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나이지리아...제조업·에너지·식량위기 해법 있다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4. 3. 2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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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경제가 뛴다 ①] 서아프리카 관문 나이지리아
75년 역사 빅3 금융그룹
토니 O 엘루멜루 UBA 회장
“젊은 인구 잠재력에 주목을”

아프리카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거대한 대륙과 풍부한 자원, 탄탄한 인구를 발판으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전세계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자본력을 바탕으로 첨단기술을 속속 접목하면서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매경 글로벌경제부는 연중 기획으로 기회의 땅 아프리카 경제를 조망하는 기사를 싣는다. 첫 회는 서아프리카의 관문이자 자원부국 나이지리아 대표기업이다.

토니 오 엘루멜루 회장 겸 이사회 의장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 1위 경제대국이다. 대부분의 인구가 35세 미만의 젊은 층으로 노동력이 풍부하고 소비 여력이 높다. 수천만명에 달하는 중산층이 내수시장을 든든히 받쳐주는 것도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요인이다.

나이지리아 금융산업을 이끌고 있는 토니 O 엘루멜루 UBA(유나이티드 뱅크 오브 아프리카)그룹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은 본지와 서면인터뷰에서 “글로벌 기업들에게 나이지리아의 제조업과 농업 분야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권하곤 한다”면서 “우리 그룹 차원에서는 전력과 에너지 분야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UBA는 4개 대륙에 걸쳐 35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금융 서비스 그룹이다. 업력만 75년이 넘으며 남아프리카 지역은행 중 유일하게 미국에서 예금수취 허가를 받았다. 2년 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진출했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엘루멜루 회장은 “은행으로서 전략적 목표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간 무역 및 비즈니스의 관문 역할을 하면서 나이지리아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루멜루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핀테크와 부동산, 석유·가스 등에 투자하는 헤이스 홀딩스(Heirs Holdings)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아프리카 최초로 전자화폐를 도입한 나라다. 유망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열심히 뛰고 있고 거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국가대표 은행으로서 금융 및 비금융 기관과 적극 협력해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고 확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식품·시멘트 산업을 이끄는 BUA그룹도 나이지리아 경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회사다. 1988년 이 회사를 설립한 압둘 사마드 라비우 창립자는 나이지리아에서 두 번째, 아프리카에서 네 번째 부자로 유명한 인물이다. 나이지리아 산업은행(BOI)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자회사 BUA 푸드는 나이지리아 최대 밀가루 공장과 정미공장을 운영하며 쌀과 밀 가공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설탕 정제와 식용유 시장 점유율도 1위다. 시멘트와 철강, 항만 등 부동산 자회사들은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BUA시멘트는 단고테에 이어 나이지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시멘트 제조사로, 시가총액만 33억 달러에 달한다. 항만 자회사 부아 포트앤터미널스는 나이지리아 항만청(Rivers Port)의 터미널 B를 운영중이고, BUA 아이언&스틸은 나이지리아 철강산업을 이끌고 있다.

김영채 전 주나이지리아 대사는 “나이지리아는 2024년 기준 약 2억3000만명을 보유한 아프리카 최대 인구국가로 매년 1000만 명씩 증가하고 있으며, UN에 따르면 2050년에는 인도, 중국에 이어 세계 제3위 인구대국이 될 전망”이라며 “생산거점뿐만 아니라 소비시장으로도 잠재력이 매우 큰 나라인만큼, 우리 기업들이 미래를 위해 아프리카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LG, 현대, 대우... 한국 기업 노하우 전수해달라”
토니 O 엘루멜루 UBA그룹 회장. [UBA그룹 제공]
토니 O 엘루멜루 UBA그룹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은 인터뷰에서 삼성과 LG, 현대, 대우 등 한국 기업들을 언급하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 한국경제를 변화시키는데 기여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아프리카 20개국과 4대 국제금융 중심지 뉴욕, 런던, 두바이, 파리에 진출해있어 한국 기업들이 선호하는 금융파트너라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엘루멜루 회장은 “모두가 알다시피 아프리카는 마지막 남은 개척지이자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라며 “‘생산성’에 적합한 젊은 인구구조여서, 제조업 분야에서 특히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불과 한세대 만에 단순 제조업에서 중공업과 하이테크 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된 한국은 아프리카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세계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농업에 관심을 두라는 조언도 해줬다. 그는 “아프리카가 ‘세계의 식량 바구니’가 될 수 있다. 한국이 함께 해서 현재 생계형 소규모 농업을 산업형 농업으로 키운다면 전 세계에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엘루멜루 회장은 수십 년간 아프리카 대륙에서 사업을 키워왔다. 금융을 넘어 에너지, 전력, 부동산, 호텔 관광산업, 첨단 기술까지 두루 관심을 두고 있다.

그가 특히 최근 공을 들이는 분야는 ‘포용적 금융’과 ‘청년역량 강화다. 그는 “한국의 교육열과 발전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과학기술과 수학, 공학 분야의 선도적 교육으로 우수한 인적자원을 키워낸 노하우를 전수받고 싶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양국이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는 조언도 해줬다. 그는 “아프리카 민간 부문이 대륙 개발 과정의 주요 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믿을 만한 파트너를 찾아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사 회장으로서 ‘규제’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엘루멜루 회장은 “‘마법의 총알’ 같은 규제보다 기업가 정신과 비즈니스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맞는다”면서 “민간 부문의 열망을 명확히 지원해야 한다. 이는 수십년 전 한국이 나아간 옳바른 방향과도 상통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통·전력 등 인프라 투자, 수출기업 세금 감면과 대출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무엇보다 강력한 관료제 하에서의 법치주의가 중요하다. 이는 서비스 산업뿐 아니라 나이지리아 경제 전체의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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