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아두면 오른다"…'金사과 코인' 탄 유통업자들

화성(경기)=정세진 기자, 최지은 기자, 김지은 기자 2024. 3. 21. 05: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사과 유통 업자 사이에선 대형 업자들이 지난해부터 1.5배 장사했다, 2배 장사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한씨와 달리 대규모 유통업자들은 지난해부터 사과를 수확기(10월~1월)에 대량으로 구입하고 공급이 부족할 때 팔아 150~200%의 이윤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저장해 놓은 물량만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7월 아오리 사과 수확 전까지 사과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며 "물량을 구하기 어려워 4월 이후부턴 '일시 품절' 상태를 고민하는 유통업자들도 많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처리 기술로 저장성↑
대형업자, 공급 부족 때만 유통
150~200%대 이윤 끌어올려
올 작황 전망 어두워 농가 근심
20일 오전 경기 화성 소재 과일 유통센터에 보관 중인 사과. 쿠팡, 네이버 등 온라인 구매 고객에 보낼 사과를 포장하고 있다./사진=정세진 기자


"사과 유통 업자 사이에선 대형 업자들이 지난해부터 1.5배 장사했다, 2배 장사했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경기 화성시에서 60평 규모(198.34㎡) 소규모 과일 유통센터를 운영하는 한모씨(38)는 한숨을 내쉬며 이같이 말했다. 기후 영향 등으로 사과 품질은 떨어지는데 왜곡된 유통 구조로 가격만 높아져 한씨처럼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이들은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는 것이다.

한씨와 달리 대규모 유통업자들은 지난해부터 사과를 수확기(10월~1월)에 대량으로 구입하고 공급이 부족할 때 팔아 150~200%의 이윤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1주일에 5t 팔던 사과 2t으로 줄어…7월 수확기까지 사과 가격 상승 계속될 듯
20일 오전 경기 화성시 냉장 창고에 보관 중인 사과./사진=정세진 기자

한씨는 화성 유통센터에서 지난해 이맘때쯤 1주일에 5t(톤)가량의 사과를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요즘은 2~3t으로 줄었다. 그는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쿠팡과 네이버스토어를 통해 2·3·5㎏ 단위로 사과를 포장해 판매한다. 요즘 판매량은 하루 평균 100~200박스 수준. 지난해 이맘땐 200~300박스를 팔았다.

한씨는 "지난해 사과 수확량은 2년 전보다 10% 정도 줄어든 것 같은데 이상기후와 탄저병 등 영향으로 상품성 높은 사과 비중이 크게 줄었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비싼 돈을 주고 사과를 샀는데 만족도는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씨는 또 "일부 업자들은 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잼이나 주스용으로 써야 할 품질의 사과를 일반 소비자에게 유통하기도 한다"고 했다.

지난해 사과 작황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스마트 처리' 기술이 왜곡된 유통 구조와 결합해 사과값 상승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했다. 사과의 경우 단순 저온 창고에서 저장하면 1~2개월 후 식감이 푸석해져 상품성이 떨어진다. 스마트 처리는 일종의 훈증 처리 기술로 에틸렌으로 사과 표면을 감싸 사과 저장성을 높인다. 대형 유통업자들은 스마트 처리 등으로 사과를 보관하고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중에 사과를 조금씩 풀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저장해 놓은 물량만 소비할 수 있기 때문에 7월 아오리 사과 수확 전까지 사과 가격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며 "물량을 구하기 어려워 4월 이후부턴 '일시 품절' 상태를 고민하는 유통업자들도 많다"고 했다.

'1200박스→200박스' 줄어든 사과 수확량
지난 19일 경북 청송군 파천면에 있는 송모씨의 사과 과수원. /사진=독자 제공

국내 대표적인 사과 산지인 경북 청송군에서 13년째 사과 과수원을 운영하는 송모씨(76)의 지난해 사과 수확량은 200박스에 불과했다. 평년 기준으로 2만2000평(7만2727㎡) 규모 과수원에서 1200박스를 수확했는데, 6분의1로 줄어든 것이다.

송씨는 "농사라는 게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며 "하늘이랑 시세, 노력이 맞아야 하는데 그게 안 맞으면 돈이 안 된다. 지난해 최고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올해 작황 전망도 좋지 않다. 올해 사과 꽃이 평년 대비 열흘 정도 일찍 피면서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사과꽃(후지 품종 기준)이 활짝 피는 시기는 △경남 거창 4월 9∼12일 △경북 군위·전북특별자치도 장수 4월 10∼13일 △경북 영주·충북 충주 4월 12∼16일 △경북 청송 4월 16∼18일이다. 평년과 비교하면 최대 11일 빠를 것으로 예측된다.

사과 꽃이 피는 시기는 사과의 생명력을 결정하는 요소다. 온도가 높아져 꽃이 빨리 펴도 오르락 내리락하는 날씨 속에 4월 초 저온이 되면 피해를 볼 수 있다.

윤태명 경북대 원예과학과 교수는 "꽃이 빨리 피면 냉해가 왔을 때 피해를 더 많이 받는다"며 "농가는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기 때문에 사과 생산물이 떨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화성(경기)=정세진 기자 sejin@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