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장년 고용불안…“연공서열 임금체계·정규직 과보호가 원인”

반기웅 기자 2024. 3. 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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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한 구직자가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중장년층이 해고가 용이한 미국보다 더 심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중장년층의 높은 고용불안을 해소하려면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다.

2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낸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극복을 위한 노동시장 기능 회복 방안’ 보고서를 보면 한국 노동시장에서 남성 임금 근로자의 경우 40대 중반 이후 중위 근속연수(한 직장에서 계속해서 근무한 기간)의 증가세가 멈췄고 50대부터 급격히 하락했다.

여성은 30대 중반 이후로 중위 근속연수가 증가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남녀 모두 임금 근로자의 중위 근속연수가 연령과 함께 안정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 중장년층의 고용 불안정성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55~59세 남성 근로자 중 1년 미만 근속자 비중은 26.8%(2021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튀르키예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임시고용 비중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55~64세 근로자의 임시고용 비중(2022년 기준)은 남자 33.2%, 여자 35.9%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OECD 평균은 남자 8.2%, 여자 9.0%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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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한국 중장년층에서 고용불안이 두드러지는 원인으로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를 꼽았다. 한국은 중장년층 근로자에 대한 정규직 노동수요 자체가 부족한데, 이는 과도한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원인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대기업·공공부문을 중심으로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증가가 매우 가파르다. 근속연수가 10년에서 20년으로 증가하는 시기에 평균적인 임금상승률은 비교 가능한 국가 중 한국이 가장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연공 서열에 따른 임금 증가가 기업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하고, 중장년층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할 유인이 떨어져 중장년층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요셉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실증연구들은 연공서열에 따른 임금 상승의 기울기가 가파를수록 기업들이 중장년 근로자의 조기퇴직을 유도하려는 경향이 높아진다는 점을 확인해 주고 있다”며 “높은 임금 연공성은 강한 고용보호와 결합돼있는데, 이는 중장년 정규직 노동수요를 낮추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고 말했다.

낮은 중장년 정규직 노동수요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이어진다. 한 직장에서 오래 머무를 수 있다면 높은 임금에 정년까지 안정을 누릴 수 있지만, 정규직 직장을 이탈할 경우 재취업 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

KDI는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위해선 대기업·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상승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직무와 성과에 따른 임금상승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직 고용보호에 있어서는 해고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비정규직은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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