인스타그램으로 소개했다. 이 영상은 조회수 700만회를 기록하며 네티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A씨는 21일 조선닷컴에 “할아버님이 가져간 꽃은 장미와 안개꽃으로 된 꽃다발이었다”며 “올해 연세가 여든일곱이신데 매년 할머니 생신 때 꽃을 선물해준다고 한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키오스크를 다룰 줄 몰라 꽃을 먼저 들고 갔으나, 다음날 직원들이 꽃이 없어진 걸 알면 놀랄까 봐 출근 시간에 맞춰 부리나케 매장에 온 것이었다. A씨도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CCTV를 확인한 뒤 그날 새벽에 일어났던 일을 비로소 알았다고 한다.
A씨는 “동네에서 운영하다보니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다”며 “어르신들은 무인기 사용을 어려워해서 계좌이체나 제로페이도 가능하다고 적어놨지만, 그 또한 힘들어해 전화를 하거나 현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가게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데 최근 겪은 따뜻한 일을 공유하고 영상을 올리게 됐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어르신들 입장에서 키오스크는 어렵죠. 충분히 이해합니다” “할아버님이 기계 앞에서 고민하셨을 것 생각하니 뭉클하다” “그냥 가져가서 놀랐는데 훈훈한 마무리네요” “눈물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중”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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