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탈락' 서울이라고 해서 자비를 베풀 리가, "고우석, 시범경기서 못했다" 美 매체

노재형 2024. 3. 2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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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이 지난 18일 LG 트윈스전에서 투구 준비를 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18일 경기에서 LG 이재원에 홈런을 맞은 직후의 고우석.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MLB 네트워크 분석 전문가인 마이크 페린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각) 고우석에 대해 "내가 보기에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서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구원투수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는 불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로는 보인다"고 밝혔다.

고우석은 올초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450만달러의 조건에 계약했다. 그런데 세부 조항이 매우 복잡하고 2026년 옵션도 포함됐다.

우선 올해와 내년 연봉은 각각 175만달러, 225만달러다. 2026년에는 연봉 300만달러와 바이아웃 50만달러에 구단 옵션이 걸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2년 동안 450만달러를 받는다는 얘기다. 샌디에이고가 "2년을 써봤는데 신통치 않으니 옵션은 포기하자"고 판단하면 바이아웃 50만달러를 받고 FA가 된다.

고우석 정도의 구속과 경기운영능력을 지닌 투수는 마이너리그에도 수두룩하다는 점에서 이 정도는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여기에 샌디에이고는 3년간 보너스를 큰 비중으로 포함했다. 등판 경기수와 마무리 경기수에 따른 연봉 에스컬레이터와 인센티브를 합쳐 3년간 최대 940만달러를 받도록 했다.

고우석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합리적 계약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고우석이 지난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9회말 1사 1루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그런데 시작부터 고우석은 구단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 샌디에이고는 20일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에서 고우석을 제외했다. 고우석은 미국으로 돌아가면 마이너리그 트리플A로 배정된다.

마이크 실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이날 LA 다저스와의 고척스카이돔 개막전을 앞두고 "고우석을 서울시리즈 로스터에서 제외하는 건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고우석은 프로답게 우리의 결정을 받아들였다"며 "우리 불펜진은 꽤 좋은 전력이다. 상대적으로 고우석은 개막전 준비 시간이 부족했다. 시즌 중에 고우석은 분명히 우리 팀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를 탈락시킬 때 하는 지극히 원론적인 얘기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고우석이 개막 로스터 26인에 포함되지 못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고우석은 애리조나 시범경기에 이어 최근 고척스카이돔에서 가진 스페셜 게임에서도 실트 감독을 설득하지 못한 것이다.

MLB.com은 이날 고우석의 로스터 탈락 소식을 전하며 '고우석에게는 힘든 뉴스지만, 트리플A 엘파소로 강등됐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부진해(tough spring) 이번 서울시리즈에 출전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고우석은 애리조나에서 5경기에 등판해 4⅓이닝을 던져 홈런 1개를 포함해 8안타와 2볼넷을 내주고 6실점했다. 평균자책점 12.46, WHIP 2.31, 피안타율 0.364를 기록했다. 2경기에서 실점을 했는데, 지난 11일 LA 에인절스전에서 4안타 1볼넷을 내주고 5실점한 게 컸다.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다.

지난 18일 LG 트윈스전에서도 호전될 기미를 보여주지 못했다. 5-2로 앞선 9회말 등판해 홈런 1개를 포함해 2안타를 허용하고 2실점했다. 선두 박해민에게 중전안타, 1사후 이재원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얻어맞았다.

투구수 18개 중 9개를 던진 직구 구속은 최고 94.9마일, 평균 94.3마일을 기록했다. 구속 자체가 덜 올라온데다 분당 평균 회전률은 2221회에 그쳤다. 평균 구속과 회전률에 있어 같은 날 등판한 동료 투수 랜디 바스케스(94.4마일, 2352회), 애드리안 모레혼(97.0마일, 2456회), 딜런 시즈(97.0마일, 2551회)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맷 왈드론(91.2마일, 1960마일)은 너클볼 투수라 고우석의 비교 대상은 아니다.

고우석이 18일 LG전을 마치고 아쉬워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샌디에이고 일본인 투수 마쓰이 유키. 고척=정재근 기자cjg@sportschosun.com

실트 감독은 지난달 스프링트레이닝 개막 즈음 지역 유력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에 "마무리에 훌륭한 후보들이 많다는 건 좋은 소식이다. 수아레즈는 해당 보직을 수행할 만한 구위를 지녔고 정신적으로 강인하다. 마쓰이는 일본에서 수년 동안 마무리로 던졌고, 페랄타도 오랫동안 긴박한 상황에서 많이 던졌다"고 밝혔다. 고우석은 언급하지 않았다.

100마일 강속구를 보유한 로버트 수아레즈, 일본 프로야구 통산 236세이브의 마쓰이 유키, 작년 뉴욕 양키스에서 18홀드에 평균자책점 2.83을 올린 완디 페랄타 중에서 마무리를 고르겠다는 뜻이었다.

이들 셋은 시범경기에서 능력을 검증받았다. 수아레즈는 6경기에서 5⅓이닝 8안타 4실점, 마쓰이는 2경기에서 2이닝 1안타 5탈삼진 무실점, 페랄타는 5경기에서 5이닝 1실점을 각각 마크했다. 고우석과는 차원이 다른 수치다.

실트 감독이 애초 그를 마무리 후보로 언급하지 않았던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적응에 앞서 구위와 제구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는 못했으니, 시범경기가 무척이나 중요했던 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샌디에이고 마무리 후보 로버트 수아레즈가 지난 17일 팀 코리아의 경기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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