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보전분담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취재후]

문준영 2024. 3. 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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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과 람사르 습지 등 세계 유일의 4대 국제보호지역을 품고 있는 세계인의 보물섬 제주. 하지만 관광객 증가 등으로 환경 오염과 쓰레기, 하수 처리 문제 등 환경수용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2022년 기준 제주도민 1인당 환경 세출 예산액은 전국 평균보다 2배가량 높은 104만 원에 달합니다. 다른 지역보다 주민 부담은 높은데, 환경보전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악순환에 처해있는 겁니다. 제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환경보전을 위한 기여금이나 분담금을 받자는 논의가 수십 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제주환경보전분담금 논의 현황. (가칭)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 마련 용역 보고서


환경보전분담금은 윤석열 정부의 지역 정책과제이자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공약입니다. 제주도는 이에 따라 한국환경연구원에 '제주환경보전기여금 제도 도입 실행방안'이라는 연구 용역을 진행했고, 최근 그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연구진은 제주 관광의 질적 성장을 위해 제주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이 시급하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동안 제기됐던 법적 논란에 대해서도, 환경정책기본법상 수익자 부담원칙에 근거하면 관광객과 오염 피해의 인과관계와 같은 법리적 문제가 제기될 요인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숙박객이나 차량 이용자에게 부과하면, '부담금관리 기본법'상에도 문제없을 거라는 구체적인 방안도 내놨습니다. 다른 지자체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반대하는 행위가 오히려 헌법의 실질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국회의 입법 심의를 통해 분담금 도입의 필요성이 합리적으로 인정되면 국가적 측면에서, 자연 환경 보전을 위해서 바람직하고, 자치권 확대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본 겁니다. 이번 용역 최종 보고서를 통해 제주환경보전분담금에 대한 큰 윤곽이 마련된 겁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한상운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유럽의 전반적인 국가와 미국, 동남아시아에서도 관광지를 중심으로 도시세 등 일정 비용을 부담토록 하고 있다"며 "관광객과 주민들의 상생은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구 결과가 나오자 지역 관광업계는 즉각 반발했습니다. 다른 지자체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다며, 분담금 도입 검토 자체를 멈추라고 촉구했습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어제(20일) 보도자료를 내고 "분담금 도입 검토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국내·외 관광객이 제주를 외면하고, 최근 고물가의 부정적 이미지 개선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합심하고 있는 업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제주 경제가 파탄에 이를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습니다.

강동훈 제주도관광협회장은 "제주 관광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려고 업계가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데, 제주도나 도의회에서는 엇박자가 돼서 관광객을 오지 못하게끔 하고 있다"며 "분담금 도입을 검토하면 공동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관광협회는 ▲분담금 부과 대상이나 금액 산정이 명확하지 않고 ▲ 이미 숙박업과 교통업에 부과되고 있는 교통유발부담금이나 환경개선부담금의 이중과세 문제 ▲ 사각지대에 있는 숙박업 징수 대상 관리 문제 ▲ 당일 관광객·크루즈 관광객·자가 차량을 이용하는 관광객과의 형평성 문제 ▲ 숙박, 렌터카, 전세버스업체에 징수책임을 떠넘기는 징수방식의 문제 ▲ 징수 시 업체 간 경쟁 심화로 분담금을 업체가 부담하게 되는 경우 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다음 달 총선 뒤 새롭게 출범하는 22대 국회에 맞춰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위해 제주특별법 개정 등 입법 절차에 착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입니다. 임홍철 제주도 환경정책과장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고, 국민들이 분담금 도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며 "급하지 않고 천천히 여러 의견을 수렴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도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송창권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 (제주도의회 제공)


관광협회의 반대 성명이 나오자 이튿날인 오늘(21일) 제주도의회에선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송창권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장은 개인 자격으로 회견을 열어 '환경보전분담금 도입을 더는 늦출 수 없다'며 관광협회의 대승적인 입장 선회를 촉구했습니다. 위원장이 개인 자격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여는 건 이례적입니다.

송 위원장은 "용역 결과가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반대 보도자료를 배포해 부정적인 분위기를 만들려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분담금은 청정 제주 환경을 지키고, 미래 세대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보험료"라고 밝혔습니다.

송 위원장은 다른 지자체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다는 관광협회 주장에 대해서도 "제주관광협회에 직간접적으로 들어가는 제주도 보조금이 83억 원에 이른다"며 "곶자왈, 오름, 습지 등 사유지 개발 제한과 렌터카 등의 교통 유발로 차고지증명제, 교통유발부담금 등 많은 도민이 고통을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송 위원장은 또 "오히려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분들이 제주환경보전분담금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공약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습니다.


제주의 지속 가능한 질적 성장과 미래 세대를 위한 환경 보전, 관광업계의 이해 갈등과 국민 여론이 맞물려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제주환경보전분담금 도입.

제주도는 오는 25일 최종 연구 용역 결과와 관광 업계 의견을 도의회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제주환경보전분담금,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영상편집 강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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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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