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때문에 덩달아 온 5개국 대사는 뭔 죄 [3월21일 뉴스뷰리핑]

권태호 기자 2024. 3. 2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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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호의 뉴스뷰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8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3.21) 아침은 2개의 뉴스가 신문 지면을 온통 차지했습니다. △의대 증원 82% 비수도권(증원 2천명 배정) △윤-한 봉합 수순(황상무 사퇴, 이종섭 귀국, 비례 조정) 등입니다. 6개 신문 모두 이 두 기사를 1면에 주요하게 배치했습니다. ‘의대 증원 배정’은 4곳이 1면 머리기사로 썼고, 국민의힘은 경향신문과 중앙일보가 1면 머리기사로 올렸습니다. 또 △미국 정부가 인텔 27조 등 반도체 기업에 거액의 보조금 지원(2곳)도 1면에 배치되기도 했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윤-한 “다 해결됐다”고?

② 시선, 클릭!

- 중장년(55~64) 3명 중 1명 임시직 + 국민연금 당겨 받아
- 기업 오너 보수는 재계 순위와 다르다, 1위는?
- 미국 인텔 27조 보조금, 사우디 AI벤처 54조 투자
- 세운상가, 서울의 센트럴파크 되나
- 타이슨, 아직도 링에 오른다

③ Now and Then : 돌아와(클론, 1999)

① 차이의 발견

# 윤-한 충돌 봉합

1. ‘용산’ 한 걸음 뒤로

- 유달리 정치 ‘속보’가 많은 날이었습니다. 어제 하루동안 벌어진 일입니다.

1) 황상무 사퇴 : 오전 6:49 대통령실 공지
2) 이종섭 귀국 : 오전 11시께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25일 회의 참석차”
3) 비례 조정 : 밤 10:20 국민의힘 공관위 회의 뒤

2. 치열했던 과정

- 주제별로 살펴보겠습니다.

1) 황상무 사퇴

- 사실 시간문제였습니다. 겉으로는 ‘사퇴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종섭 건에 이어 황상무 건까지 터진 마당에 최소한 둘 중 하나는 내어줘야 했습니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동요가 심상치 않아 자칫 둑이 무너질 수 있겠다는 판단에 일단 결정한 셈입니다.

-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황 수석은 이미 일이 터진 직후인 지난주에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이를 윤 대통령이 반려했다고 합니다. “법적·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또 김은혜 전 홍보수석, 캠프 수행실장이던 이용 의원 등 자신의 최측근이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황상무 사퇴-이 대사 귀국’ 등을 공개요청하자, ‘격노’했다고도 합니다. 그러나 참모진의 ‘설득’으로 20일(수) 새벽에 입장을 바꿨다고 합니다. 어차피 이런 기사는 ‘참모진’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은연중 자신들의 역할을 부각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용산’에 들어간 뒤에도 지인들에게 과거 핸드폰 번호로 불쑥 전화를 걸거나, 또 전화를 걸면 받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좋게 보면 ‘소통’이라 할 수도 있으나, 적절하지 않습니다. 또 지금까지 보면, 이런 ‘소통’이 오히려 일반민심과 유리된 의견만 청취하는 경향이 있어 보입니다. 어쨌든, 이와 상관없이, 이번 과정에서 윤 대통령도 외부의 의견을 들었을 터이고,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그분들이 모두 윤 대통령에게 호소했을 터이고, 이런 점이 윤 대통령의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상당 부분 추정입니다.

2) 이종섭 귀국

- 오늘(목)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합니다.

- 황상무 사퇴가 쉬운 문제라면, 이종섭 문제는 고난이도입니다. 윤 대통령과의 연관성, 공수처 수사, 외교관계, 이전 임명 과정 등 복잡하게 얽혀있습니다. 결국 낸 아이디어가 ‘국방부, 산업통상자원부 공동주관 3월25일부터 방산 협력 대상국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인도네시아, 카타르, 폴란드, 호주 등 6개국 주재대사 참석 방산협력 공관장 회의’입니다. 기이한 점을 보겠습니다.

@ 당일 결정-발표-티켓팅 : 한겨레 보도를 보면, 이 회의는 귀국 발표 당일인 어제(20일) 확정됐습니다. 정부 관계자 말입니다.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개최 필요성은 이전부터 제기가 돼 왔고 점점 구체화되면서 다음 주 개최 결정으로 이어졌다. 최종적인 결정은 오늘(20일) 이뤄졌다”, 그리고 외교부 발표 당일인 이날 이 대사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 애꿎은 나머지 5개국 대사까지 한국행 : 지난해 7월과 9월에도 외교부와 국방부가 개최한 ‘권역별 방산수출 관계망 회의’가 있었는데, 이때 재외 공관장은 귀국하지 않고 모두 화상으로 참석했습니다. 이런 사안으로 대사가 귀국해야 한다면, 수시로 왔다갔다 해야합니다. 모양새를 만들기 위해 다른 5개국 대사를 끼워넣은 모양새인데, 국민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 총선 끝날 때까진 못 나간다 : ‘방산 회의’를 언제까지 끌 수 있나요. 대통령실은 어제 이 대사의 귀국 사유를 “방산협력 주요국 공관장 회의 및 5월 초 한-호주 외교·국방 2+2 장관회의 사전조율”이라고 말했습니다. 회의 뒤로는 ‘한-호주 외교·국방장관 회의 사전조율’차 남는다고 하겠지요. 호주대사가 호주가 아니라, 한국에서 한국사람들과 사전조율하는 기이한 상황이 될 것입니다. 그것도 이상하니, 어쩌면 ‘방산 회의’가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3) 비례대표 조정

- 비례대표 조정은 앞 문제에 비해, 집안내 밥그릇 싸움이어서 그 중요도는 떨어집니다.

- 오후 3시 ‘친윤’ 이철규 의원(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 기자회견 :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비례대표는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에서 결정한 뒤 국민의미래로 이관하기로 뜻 모았지만, 지도부에서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당의 역사, 대선과 지방선거 공헌도, 당사자 정보와 자료가 몹시 부족했을 것, 그런 상태에서 비례 공천을 하다보니 이런 부작용, 문제가 발생”, “특정인사 요청한 바 없다”,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는 식의 왜곡 보도가 난무하고 있다. 배후에 누가 있는지 기자들은 잘 알거라 생각한다”

- 당사자로 지목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장동혁 사무총장 2시간 뒤 언론공지문 : “공천 과정에 외부 인사를 포함한 공관위원, 사무처 당직자들이 함께 참여했고 국민들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다. 공천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당내 잡음으로 공천 결과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그로 인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원과 국민들이 전혀 바라지 않는 일, 사무총장인 저는 총선 승리를 위해 일일이 반박 입장을 내지 않겠다”. 이게 반박 입장 낸거죠.

- 그런데 이런 문제를 왜 당내에서 격론을 통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기자회견, 언론공지문을 통해 싸우는 모습만으로도, '갈등'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줍니다. 소문에는 `5명을 요구했는데, 이를 다 자르고, 한동훈 쪽 인사를 넣었다'며, 5명 이름도 들리곤 하는데, 그 5명이나, 대신 들어갔다는 사람이나 반드시 국민의 대표가 되어야 할 사람은 없어 보입니다.

- 이후 당 공관위가 밤에 회의를 거쳐 한밤중에 비례대표 순번을 일부 조정했습니다.

3. 국민의힘 반응

1) 한동훈 위원장, “다 해결됐다”

- 이날 오전 경기도 안양 거리인사에서 “오늘 다 해결됐다”라고 말합니다. 무엇이 ‘다’, ‘해결’된 거죠?

2) 국민의힘 의원들, “스스로 물러났으면…”

- 김학용 의원 등 수도권 의원들이 방송 등에서 공개적으로 이 대사의 자신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황상무 사퇴에서 봤듯이, 이 상황에서 개인의 진퇴는 본인이 결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3) 공수처 압박 가능성

- 이종섭 귀국 뒤에는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공수처 수사’를 압박하고, 또 국민의힘도 적당히 조력하는 모양새가 예상됩니다. 조선일보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공수처를 공격하는 기사를 계속 내보내고 있습니다. 오늘 12면 제목입니다. ‘좀비화된 공수처 가 이종섭 ‘정치 공방’ 키웠다’. 어제 4면 제목입니다. ‘6개월 끌던 공수처, 호주 대사 임명되자 소환

4) 총선 뒤 재폭발 가능성

- 지난 1차 윤-한 충돌 때와 이번 2차 충돌의 차이점은 ‘개인’과 ‘집단’입니다. 1차 충돌 때는 친윤계 인사들이 ‘용산’을 대리해 공세를 폈지만, 국민의힘 안에서는 자기 생각이 있어도 그냥 지켜보기만 하고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러 의원들이 목소리를 냈습니다. 선거 때문입니다.

- 선거가 끝나면, 이 문제는 다시 제기됩니다. 만일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이긴다면, 내부 갈등은 언제 그랬냐는 듯 넘어갈 수 있지만, 진다면 패인을 놓고 책임공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미 보여줬듯이 ‘용산’에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 하지만 이점이 ‘한동훈계’ 등으로 모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봅니다. 아직까진 대선이 너무 많이 남아있고, 집권자인 대통령이 갖고 있는 물리력도 만만치 않은 점도 작동할 것입니다. 어쨌든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진다면, 그 책임은 ‘윤석열’로 모아질 것이고, 조기 레임덕이 시작될 것으로 봅니다. 다만, 아직도 임기가 많이 남은 대통령실이 이를 뻔히 보면서 가만히 앉아있진 않겠지요.

4. 언론보도

1) 1면 제목

- 대체로 상황 전달을 전하는 제목입니다만, 경향신문 제목이 눈에 띄네요.

경향 = 이종섭 일시 귀국인데 한동훈 “다 해결됐다”
중앙 = 용산 ‘이·황’ 물러섰지만 여권 비례갈등은 격화
동아 = 이종섭 오늘 귀국, 황상무 사퇴...尹-韓 충돌 일단 봉합
한국 = 황상무 사퇴·이종섭 귀국...당정갈등 파국은 피했다
한겨레 = 황상무 사퇴...이종섭 오늘 귀국 / 여 ‘비례명단 수정’ 조배숙 당선권
조선 = 이종섭 귀국, 황상무 사퇴 / 한동훈 “당정, 운명공동체”

2) 사설 제목

경향 = 떠밀려 사퇴한 황상무, 이종섭은 바로 경질하라
한겨레 = 이종섭 자진귀국은 임시변통, 대사직 사퇴부터 해야
한국 = ‘이종섭 거취’도 尹대통령이 결단 해야
중앙 = ‘윤·한 충돌’ 속히 일소하고 ‘예측 가능한 정권’되길

## 대통령 마트가자 떨어진 대파값

-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관련 사설을 썼습니다.

경향 = ‘875원 대파’ 소동 부른 윤 대통령 행차, 국민 고통과 멀다
한겨레 = 대통령 가자 떨어진 대파값, 물가 대책의 어설픈 민낯

### 총선 여론조사

1. 비례정당 투표의향

- 쿠키뉴스 : 국민의미래 33.6, 조국혁신당 29.8, 더불어민주연합 17.9(한길리서치, 16~18일 조사)
- 스트레이트뉴스 : 국민의미래 35.3, 조국혁신당 30.2, 더불어민주연합 19.2, 개혁신당 4.4, 새로운미래 3.3, 녹색정의당 1.7(조원씨앤아이, 16~18일 조사)

2. 서울(동아일보-리서치앤리서치, 18~19일 조사, 표본오차 ±4.4%)

- 용산 : 권영세(국힘) 38.1, 강태웅(민주) 42.0

3. 부산(부산일보/부산MBC-한국사회여론연구소, 18~19일 조사, 표본오차 ±4.4%)

- 연제 : 김희정(국힘) 38.3, 노정현(진보당) 47.6
- 사상 : 김대식(국힘) 46.3, 배재정(민주) 46.0
- 사하갑 : 이성권(국힘) 40.8, 최인호(민주) 51.3
- 북구갑 : 서병수(국힘) 42.8, 전재수(민주) 49.9
- 북구을 : 박성훈(국힘) 45.6, 정명희(민주) 44.1
- 남구 : 박수영(국힘) 43.9, 박재호(민주) 48.9
- 강서 : 김도읍(국힘) 48.7, 변성완(민주) 44.4

4. 인천·경기

1) KBC 광주방송 조사

- 인천 계양을 : 원희룡(국힘) 44.8, 이재명(민주) 51.1
- 경기 화성을 : 한정민(국힘) 18.6, 공영운(민주) 54.2, 이준석(개혁신당) 21.5

2) 경인일보-한국사회여론연구소(18~19일 조사, 표본오차 ±4.4%p)

- 경기 평택병 : 유의동(국힘) 38.5, 김현정(민주) 45.4, 전용태(새로운미래) 4.7, 유지훈(개혁신당) 2.6

3) 인천일보·경인방송-한길리서치(17~18일 조사, 표본오차 ±4.4%p)

- 남양주갑 : 최민희(민주) 48.8, 유낙준(국힘) 32.6, 조응천(개혁신당) 8.9

* 조사방식

1. 쿠키뉴스(유선 전화면접 10.3%, 무선 ARS 89.7% 병행 진행, 응답률 5.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2. 동아일보(100% 무선 전화면접, 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률 9.6%)
3. 부산일보(무선 ARS 100% 무선전화번호 가상번호 비율)
4. 광주방송(무선 ARS 전화 조사 방식), 인천일보(무선 ARS 100%)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② 시선, 클릭!

# 중장년(55~64) 3명 중 1명 임시직 + 국민연금 당겨 받아

- 보수언론들이 이 기사를 비중있게 썼습니다. 중장년들이 생활고로 임시고용직에라도 근무하게 되는 상황을 전하고 있지만, ‘연공서열 방식’ 임금 수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KDI 보고서가 정부 시책과 발을 맞추는 경향이 많아 보입니다.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은 적절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 연공서열 방식이 국내에 정착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와 그간의 역사성이 있습니다. 이를 무시한 채, 갑작스럽고 다소 폭력적인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상당한 무리와 오히려 효율성을 해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또 이는 개별 기업이 아닌, 전체 사회시스템, 문화와 맞물려 돌아간다는 점도 동시에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 60~65살의 ‘블랙홀’ 때문입니다. 또 60살 정년퇴직은 오히려 드문 케이스이기에 그 기간은 더 깁니다. 베이비부머들의 퇴직이 이어지고 있어, 여러가지 사회상의 변화가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 기업 오너 보수는 재계 순위와 다르다, 1위는?

- 삼성 이재용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수사가 시작된 지난 2017년부터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면서 회사로부터 보수를 받지 않은 채 일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2023년 회계연도 기준 3237억원의 배당액을 받습니다. 개인 배당액 1위입니다.

### 미국 인텔 27조 보조금, 사우디 AI벤처 54조 투자

#### 세운상가, 서울의 센트럴파크 되나

- 1980~90년대에 서울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분들 중에는 ‘세운상가 키드’가 꽤 많이 계시겠죠?

##### 타이슨, 아직도 링에 오른다

- 마이크 타이슨은 1966년생, 58살입니다. 소피 마르소와 동갑입니다.

③ Now and Then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다 출국한 이종섭 호주 대사가 오늘(21일) 돌아옵니다. 외교부가 오는 25일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열고, 이 대사가 이 회의에 참석하는 형태입니다. 이 회의도, 이 대사의 귀국도 예정에 없던 일입니다. 애초에는 총선 이후인 4월 말에 ‘재외공관장 회의’가 열리고 이때까지는 이 대사의 귀국 일정이 예정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이 하루가 다르게 악화하자 국민의힘 수도권 후보들이 아우성을 치고, 대통령실이 이를 외면하고 억누를 수준을 넘어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대사의 귀국 명분을 만들기 위해 회의를 급조해 일단 귀국은 합니다만, 이걸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대통령실은 앞으로 총선 전까지 ‘자, 이제 들어왔지 않느냐, 빨리 조사해라’라고 공수처를 압박하고, 정치적으로 공격할 게 뻔합니다. 앞서 이 대사도 공수처에 ‘조사기일 지정 촉구서’까지 내는 기이한 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5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에 ‘조사받겠다’며 자진출석한 적 있습니다. 그때 검찰은 “다른 관계자 조사를 먼저해야 한다”며 돌려보냈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겉으로는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듯하나 실제론 검찰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 호도하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에게 통하지 않을 여론전을 펼 게 아니라 검찰이 소환 통보하면 그때 성실히 소명하면 될 일”(박대출 정책위의장)

수사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아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이 대사의 귀국 이후에는 어떤 말을 할지 주목됩니다. 이 사안의 본질은 ‘왜 공수처 수사중인 피의자를 대사로 내보냈느냐’이고, 이때문에 국민여론이 악화됐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우선 대사직을 내려놓는 게 순서입니다. 이제 귀국하고 나면, 어차피 총선 전에는 못 나갑니다. 상대국인 호주에는 이 얼마나 큰 외교적 실례인가요. 뻔한 꼼수나 임시변통으로 이 위기만 넘기고 보자는 식으로 해서는 선거 이후에도 위기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위 영상은 클론의 ‘돌아와’(1999)입니다. 심각한 사안을 다소 장난스레 다루는 건 아닌가 조금 저어되기도 합니다만, 그냥 흥겨운 옛 노래 잠깐 들으시는 것으로 헛헛한 마음 달래시기 바랍니다. 사고가 나기 전, 건강한 모습으로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강원래씨의 모습입니다. 그는 지난 2000년 운전 도중 불법 유턴 자동차에 부딪히는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지체장애 판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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