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 "'닭강정', 황당하지만 '극호'…양지의 웃음 꼭 경험하길"[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4. 3. 20.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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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사진=넷플릭스

'무빙'의 초능력은 약과였다. 하다 하다 '닭강정'을 딸로 둔 부성애 연기까지. 배우 류승룡이 '신계(鷄)념' 코미디물도 완벽 소화, 한계 없는 스펙트럼을 과시했다.

류승룡이 15일 새롭게 선보인 신작 '닭강정'은 박지독 작가의 동명 네이버 웹툰(2019)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람이 닭강정이 된다'라는 엉뚱한 설정이 담기는데, 이 기상천외한 사연을 지닌 닭강정의 아버지 최선만을 류승룡이 연기했다. 

극 중 류승룡은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으로 변한 딸 최민아(김유정)를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장르적 결은 다르지만 영화 '테이큰'의 리암 니슨 못지않은 부성애 열연으로 극의 중심을 든든하게 이끌어 간다. 또한 류승룡은 최민아를 짝사랑하는 고백중 역의 안재홍과 유쾌한 코믹 시너지를 발산하기도 한다.

류승룡은 '7번방의 선물'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 '극한직업'까지 무려 4편의 '1000만 흥행작'을 보유한 바. 이중 2편이 코미디물로 웃음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다. 이번 '닭강정'에서도 어김없이 그 내공을 발휘, 또 한 번 대중을 놀라게 만들었다. 역대 흥행 2위에 빛나는 '극한직업' 이병헌 감독의 실험적 작품에 기꺼이 뛰어들며, 의미 있는 흔적을 필모그래피에 남긴 류승룡이다.

비록 난해한 세계관에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고 있으나, 류승룡이 '닭강정'에 임한 마음가짐은 확고했고 누구보다 진심이었기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19일 아이즈(IZE)와의 인터뷰에서 "아니요. '닭강정'이 전혀 당황스럽지 않았다"라며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

류승룡은 "오히려 공식적으로 제안받기 전 이병헌 감독님이 이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 했을 때가 진짜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사람이 닭강정으로 변한다고 그러니까, 농담인 줄 알았다. 감독님이 워낙 리액션이 적은 사람인지라. 그러고 그냥 가버리기도 해서 그냥 실없는 농담을 하나 보다 했는데 이게 진짜였던 거다. 그때 저는 원작 웹툰을 접했기에, 정식으로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당황하거나 그러지 않았다. '이병헌 감독님의 언어로 형상화하는구나' 싶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는 "아이디어가 독특하고, 도전이라 할 수 있어서 반가웠다. '닭강정' 같은 작품이 제대로 제작된다면 창작하는 입장인 저한테도 도전이라고 느껴졌다. 물론 소재 자체는 황당한 이야기라 진지한 배우한테 갔다면, '이게 뭐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는 '리얼리티가 떨어지고 황당한 이야기라 진입장벽이 있고 취향을 탈 수 있는 작품이다' 라는 사실을 감안해도 좋았다. 만약 정보 없이 '닭강정'이 왔다고 해도 '극호'였을 거 같다"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류승룡은 "제가 원래 새로움, 독특함, 처음 하는 거 이런 선택에 주저함이 없다. 오히려 선호하는 편이다. 그냥 제 성향이 그런 거 같다"라고 강한 도전 정신을 드러냈다.

류승룡은 "티키타카도 있고 말맛도 있지만 '극한직업'과는 많이 다르다"라며 '닭강정'의 차별화된 코미디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닭강정'은 재밌는 이야기가 주는 큰 대위가 있었다.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사랑, 로코(로맨틱 코미디)가 있고 그리고 가족애, 부성애, 인류애가 담겼다. 보편적인 이야기에 기발함, 독특함을 가미하기 위해 외계인도 나오고 사람이 닭강정뿐만 아니라 좀비, 라바 등으로 변하기까지 한다. 여기에 쉴 새 없는 티키타카도 흐르고. 연극적 대사로 과장되게 표현하고 심지어 세트 자체도 연극적이다. 여태껏 영화, 드라마에선 본 적 없는 처음 해보는 시도들이었다. 이런 다양한 요소들을 감독님이 절묘하게 배치하려 노력하셨다"라고 짚었다.

코믹 연기의 비결을 묻는 말엔 "코믹 연기라고 하지만, 진지함이 코어에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도장 깨기'에 성공했음에도 류승룡은 "항상 고민한다. 코미디라는 게 사실 어떤 다른 장르나 캐릭터보다 피로감이 많고 사실 싫증도 많이 난다. 저는 막 웃기려고 하는데  보는 분들이 안 웃으면 따귀를 맞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래서 현장은 무척 진지했다. 분위기는 좋게 하되, 웃음이 조금이라도 누수가 안 되도록 크리스탈 다루듯이 임했다. 그렇게 좀 예민하게 해야지 촬영 때 웃음이 탁 한 번에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병헌 감독과의 재회는 어땠을까. 류승룡은 "처음 '극한직업' 때는 감독님의 시크함, 진지함, 말수 적음에 힘들었는데 이번엔 그런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감독님이 적재적소에 디렉션을 주셔서 작품은 '극한직업'보다 어려운데 수월하게 찍었다. 또 배우들이 마음껏 아무렇게나 놀게 놔두고 뛰어내릴 수 있도록 에어매트처럼 편안하게 깔아주시고, 그런 면에서도 훌륭한 디렉션을 주셨다고 본다. 이미 대본 자체도 좋은 설계였다"라고 이 감독의 연출력에 신뢰감을 나타냈다.

더불어 그는 이병헌 감독에 대해 "감독님은 엉뚱함 속에 진지함이 있고, 진지함 속에 엉뚱함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유기견을 입양해 애지중지 키우고 그런 착한 심성도 있다. 우리 현장엔 배우들이 놀러 오는 게 아니라 감독님의 초등학교, 고등학교 동창생들이 응원을 왔다.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면 감독님의 방에서 6명씩 나오곤 한다. 숙박을 마련하지 못한 배우들을 그렇게 다 챙기는 거다. 예전부터 같이 해오던 배우들과 계속 함께하고. 이렇게 한 번 연을 맺으면 끝까지 가는 분이다. 겉보기엔 말 수 없고 그렇지만 내면에 깔린 인간애를 봤다. 제가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도 말맛 안에 분명 그런 진심이 있다고 느껴져서다. 그래서 감독님의 도전에 도움을 드리고 싶고, 부스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싶었다"라고 남다른 마음을 표했다.

후배 안재홍과도 영화 '도리화가'(2015)에서 호흡을 맞춘 인연이 있는 바. 류승룡은 "제가 아직 성장판이 안 닫혔다면 나중에 커서 안재홍 같은 훌륭한 배우가 되고 싶다"라는 찬사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안재홍은 작품에 몰입하는 몰입도, 구현해 내는 게 정말 존경스럽다. 또 밉지 않고 사랑스럽지 않나. 기특하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거 같고, 정말 '리스펙트'이다. 저는 안재홍을 후배라고도, 동생이라고도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냥 동료다"라며 "안재홍을 '도리화가' 때도 봤지만 이미 엄청난 영화 마니아에 기본기가 탄탄한 배우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보면 기량, 후광이 보이지 않나. '닭강정'에서도 저를 파악하고 제가 리액션 하기 좋게 연기해 줘서 호흡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런 상대를 만나는 건 정말 큰 선물, 행운이다. 약속하지 않아도 탁구 랠리 하듯이 티키타카가 이뤄지는 쉽지 않은 놀라운 경험을 했다. 안재홍 덕에 경이로운 순간을 느꼈다"라고 높게 평가했다.

'무빙' 고윤정에 이어 '닭강정'에선 '국민 여동생' 김유정을 딸로 둔 류승룡. 그는 소회를 묻자 "정말 좋다. 엄마를 더 닮았을 거 같다는 네티즌들 반응이 있던데, 저도 저 닮았으면 좀 그렇다. 하하. 제가 아들만 둘이라 딸들이 더 예쁘고 좋았다. 우리 아들들은 칙칙하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내 류승룡은 "우리 애들이 예전엔 아빠 악역 하지 말라고 했는데, 요즘엔 악역 좀 하라고 그런다. 아빠만 (코미디)하지 말라고. 애들이 코칭을 다 해준다"라고 색다른 행보를 예고했다.

그는 "당분간은 코미디는 좀 안 할 거 같다. '류승룡 요즘에 왜 안 웃겨? 웃기는 거 보고 싶은데' 그런 말이 나올 때까지는 (안할 것 같다). 연달아 코미디물을 해서 그래야 할 때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만큼 '닭강정'에 모든 걸 쏟아붓기도 했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털어놓았다. 

류승룡은 "과정도 굉장히 중요하다. 후회 없이, 행복하게, 즐겁게, 치열하게 하는 것. 나는 정말 작품에 최선을 다했다. 물론, 이전에도 최선을 다했고 엄청나게 모든 걸 쏟아부었지만 이런 마음을 선 장착하고 작품을 한 거랑은 다른 거 같다. 결국 배우가 바라는 건 '정말 다 쏟아붓고 싶은 것이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자'이다. 나머지 몫,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들이자는 생각이고. 그렇게 마음을 장착을 하고 나니까 잘 돼도 감사함으로 표현이 되고, 좀 안 됐어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다"라고 진중한 생각을 내비쳤다.

'닭강정'의 만족도에 대한 물음엔 "만족감은 아직 모르겠고 면밀히 봐야 할 거 같다. 바라는 점, 기대하는 점이라고 한다면 '극호'인 분들이 리뷰를 남겨주셨으면 하는 거다. 중간에 진입장벽을 못 넘고 중도 하차하신 분들, 시작 자체를 못하는 분들이 계시니까. '닭강정'만의 양지의 웃음을 다른 분들도 꼭 경험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넷플릭스 '킹덤'이 K-사극, K-좀비를 세계에 알린 것처럼 '닭강정'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요즘 해외에서 김밥이 난리인데, '닭강정'이 그 뒤를 잇길 바란다"라고 솔직한 바람을 이야기했다.

끝으로 류승룡은 "배우의 길을 전체적으로 보면 등산이 아니고 종주를 하고 있는 거 같다. 정상을 찍는 게 아니고 어딘가를 계속 걸어가고 있는 거다. 지금 제가 내려가고 있는지, 올라가고 있는 것인지 어디를 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멈추지 않고 계속 가는 거다"라고 '연기 장인'다운 초연한 자세를 엿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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