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래식 ‘마법의 성’ 이름처럼…믿을 수 있나요, 30주년이란 걸
“‘마법의 성’이 K팝 폭과 깊이 더해줄 겁니다”
“우리 음악이 한순간 유행가처럼 지나가지 않고 고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지은 이름이 ‘더 클래식’이었어요.”(박용준)
“정말 이름대로 됐네요. ‘마법의 성’ ‘여우야’ ‘송가’ 등 30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사랑받는 곡을 갖게 됐으니까요.”(김광진)
더 클래식의 두 멤버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20일 경기 고양의 한 음악연습실에서다. 이들은 오는 30~3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여는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 ‘1994’의 연습을 위해 모였다.
둘의 인연은 199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인 에스엠기획 시절, 가수 한동준의 데뷔 앨범 참여 작곡가로 처음 만났다. 김광진은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 등을, 박용준은 ‘새 생활 내게’ 등을 만들었다. 이후 김광진은 자신의 데뷔 앨범 ‘버진 플라이트’(1992)를 발표했지만, 조용히 묻혔다.
당시 둘을 눈여겨본 이가 있었으니 가수 이승환이다. 그는 “셋이서 프로젝트 앨범을 하자”고 제안했다가 “둘이 하는 게 낫겠다”며 빠졌다. 대신 제작자를 자처했다. 그렇게 해서 더 클래식의 데뷔 앨범 ‘마법의 성’(1994)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타이틀곡 ‘마법의 성’은 김광진이 피시(PC)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 그는 “물처럼 흐르는 만화 주제가를 만들고 싶었다. 용준이의 현악 편곡이 노래를 잘 받쳐줬다”고 말했다. 박용준은 “원곡 자체가 너무 좋아서 난생처음 해본 현악 편곡도 별로 어렵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래도 그토록 크게 성공할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고 둘은 입을 모았다. 방송 출연 없이도 ‘마법의 성’은 가요 순위 프로그램 1~2위를 다퉜고, 1집은 130만장이나 팔렸다. 당시 중학교 2학년 백동우군이 부른 버전도 화제를 모았다. 김광진은 “어느 성당에 갔더니 성가대에서 그 학생 목소리만 들리더라. 무조건 섭외해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했다.
2집(1995)에서도 타이틀곡 ‘여우야’,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피해자를 떠올리며 만든 ‘송가’ 등이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3집(1997) 반응은 이전만 못했다. ‘살리에르의 슬픔’ 같은 숨은 명곡도 힘을 못 썼다. 이후 더 클래식은 활동을 중단했고, 김광진은 솔로 활동을 이어갔다. 박용준은 세션 연주자로 활약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2014년 3.5집 ‘메모리 앤드 어 스텝’을 내고 공연도 했지만, 이후 또 다시 활동이 뜸해졌다.
불씨를 되살린 건 김광진의 지난해 3월 단독 공연이었다. “제 노래에 눈물 흘리는 관객과 장문의 공연 후기를 보면서 잃어버렸던 자존감을 되찾게 됐어요. 너무 고마워서 생애 첫 앙코르 공연까지 했죠.” 10월에는 더 클래식으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무대에도 섰다. “젊은 친구들 반응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노래를 따라 부르는 걸 보고 ‘이 노래 어떻게 알지?’ 하며 신기해했다니까요.” 박용준이 말했다.
고무된 둘은 올해 데뷔 30주년 기념 공연을 하기에 이르렀다. 김광진은 “30년 전 ‘마법의 성’을 발표한 게 가요 역사에 의미는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같은 가수들이 1990년대 음악도 결코 뒤지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이 케이(K)팝의 폭과 깊이를 더해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박용준은 이번 공연을 위해 보컬 레슨도 받았다. 자신이 만든 2집 수록곡 ‘내 슬픔만큼 그대가 행복하길’을 직접 부를 예정이다.
더 클래식 노래를 후배들이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첫 타자로 노래 잘하는 배우 설인아가 ‘여우야’ 녹음을 마쳤다. 김광진과 박용준이 각기 쓴 신곡도 후배 아티스트 목소리로 하반기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전에 내놓은 3.5집에 몇곡 더 추가해 4집으로 완성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날 연습실에는 팬카페 회원들이 모은 돈으로 커피를 사서 응원 온 팬도 있었다. ‘진심’이라는 닉네임의 31살 여성 팬은 말했다. “고등학생 때 김광진님의 ‘편지’를 듣고 팬이 됐어요. 지난해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서 더 클래식 공연 보고 친구도 팬이 됐어요. 페스티벌에 더 많이 나오고 에스엔에스(SNS)로도 활발히 소통해서 젊은 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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