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우가 되고 싶은 안재홍 씨, 시청자의 눈을 바꾸고 있어요[닭강정][★FULL인터뷰]

한해선 기자 2024. 3. 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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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한해선 기자]
/사진=넷플릭스

"3연속 '은퇴밈'을 받게 될 줄 몰랐어요. 대중이 저의 고유의 캐릭터들에 대해서 몰입해 주셨다는 것이 배우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 생각했어요. 저는 그 자체로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커요. 그 이후의 부담감은 없어요. 다음 작품에서 제가 어떤 캐릭터를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그 작품의 캐릭터로서 생명력을 만들고 싶어요. 어떤 캐릭터를 만날지 저도 궁금하고 설레요."

배우 안재홍이 이번 작품 '닭강정'에서도 '은퇴작 아니냐'란 농담조의 칭찬을 들었다. 최근 작만 3연타. 안재홍은 '마스크걸'에서 주오남 역으로 오타쿠에 완벽 빙의했고, 티빙 'LTNS'에서 섹스리스 남편의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내일이 없는 듯 망가지는 열연을 했다. 이번에 그가 분한 '고백중'이란 캐릭터도 포스가 심히 범상치 않은데, 길거리에서 거리낌없이 노래를 부르는 자기만의 세계관이 강렬한 남자가 '닭강정'으로 변한 짝사랑 여자를 인간으로 돌아오게끔 고군분투한다. 멀리서 보면 판타진데, 고백중의 마음은 200% '진심'이다.

안재홍은 이병헌 감독이 설정한 극적인 코믹을 류승룡과 함께 차지게도 소화하면서 열연했다. 사실 '닭강정'은 지난 15일 공개 후 역대급 호불호 반응이 갈리는 중임에도 안재홍 스스로서는 배우로서의 소명을 다해 부끄러움이 없다. 이전 역들도 그랬듯, '고백중'도 안재홍이 아니고선 누가 이 B급 캐릭터 맛을 살릴 수 있을까 싶다. '재홍 씨 마음 안에는 멋진 세계가 존재하는 거 같아요. 재홍 씨는 자기 얼굴이 아니라 상대방 눈을 바꾼달까? 뭔가 그런 걸 열심히 하고 있어요.'

"저는 상업적인 성공만큼 다양하게 마음을 가지고 있는 배우에요.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도 커서 저희 작품이 해냈던 시도가 조금 더 폭을 넓힐 수 있는, 조금 더 다양해 질 수 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 작품이 소중해요. 불호도 안 좋은 반응이라 생각하진 않아요."

안재홍은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닭강정' 관련 인터뷰를 갖고 스타뉴스와 만났다.

'닭강정'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최민아(김유정 분)를 되돌리기 위한 아빠 최선만(류승룡 분)과 그녀를 짝사랑하는 고백중(안재홍 분)의 신계(鷄)념 코믹 미스터리 추적극. 영화 '극한직업',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이병헌 감독, '극한직업' 주연 류승룡과 '멜로가 체질' 주연 안재홍 그리고 김유정이 코믹 케미로 의기투합했다.

/사진=넷플릭스

-실물이 점점 멋있어지는 것 같다.

▶'닭강정' 속의 캐릭터가 원색의 느낌이어서 다르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주오남이란 캐릭터가 워낙 극단에 있는 인물이어서 반사이익을 보는 것 같다.

-'마스크걸' 주오남과 달리 실제론 머리숱이 많아 보인다.

▶인사를 하면 시선이 느껴지지 않냐. 아주 빠르게 머리를 보는 게 느껴진다. '숱이 많네'라는 게 요즘 첫 인사가 되는 것 같다.(웃음)

-원작 '닭강정' 속 고백중의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많이 흡사했다.

▶원작을 보진 못했는데 참고용으로 보고서 너무 재미있어서 이틀 만에 정주행을 했다. 쿠키를 구우면서. 제가 웹툰을 많이 본 편은 아닌데 이 그림체와 작화, 이야기의 전개가 정말 독특하더라. 백중은 원작 작가님이 저를 보고 그린 것처럼 많이 닮아있었다. 표정도, 눈썹 모양도 닮아있어서 원작 작가님께 물어봤더니 작가님이 누구를 의도해서 그린 건 아닌데 넷플릭스편을 보고 놀랐다고 하더라. 개인적으로 뿌듯했다. 백중이 한벌의 옷만 입고 나오고 만화적인 세계관 안에서 나오는데 생김새까지 닮아있었다면 배우 입장에선 만화에서 튀어나오게 잘 구현하지 않았나 싶다.

-고백중은 '마스크걸' 주오남의 변주를 보여준 거 아니냐.

▶전혀 의도한 지점은 없다. 유사성을 느끼면서 작업하진 않았다. 저는 고백중 자체를 생생하게 구현하고 싶었다. 고백중만의 우리 작품만의 언어가 구현돼야 했다고 생각했고 그에 맞는 톤을 보여주려고 했다. 저희 극이 일상적이지 않아서 그에 맞는 캐릭터의 톤과 화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잘 표현될수록 저희 작품의 세계관이 단단해지고 독창적인 걸 시청자들이 느껴주실 거라 생각했다. 처음에 가볍게 대본을 읽었을 때 감독님, 류승룡 선배님, 김남희 배우 모두 같은 생각으로 이미 그 톤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른 톤으로도 해볼 수 있을 텐데 저희는 처음부터 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서로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구나 싶었다.

-아이키에게 춤을 배우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는데.

▶사실 저희가 댄스 드라마는 아닌데 고백중이 춤을 추면서 캐릭터의 분위기, 작품의 분위기 등 많은 걸 자아내고 싶었다. 이 작품은 다른 누군가가 걸어나오고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LTNS'처럼 서사가 진행되면서 캐릭터가 쌓이는 작품도 있는데 '닭강정'은 완전히 다르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백중은 등장하는 순간부터 인물의 캐리커처가 그려졌으면 생각해서 다른 막춤을 추고 싶었다. '킹받는다'라고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백중이 이상하게 등장하길 원했다. 아이키 선생님은 '닭강정'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안무가라 생각했다. 아이키 선생님이 '멜로가 체질'을 재미있게 봤다고 해주셔서 재미있었다. 언제 제가 아이키에게 춤을 배워볼 수 있을까 생각한 재미있는 순간이었다.

-고백중은 어떻게 연기하려고 했나.

▶톤 자체가 약간 점프돼 있지만 감정을 못 잡고 오버만 해서는 안 되고 스스로 느끼기에 톤 위에서 세계관을 잘 만들고 싶었다. 닭강정으로 변한 미나를 되돌리기 위한 마음은 진짜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황당한 이야기 속에서 마음만은 진심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진=넷플릭스

-'닭강정'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어떻게 출연을 결심했나.

▶신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 여러 인물을 만나면서 여러 일을 겪어내고 하나의 단서를 채집하는 모험극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겠다는 신나는 마음이 있었다.

-'닭강정'에 대해 사실 불호의 반응도 많긴 하다.

▶저는 저희 작품이 새로운 시도를 많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전에 없었던 정말 새롭고 뭔가 다른, 뭔가 기분 좋은 이상함을 지닌 작품이라 생각했고 그걸 매력이라고 느꼈다. 넷플릭스에서도 처음 시도하는 30분의 분량이고 그런 점이 저에겐 새롭게 느껴졌다. 그게 우리 작품만이 가지는 고유한 매력이고 고유한 색채라 생각했다. 제가 사실은 식재료 '고수'가 생각났다. 저는 고수를 먹으려고 쌀국수를 먹는 편이다.(웃음) 고수란 맛은 다른 어디서도 찾기 힘든 맛이지 않냐. 비슷한 맛도 없고. 그 매력에 대해 더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어제 승룡 선배님이 하신 인터뷰를 봤더니 '고수' 얘길 하셨더라. 정말 자웅동체가 돼버린 건가 싶었다.

-'멜로가 체질'에서는 잘생김을 연기했고, '닭강정'에서도 새로움을 시도했다. 안재홍에게 이병헌 감독은 어떤 존재인가.

▶개인적으로 이병헌 감독님을 만난 게 행운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다양한 작품을 해볼 수 있다는 게 행운이다. '멜로가 체질'도 뭔가 다른 게 있는 드라마라 생각했고, '닭강정'도 아주 다른 게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작업할 때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듯한 쾌감이 있는 것 같다. 감독님의 대본이 저는 정교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오히려 많은 애드리브를 하지 않으려고 하고 대본에 충실하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이 대사를 썼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겠어서 감독님의 말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닭강정'에 B급 코미디가 있지만 굉장히 슬랩스틱, 빠른 티키타카, 쿨한 코미디, 따뜻한 코미디 등 다양한 코미디가 융합돼 있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의 대본 속에서 잘 뛰어놀고 싶었다. 감독님을 처음 만난 건 '힘내세요 병헌 씨'를 개봉했을 때, 저는 '족구왕'을 했을 때 10년 전이었다. 같이 하면서 느끼는 건 참 한결같은 분이시더라. 지금까지 그 나른함을 유지하는 게 멋진 모습이라고 느껴졌다.

-전 여자친구 홍차 역으로 등장한 정호연과 연기 호흡은 어땠나.

▶각자 좋은 이상함을 지니고 있지만 정호연 씨가 맡은 홍차가 가장 범상치 않았다. 등장 하자마자 제 뱃살을 꽉 잡으며 '뱃살 어디갔지?'라고 하는데 '이 사람 뭐지?' 생각하게 되는 강렬한 첫 등장이었다. 그 장면을 찍을 때도 서로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옆에는 승룡 선배가 있으니까 세 명이 서로 어디를 봐야 할지 모르겠더라.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터질 것 같아서 꾹 참으면서 연기했다.

-극중 기억에 남는 대사는?

▶김유정 씨가 '백중 씨는 자기 얼굴이 아니라 상대방 눈을 바꾼달까?'라고 말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이지? 생각했는데, 사실 저라는 배우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멋진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곱씹을수록 참 멋진 말이었다.

-극중 고백중이 되고 싶은 존재로 "차은우!"를 외치는 장면이 히트였다. 실제로도 같은 상황이라면 '차은우'를 외칠 건지.

▶웃기려는 마음이 없고 진실됐다. 마음을 가득 담아서 그의 이름을 외쳤다. 차은우 씨가 보셨을지 궁금하긴 하다. 같은 상황이 주어져도 '차은우'를 외치고 싶다.(웃음)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닭강정'에 대한 불호의 반응도 많은데, 사실 작품의 성공도 중요한 것 아니냐.

▶저는 상업적인 성공만큼 다양하게 마음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도 커서 저희 작품이 해냈던 시도가 조금 더 폭을 넓힐 수 있는, 조금 더 다양해 질 수 있는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저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 작품이 소중하다. 불호도 안 좋은 반응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닭강정'은 극적이고 만화적인 색깔이 강했다. 가짜인 게 명확한 세계관 속에서 연기하기 어렵진 않았나.

▶코미디도 다양한 코미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희가 가진 코미디는 새로운 뭔가를 가진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류승룡 선배님과 함께 작업하면서 개인적으로 자부심이 있었다. 너무나 존경하는 선배님과 새로운 뭔가를 해 나아간다는 것, 시청자에게 새롭고 맛있는 걸 만들어내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색감도 원색의 비비드한 톤으로 돼 있지 않냐. 만화적인 설정이 이 작품만이 가지는 매력이라 생각했다. 이 작품 안에선 노란바지 단벌이 허용된다 생각했다. 흔들리지 말고 단단하게 우리가 생각한 지점에서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류승룡이 어제 인터뷰에서 '안재홍에게 배우고 싶다'라고 했다. 안재홍에게 류승룡은 어떤 배우인가.

▶대선배님이 후배를 응원해 주시는 말이라 생각했다. 너무 감사했고 더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승룡 선배님에 대한 존경심이 더 커졌다. 후배 입장에서 바라본 류승룡 선배님은 '국민 배우'이시지 않냐. 저는 승룡 선배님이 TV나 스크린에 나올 때 무한한 신뢰가 생긴다. 저 선배님은 분명히 나를 즐겁게 해줄 거고 웃게 해줄 거란 생각이 드는데 정말 모두를 감동시키지 않냐. 연기하면서 탁구 경기의 복식조로 출전하는 기분이 들었다.

-극중 한 벌의 옷만 입었는데, 실제 옷은 몇 벌을 착용했나.

▶백중이 배를 넣는 신도 있었는데 배 분장신이 있었다. 배에 쿠션을 넣고 연기했다. 그에 맞춰서 조끼도 다르게 입었고 바지도 다르게 입었다. 백중이 운동하고서 살을 뺀 장면에서 배를 집어넣었다. 그런데 그걸 못 알아봐 주실 줄은 몰랐다.(웃음) 분장실에 노란 바지가 일렬로 걸려 있었다.

-최근 작품에서 B급 캐릭터 시도를 많이 한 것 같다. 틀을 깨고 싶진 않았나.

▶그런 마음보다는 돌이켜 생각하면 운명같은 작품이었다. 제가 '마스크걸' 주오남을 제안 받았을 때도 저는 캐릭터에 흠뻑 빠진 게 운명 같은 일이라 생각했다. 주오남이라는 작품 속 강렬하고 뜨거운 캐릭터를 맡은 것도 저에게 새로운 시도였고 도전이었다. 하지만 망설이고 싶지 않았던 건, 제가 배우로서 어떤 캐릭터에 대한 마음을 충실하게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의도했다라기 보다는 제가 연기한 캐릭터에 대해 대중이 몰입해 주셨다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 고백중이란 캐릭터는 그 하나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김유정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유정 배우 덕분에 닭강정이란 존재감이 내내 강력하게 등장한 것 같다.

-최근 '마스크걸', 'LTNS'에 이어 '닭강정'까지 안재홍의 신작이 나오면 워낙 강렬한 캐릭터를 보여줘서 대중 사이에서 '안재홍의 은퇴작'이란 밈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캐릭터 선택에 부담감으로 작용하진 않는지.

▶3연속 '은퇴밈'을 받게 될 줄 몰랐다. 대중이 저의 고유의 캐릭터들에 대해서 몰입해 주셨다는 것이 배우가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 생각했다. 저는 그 자체로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 이후의 부담감은 없다. 다음 작품에서 제가 어떤 캐릭터를 만날지는 모르겠지만 그 작품의 캐릭터로서 생명력을 만들고 싶다. 어떤 캐릭터를 만날지 저도 궁금하고 설렌다. 대중의 몰입을 의식해서 의도적으로 다른 장르나 작품을 취해야겠다는 마음을 갖지는 않는다. 주오남은 주오남으로서 살고 싶었고 'LTNS' 사무엘은 또 다른 화술로서 이뤄지는 캐릭터라고 생각했고, 고백중까지 하나하나 고유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접한 대본 중 제일 독특했던 캐릭터가 있다면?

▶지금까지 제일 독특했던 작품은 '닭강정'이었다.

한해선 기자 hhs422@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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