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알리·테무 질주에 비상걸린 韓 플랫폼 산업 "기울어진 운동장 평평해져야"

최은수 기자 2024. 3. 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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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품·환불 민원 및 피해 급증…구제 장치는 전무
관세·부가세·KC 등 미적용으로 국내 사업자와 역차별
"규제가 능사는 아냐…국내 사업자 지원책이 실효성 있어"
[서울=뉴시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성장으로 인한 소비자 및 소상공인 보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사진=최은수 기자).2024.03.2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최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테무, 쉬인 등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하면서 국내 소비자와 사업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가품, 과장광고,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지만 이에 구제 장치는 마땅치 않다. 중국 플랫폼들이 각종 국내법을 준수하지 않아 역차별 문제가 제기된다.

학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섣부른 플랫폼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제보다는 국내 플랫폼에 대한 지원책을 늘려 경쟁력을 키우고, 중국 플랫폼들이 소비자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의 성장으로 인한 소비자 및 소상공인 보호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중국 직구 플랫폼 급성장의 영향과 대응’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정연승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5년 후 알리, 테무가 업계 3, 4위로 올라올 수 있다고 본다. 쿠팡도 불과 5년전 위협적 존재는 아니었다"며 "한국 온라인 시장이 성숙 단계에 도달한 가운데 알리, 테무가 들어와서 작아지고 있는 시장 파이를 먹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연승 교수는 “해외 직구 시장이 급성장 중인데, 이 가운데 중국이 3조2873억원으로 전체의 48.7%를 차지했다”라며 “미국에서도 알리, 테무, 쉬인 등이 아마존, 월마트를 위협하고 있어 잠재적 경쟁자가 되면서 정부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와이즈앱 리테일 굿즈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사용자 수는 쿠팡 3010만명, 알리 818만명, 11번가 735만명, 테무 580만면 등 순으로 알리가 11번가를 제쳤다.

이같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에는 물류 배송을 개선했고 공격적인 마케팅 등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정 교수는 분석했다. 또 중국 정부의 지원금 등 적극적인 지원책이 한몫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알리바바그룹은 지난 14일 한국에 3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연내 한국에 통합물류센터를 설립하고, 2632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축구장 25개와 맞먹는 규모다. 정 교수는 “알리의 공격적 투자는 한국을 장기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들이 한국시장을 쥐고 난 뒤에는 수수료를 올리거나 마케팅을 축소하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알리, 테무에서 의류패션, 생활용품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국내 플랫폼과 제조업에 위협이 되고 있다. 정 교수는 “최근 지그재그와 브랜디가 부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알리 테무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은 최근 신선식품 등 카테고리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한국 제조브랜드 입점을 확대하고 입점을 독려하기 위해 공격적인 수수료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내 물류센터 구축도 확대하고 있다. 알리는 약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국내에 약 5만4450평 규모의 통합물류센터(풀필먼트)를 구축할 예정이다.

반면 중국 직구로 인한 소비자 피해는 증가하고 있다. 정 교수는 “중국 해외 직구가 늘면서 제품 환불과 민원도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전무한 상황”이라며 “중국 직구 플랫폼 본사가 중국에 있고 한국내 소비자 민원 등을 처리할 수 있는 공식 창구가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 직구플랫폼 대비 국내 판매자의 역차별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 판매자가 중국에서 물건을 매입해 한국에서 판매할 때는 관세 및 부가세와 KC인증 취득 비용이 붙지만 알리와 테무 등 플랫폼은 이러한 제도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소상공인도 위협을 받고 있다. 정 교수는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직구 플랫폼 공습으로 국내 1인판매자, 소상공인 등이 위협받고 있으며 단순히 중국 도매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받아 한국시장에 파는 구매대행업의 경우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온라인 시장 내 토종 플랫폼의 위기도 심화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최고경영자(CEO)들이 알리, 테무 등이 광고 파트너로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자체 전망한 바 있지만 장기적으로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교수는 “카카오는 커머스 비중이 약하고 광고, 콘텐츠 측면에서 (알리, 테무가)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네이버도 커머스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고 광고 비즈니스가 도움이 된다고 판단은 할 수 있다”라면서도 “플랫폼이 커머스만 하는 게 아니다. 알리, 테무 경쟁력이 강화되면 직접 자사 플랫폼 안에서 광고도 할 수 있다. 지금 네이버, 카카오가 이들 경쟁력을 키워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절대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라며 “알리, 테무와 네이버와 카카오가 협업하면서도 견제를 하고 반격 준비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 교수는 정부가 중국 플랫폼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플랫폼 전반에 대한 규제보다는 국내 플랫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장 교수는 “중국 플랫폼을 규제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며 “토종 플랫폼이 위기인데, 공정경쟁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토종 플랫폼에 대해 지원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밖에 국내 소상공인 판매자 및 중소제조자 역량 강화, 해외 판매 증대를 위한 역직구 플랫폼 역량 강화 지원, 토종 플랫폼 중심의 생태계 수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 강화 등을 대응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알리, 테무의 국내 진출로 인해 소상공인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은애 위원은 “소상공인, 영세기업은 알리, 테무의 공습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있다”라며 “정부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자리를 뺏기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오프라인과 서비스 연계를 통해 소비자들이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신순교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정책국장은 국내 입점사들의 고충을 토로했다. 신순교 국장은 “같은 슬리퍼를 알리에서 1만원에 판매하는데, 회원사들은 마진 때문에 1만2000원~1만5000원에서 판매해야 한다. 국내 사업자들이 단가를 맞추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라며 “가령 액세서리가 6900원에 판매되면 알리에서는 328원에 판매돼 엄청난 큰 차이가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이 같은데 왜 중국 플랫폼만 싸게 파느냐는 불만을 많이 제기한다”라고 말했다.

신지혜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 사업자들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면 입점 사업자에 책임을 떠넘길 것이고 결국 소비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라며 “중국 서비스가 환불 절차가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가 분쟁조정위원회 등 기구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라고 제안했다.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중국 플랫폼들이 한국 지사가 있지만 비즈니스 관련은 본사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면서 민원 처리가 지연이 되고 여기서 국내 사업자와 역차별이 발생한다“라며 ”전자상거래법의 임시중지명령,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인정보 국외 이전 중지명령 등 현행법이 실효성이 있게 제대로 작용하고 있는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부가 리마인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중국 플랫폼의 데이터가 한국 서버를 두지 않으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도록 막거나, 물류센터 설치 역시 쉽게 인허가 내주면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최근 정부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라며 “만약 정부가 섣부르게 산업 전반에 규제를 적용할 경우, 그 피해는 소비자, 소상공인, 국내 기업 모두에게 돌아올 수 있기에 다각도로 이번 중국 이커머스 공습에 대한 대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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