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넘치고 회계감사는 끝나고… 제약·바이오 메자닌도 팔리기 시작했다

이인아 기자 2024. 3. 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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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0여 개 바이오 기업, 메자닌 시장 노크
코스닥 벤처펀드 편입용 메자닌 투자 수요 증가
감사보고서 제출 후 메자닌 발행사 더 늘어날 것

얼어붙었던 제약·바이오 시장에 투자 물꼬가 트이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굵직한 거래를 성사하면서 제2의 알테오젠, 레고켐바이오를 찾는 기관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최근 공모주 시장 활황과 맞물려 코스닥벤처펀드용 메자닌 채권을 담으려는 수요가 늘어났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제약·바이오 기업의 자금 조달도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다. 회계 감사 시즌이 사실상 끝난 만큼, 제약·바이오 기업의 자금 조달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달 들어 HLB를 시작으로 메타바이오메드, 클리노믹스, 퀀타매트릭스, 올리패스, 싸이토젠 등 10여 개 제약·바이오 상장사가 전환사채를 발행해 자금조달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한 달 동안 같은 업종 내 3개 기업(셀루메드·CMG제약·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이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

보통 제약·바이오 기업은 연구개발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가 당장 매출이 나지 않아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매출이 발생하기 전까지 자본시장에서 꾸준히 자금을 조달한다. 한국거래소는 기술이 뛰어난 기업에 한해 매출이 발생하기 전까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상장 문턱을 낮췄다. 그러나 연이은 사고로 제약·바이오 상장사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해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다. 지난해 이맘때 메자닌 발행을 자주 하던 셀리버리가 회계 감사 결과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것은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제약·바이오 상장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레고켐바이오가 오리온에 인수되고, 알테오젠이 미국 머크(MSD)에 기술을 이전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면서 업황 전체적으로 훈풍이 불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알테오젠 주가는 기술수출 호재가 부각되면서 연초 대비 3배 가까이 급등한 상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 제도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 중 경영진의 횡령·배임, 상장폐지 등 문제가 많았고, 과거 2~3년간 바이오 기업은 투자 대상에 오르지도 않았다”며 “아직 바이오 기업 투자를 꺼리는 기관이 많지만, 그래도 개별 기업에 대해선 투자심리가 회복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3월 감사보고서 제출이 마무리되면 제약·바이오 기업의 메자닌 채권 발행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몇몇 기업은 감사보고서 제출과 동시에 자금조달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투자 의향을 물어오는 기업 중 다수가 제약·바이오 기업이라고 한다. 감사보고서 제출이라는 큰 고비를 넘긴 데다가 간만에 업황 분위기가 우호적이라서 자금조달 적기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공모주 시장이 활황을 누리는 점도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자금 조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모주를 더 받으려는 코스닥 벤처펀드 수요가 늘어난 덕이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공모주에 대해 30% 우선 배정 혜택을 받는다. 대신 전체 자산의 50%를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이를 코스닥 상장사의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메자닌 채권으로 편입한다.

투자 수요가 늘다 보니 제약·바이오 상장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메자닌 채권이 발행되는 추세다. 지난 18일 싸이토젠은 98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표면이자율, 만기이자율 모두 0%로 설정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채권 보유로 받는 이자는 없으며,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주식으로 바꿔 이익을 내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아니면 만기까지 보유해 원금만 돌려받을 수 있다. 싸이토젠에 이어 엔바이오니아, 클리노믹스, 올리패스 등도 표면이자율 0%의 전환사채를 찍어 자금을 조달했다.

시중 유동성이 다시 풍부해지는 점도 제약·바이오 기업의 메자닌 채권 발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스닥 벤처펀드가 공모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선 최대한 빨리 펀드 자금을 소진해야 하는데, 최근엔 제약·바이오 상장사의 메자닌 투자 건이 많이 들어와 이를 주로 검토하고 있다”며 “업황 회복은 모르겠지만, 망하지 않을 것 같은 기업에 기관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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