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 사라진 녹색정의당…조국혁신당 선전에 총선 '위태'
리얼미터 여론조사 2.7%…제3당으로 활약했던 인천서도 단 1명만 출마
조국혁신당, 진보층 대거 흡수…민주당과 연대 안 한 녹색정의당 난관
녹색정의당 "조국식 '정권심판론' 불가능한 계획…노동·기후문제 앞세울 것"
녹색정의당이 총선을 20여일 앞둔 시점에서도 좀처럼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가운데 '조국혁신당 돌풍'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제2야당으로서 대안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22대 총선에서 1석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최악의 전망도 나온다.
이에 녹색정의당은 단순한 정권심판론이 아닌 노동·기후문제를 앞세워 총선 전까지 지지율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녹색정의당 2.7%…제3당 활약 인천서도 1명만 출마
22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받으려면 총선에서 유효 투표수가 3% 이상 나오거나 지역구 중 5석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여론조사상이지만 2.7% 지지율로는 단 1석의 비례의석도 얻을 수 없다. 현 의석수인 6석을 사수하는 것을 4·10 총선 목표로 잡은 녹색정의당의 각오가 무색해진 상황이다.
지역구 후보 경쟁력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특히 인천에서 제3당으로 활약해온 녹색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인천에 김응호(인천 부평을) 전 부대표 한 명만 후보로 내세웠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남동을 선거구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지난 총선 연수을에서 선전했던 이정미 전 대표도 출마하지 않는다. 녹색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 14명과 지역구 후보 17명이 출마한다.
조국혁신당, 진보층 대거 흡수…연대 못한 녹색정의당 난관
위기는 예고됐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정의당은 내부적으로 5% 득표율을 목표로 선거에 나섰으나 권수정 후보가 1.83%를 얻는 데 그쳤다. 당시 진보당 권혜인 후보(1.38%)에 불과 0.45%포인트 앞선 수치라 진보 1당의 입지마저 흔들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권 후보가 얻은 1.83%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2.37%)가 얻은 득표율에도 미치지 못한 충격적인 숫자였다.
이로 인해 정의당은 내홍을 겪었다. 이후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으로 녹색정의당이 결성됐다. 그러나 이번엔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곳곳에서 신당 창당이 이어지면서 녹색정의당의 존재감은 다시 하락했다. 무엇보다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의 등장이 뼈아팠다.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에서 '조국혁신당 26.8%'라는 수치로도 알 수 있듯이 조국혁신당은 진보 지지층을 대거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제2야당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정의당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의당이 다음 국회에서 원외정당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제기된다. 녹색정의당은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는 진보정당 지지층의 표를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민주당 위성정당과 손잡지 않았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난관에 빠진 모양새다.
정의당에겐 '민주당 2중대'라는 오명이 항상 따라다녔다. 이 또한 정의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의당은 지난 2022년 4월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유보해야한다는 입장을 뒤집고 검수완박 첫 번째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에 당시 의원 6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검수완박법과 정의당의 숙원인 차별금지법 처리를 연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그러자 검수완박 두 번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정의당 의원 모두가 기권 표결했다. 항고 등의 절차가 불가능해지는 점에서 우려가 컸기 때문이라지만 '민주당 2중대'라는 지적을 또다시 들어야만했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한성민 교수는 20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에서 진보정당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 즉 정의당 간판으로 정치를 할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라면서 "결국 누적된 결과라고 본다. 정의당이 스스로 보여준 혁신의 모습이 지금 어떤 결과로 나왔는지 보면 알 수 있다"라고 이번 총선에서 녹색정의당의 전망을 어둡게 내다봤다.
녹색정의당 "조국식 '정권심판 만능론'은 불가능한 계획"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녹색정의당도 조국혁신당을 견제하고 있다.
녹색정의당은 이날 CBS노컷뉴스에 보낸 입장문에 "조국혁신당의 돌풍은 윤석열 정권 심판을 원하는 시민들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지만, 윤석열 정부의 '공정'의 허상과 민주당의 '비명횡사(非明橫死)' 공천, 제3지대가 주춤한 현 상황의 반사체 정치에 불과해 '어떻게 심판하는지'에 대한 답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만 퇴진하면 우리 삶은 저절로 나아지는가"라며 "조국혁신당 식의 '정권심판 만능론'은 불가능한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이 제1과제로 내세운 '검찰개혁'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검찰개혁도 물론 중요하지만 현 시기 위기의 우선순위는 기후와 노동이다. '묻지마식 검찰개혁, 묻지마식 정권심판'이 아닌, 노회찬의 정신을 잇는 사법개혁과 기후와 노동을 지키는 방향의 정권심판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녹색정의당은 이어 "단순한 정권 심판 담론을 넘어 기후시민과 노동자들과 함께 서는 정권심판, 더불어 진짜 사법개혁과 제7공화국 로드맵을 국민들께 선보이며 지금의 지지율을 회복세로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계획을 책임질 후보들 또한 그 어느 당보다 탄탄하다. 조국혁신당과는 다른 내실 있는 정권심판에 많은 국민들께서 호응해주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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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 kdrag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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