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단열도 다 같은 외단열이 아니다 

2024. 3. 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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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건축가의 주택 건축 강의_ 제14강

외단열 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미장 마감. 미장 마감재의 종류부터 디테일한 시공 포인트까지 건축가와 함께 세심하게 살펴본다.


이번 달은 외단열 미장 마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외단열 미장 마감은 벽돌과 함께 최근 소규모 건축물의 마감을 주도하고 있는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은 ‘외단열(미장 마감)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었어?’라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흔하게 ‘외단열’이라고 쉽게 불리기는 하지만, ‘외단열’은 외장재의 재료를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 [내단열-외단열-중단열]로 표현되는 단열 공법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래서 외단열을 하더라도 벽돌, 석재 등 다른 마감재를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이비트’, ‘스터코’, ‘스터코플렉스’ 등 단열재 위에 메쉬 + 미장 처리 후 재료를 펴바르며 시공하는 공법에 대해 ‘외단열 미장 마감’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줄여서 흔히 ‘외단열’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번 달은 이런 공법들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외단열 공법의 시공상 특성입니다. 이 공법들은 단열재 위에 미장 후 시공이 이루어집니다. 미장 개념이기 때문에 단열재 위에 바르기만 하면 되기에 골조까지 별도의 *하지재를 연결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외장재는 하지재를 통해서 골조까지 크든 작든 열이 전달될 수밖에 없는데(열교), 외단열 공법들은 별도의 철물을 쓰지 않기 때문에 열교 차단과 에너지 효율에 있어서 가장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패시브하우스’라고 불리는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건축물에서는 이 외단열 미장 마감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하지만 단열재 자체가 골조에서 탈락할 우려가 있어 단열재 후면에 접착제를 꼼꼼하게 바르고 ‘화스너’라고 불리는 고정재를 일정 간격으로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이 화스너 역시 열교 방지 처리가 된 제품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재 : 건축물 외벽 마감재를 벽체에 고정 및 지탱시켜주는 자재 또는 철물

두 번째는 외단열 공법에 적절한 단열재 종류입니다. 우선 ‘스티로폼’ 등으로 불리는 EPS(Expanded Polystyrene, 비드법보온판) 보드가 외단열 미장 공법에 가장 적합합니다. 외단열 공법도 결국 미장을 해야 하기에 자재가 잘 달라붙도록 단열재 표면이 거칠거칠한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단열재 중에 표면이 가장 거친 것이 EPS 보드입니다. 압출법보온판, 경질우레탄, PF보드 등등 기타 단열재들은 단열효과를 높이기 위해 재료를 압축시켜 표면이 만질만질한 편입니다. 자재가 달라붙기에 어렵지요. 그라스울 등의 무기질 단열재들은 밀도가 떨어지고 단단하지 못해 그것만으로는 건물 표면에 달라붙게 할 수 없습니다. 그라스울은 경량목구조 같은 방식에서 스터드 사이에 채워 넣는 방식으로 시공하는 재료들입니다.

EPS보드(비드법보온판, 왼쪽)과 압출법보온판(XPS, 오른쪽). EPS보드는 표면이 상대적으로 거칠어 미장마감 시공이 용이하다.


하지만 EPS 보드는 각종 단열재 중에서는 단열효과가 떨어져서 두께를 두껍게 써야 단열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공동주택 같은 경우 20㎝가 넘어가서 콘크리트 골조보다도 두꺼워질 정도입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최근에는 압출법 보온판 등 다른 단열재도 외단열 공법이 가능하도록 개선되는 추세입니다. 게다가 법규 강화로 3층 이상, 9m 이상 건물의 외부 재료는 준불연(심재) 이상의 성능을 갖춰야 합니다. 이에 따라 단열재도 모두 준불연 성능을 지녀야 하는데요. 예전에 썼던 EPS 보드로는 성능 충족이 불가능해 개선된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단열재를 설치하면 그 위에 메쉬라고 부르는 자잘한 패턴의 유리 섬유망을 깔고 바탕 미장을 합니다. 이때 메쉬를 깔기 전 바탕 미장을 하고 메쉬 설치 후 추가 미장을 한 번 더 해야 합니다. 시공을 간략화하기 위해 미장 한 번으로 끝내는 경우가 있는데요. 내구성 측면에서 좋지 않습니다. 이 바탕 미장면 위에 마감용 특수 도료를 발라 마무리하는 것이 외단열 미장 마감의 대략적인 시공 흐름입니다.


드라이비트 DRYVIT

독자 여러분은 ‘드라이비트’라는 공법에 대해서 들어보셨을 겁니다. 도심지 다가구, 다세대주택 등 주거 건물에 자주 사용되던 공법입니다. 비용이 저렴하고 시공이 간편하며, 공기가 짧아 많은 건물에 사용되었습니다.


드라이비트는 원래 특정 공법이 아닌, 미국의 건축자재 회사의 이름입니다. 이 회사 제품이 워낙 자주 사용되다 보니 마치 공법처럼 이야기되는 것입니다. 드라이비트는 DRY(마르다) + VIT(빠르다)의 합성어로, 그 정도로 시공이 빠르다는 걸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드라이비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빠른 복구를 위해 등장했습니다. 당시에는 구조를 위한 옹벽과 마감을 위한 외벽 사이에 단열재를 끼워 넣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었는데, 이것을 단열재 외부에 시멘트 모르타르 미장과 최종 마감재로 끝내도록 하였으니 상당히 간소화시킨 것이죠. 그 후에 수많은 건물에 이 드라이비트 공법이 사용되었습니다.


사실 드라이비트 공법은 싼 마감의 대명사이기도 합니다. 잘 보이는 건물 전면은 벽돌이나 석재로 마감하고, 잘 보이지 않는 측면, 뒷면은 드라이비트로 마감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건축주가 ‘드라이비트는 싸구려 마감’이라는 인식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소개해 드릴 다른 외단열 공법들도 비슷한 선입견을 가지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시공비 측면에서나 품질 측면에서나 고급 외단열 미장 공법은 여타 다른 외장재와 비교해도 성능과 미감에 있어 손색이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하나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화재의 위험성입니다. 얼마 전 화재로 드라이비트 건물에 큰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2015년에 일어난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건이나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사건에서 드라이비트 마감이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공법 자체의 문제인지, 원칙대로 시공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사고 현장에서 단열재에 접착제를 떨어지지 않을 만큼만 아주 조금씩 발랐고, 보호 모르타르도 3㎜ 정도로 얇게 바르는 등 시공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드라이비트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다양한 색상과 질감이 가능하고, 손상 시 보수가 간편한 것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저품질의 싼 마감재’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건축주들이 선택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많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스터코, 스터코플렉스 STUCCO, STUC-O-FLEX

이제 소개할 기타 외단열 공법의 기본 개념은 드라이비트와 유사합니다. 드라이비트에서 점차 보완, 발전된 것이라고 봐도 좋을 듯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드라이비트는 여러 가지 단점들 때문에 최근에는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대신 2000년대 후반부터 경량목구조 건물이 유행하면서 외장재로 ‘스터코’가 많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플라스터(plaster), 혹은 회벽 마감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지중해 산토리니섬의 하얀 집들이 모여 있는 풍경과 벽의 질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회벽 마감입니다. 현재 사용되는 마감재 중에 이와 가장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이 스터코인데요. 석회 반죽 기법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스투코(stucoo)’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소석회(또는 석고)를 주재료로 대리석 가루, 점토분말, 물 등을 섞어 만들며 벽돌이나 콘크리트 등 건축물 벽면에 바르는 미장 재료입니다.


스터코는 다른 외장재에 비해 저렴한 편입니다. 다른 외단열 공법도 마찬가지지만, 벽돌이나 돌과 같은 별도의 재료나 하지재 없이 미장 방식으로 바르면 끝나기 때문입니다. 다만, 스터코는 드라이비트보다는 고급 재료지만, 탄성이 거의 없어 수축 팽창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크랙 등의 손상도 많이 생기는 편입니다. 이것을 보강한 제품이 스터코플렉스(stuc-o-flex)입니다. 기존 스터코에 탄성(flex) 재질을 더해서 수축 팽창에 대응하도록 한 것입니다. 성능이 좋은 만큼 가격은 다소 나가는 편입니다.


현장에서는 이런 현격한 가격 차이 때문에 스터코인지, 스터코플렉스인지 재차 확인하곤 합니다. 가격 차이만큼 품질의 차이도 크기 때문에 스터코플렉스를 확인하고 시공하기를 권해드립니다.


스토, 모노쿠쉬 STO, MONO-COUSHE

마지막으로 스토(STO)와 모노쿠쉬(MONO-COUCHE)입니다. 앞서 언급한 스터코-스터코플렉스는 미국산이지만 스토와 모노쿠쉬는 각각 독일과 프랑스산입니다. 시장에서는 스터코플렉스보다 좀 더 고급 자재로 평가받는 편입니다.

스토의 장점 중 하나는 로투산(lotusan)이라고 하는, 연꽃잎 효과를 지닌 실리콘 수지 페인트입니다. 마치 비 오는 날의 연꽃잎처럼 물과 오염 물질을 표면에서 튕겨낸다는 뜻입니다. 강한 내오염성과 기후 저항성이 특징인데요. 거기에 여러 가지 색상과 패턴이 가능해 흔히 보는 하얀색 외단열 건물뿐만 아니라 굉장히 다양한 패턴 구현이 가능합니다. 많은 국내 건축가의 외단열 건물에서 이 스토 제품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만큼 품질이 준수하다는 뜻일 텐데요. 비용은 앞서 설명한 제품들보다 더 고가입니다.

모노쿠쉬는 프랑스어로 [mono-한 번에 couche-마감하다]라는 말의 합성어로, 1회 시공으로 미장, 방수, 도장의 공정을 완료한다는 뜻입니다. 타 공법이 여러 번의 미장과 마감 후공정이 필요하지만 모노쿠쉬는 한 번의 시공으로 얇은 두께 안에서 모든 마감이 가능합니다. 다른 공법이 미장칼로 미장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반면, 모노쿠쉬는 뿜칠로 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 후에 면을 고르고, 표면을 균일하게 깎아내 마무리합니다. 그래서 모노쿠쉬를 사용하는 현장에서는 외부마감 공정에서 비교적 폐기물이 많이 발생합니다.


카테고리 안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외단열 공법은 다른 공법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비교적 저렴하며 시공이 빠르고, 여러 가지 색과 패턴의 구현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에 반해 별도의 재료 없이 미장으로 끝내는 공법이기에 외부 충격에 약하고, 흰색 등 밝은색을 주로 쓰기 때문에 때가 잘 타며 유지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보통 5~10년 주기로 재도장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신 자재들은 진보된 기술로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많은 건축가가 지금도 즐겨 찾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독자분들도 외단열 공법에 대한 선입견을 잠시 내려놓고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글, 그림_ 건축가 김선동 :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

연세대학교 건축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정림건축과 이데아키텍츠에서 실무를 익혔다. 2021년 오픈스튜디오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하고 건축가와 건축주, 시공사가 함께하는 좋은 건축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글쓰는 건축가'라는 필명으로 블로그와 브런치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건축가의 습관'이라는 책을 펴내는 등 저술과 강연 활동 또한 활발히 하고 있다. https://blog.naver.com/ratm820309


구성_ 신기영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3월호 / Vol.301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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