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밤양갱
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정당마다 공천을 마무리하고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 발표가 한창이다.
이번 총선은 세계사적인 대격변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늠할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 무너지고 있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자치와 지방의회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과제도 놓여 있다.
정당마다 개발 중심의 공약 홍수 속에서 그나마 다행인 점은 더불어민주당이 총선 공약 중 정치개혁의 주요한 과제의 하나로 ‘지방의회법 제정’을 채택한 것이다.
국회에는 ‘국회법’이 있지만 지방의회에는 ‘지방의회법’이 없다. 지방의회는 자체 법규가 없이 지방자치법의 하위 규정으로 적용받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이은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교섭단체 구성 및 인사청문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등의 진척은 있었지만 지방의회의 조직구성권과 예산편성권을 갖지 못한 기형적인 구조는 여전하다.
지방의회가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국회법과 같은 지방의회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방의회법 제정을 통해 지방의회에 예산편성권 및 조직구성권을 부여하고 자체 감사기구를 설치해 실질적으로 지방자치단체를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21대 국회에서도 총 4건의 지방의회법이 발의되긴 했다. 하지만 지방의회에 대한 관심과 이해 부족, 중앙정치의 지방의회에 대한 견제 등의 이유로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제대로 된 심의도 못하고 장기간 계류된 상태다. 남은 일정을 고려했을 때 21대 국회에서 처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가수 비비의 노래 ‘밤양갱’의 인기가 뜨겁다. 노래의 인기에 힘입어 모 제과의 밤양갱 매출은 작년 대비해 다섯 배나 늘었다고 한다. 노래는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다”며 이별을 통보한 남자에게 “단지 밤양갱을 나눠 먹길 원할 뿐이었다”고 항변한다. 진실한 사랑은 화려하고 값비싼 선물이나 물질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총선이 되면 출마자들은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밤양갱’을 찾아 헤맨다. 그러나 중앙정치인이 지역주민이 원하는 공약을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만들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은 지역주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해 입법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밤양갱’을 만들어냈다. 지방의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면 중앙정치와 함께 무한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제22대 국회에서 지방의회법이 꼭 통과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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