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고용불안… 연공체계 완화해야"

이미연 2024. 3. 20. 14:1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DI 고용불안정성 보고서 결과
임시고용 근로비중 OECD '1위'
비정규직 사각지대 해소 등 필요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중장년층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 및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구조)을 완화하고, 비정규직 등 고용 사각지대의 고용안전망을 더욱 강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KDI가 20일 발표한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임금근로자의 경우 40대 중반 이후 중위 근속연수의 증가가 멈추고 50대부터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은 30대 중반 이후 중위 근속연수가 더이상 증가하지 않는 등 중년 이후의 고용 안정성이 급격히 하락했다.

보고서는 미국 노동시장과의 차이를 비교했다. 미국 고용통계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은 남성은 물론 여성의 중위 근속연수가 나이가 많아질수록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령별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으로 살펴봐도 한국 남성은 40대 중반, 한국 여성은 30대 중반 이후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 중년 이후 1년 이하 근속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미국과 차이를 보였다.

한요셉 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중년 이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싶지만 기존 직장을 유지하기 어려워 비자발적으로 직장을 옮길 가능성, 즉 고용 불안정성이 증가했다"며 "50대 남성 및 40대 여성의 고용 불안정성 증가는 세계적으로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중장년층 고용 불안정성의 원인으로 정규직 노동수요 부족과 높은 비정규직 비중이 꼽혔다. 기간제(한시적 근로)나 파견, 용역, 특고, 가정내 근로(비전형 근로) 등 근속연수가 짧은 비정규직 비중이 근로자 연령과 함께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2022년 기준으로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고용 근로자의 비중은 남자 33.2%, 여자 35.9%로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2위인 일본과도 10%p 이상 격차를 보였다. OECD 평균은 남자 8.2%, 여자 9.0%다.

무엇보다 중장년 일자리 자체가 부족하다. 고임금·고숙련 일자리는 더 부족하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대비 정규고용 비중은 55~64세 남성이 32.2%, 25~54세 여성이 43.1%에 불과해, 같은 시기 OECD 평균인 47.2% 및 50.3%보다 크게 낮았다.

현재의 노동시장 상황은 중장년층 조기퇴직과 여성 경력단절은 물론, 인구 고령화 및 여성 경제활동 참여 증가 등 거시적 변화에 대응하는 데 제약요인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고용보호가 매우 약한 편이지만 연공서열과 관계없이 개별 근로자에게 생산성 평가에 기초한 임금을 지급해 해고의 유인 자체가 작아 우리나라보다 생애주기적 근속연수가 길게 확보된다고 분석했다.

여성 경력단절 현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연구팀장은 "미국의 경우 비록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연방 차원에서는 12주의 무급 육아휴직만을 규정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일·가정양립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있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노동시장이 유연해 복직이나 재취업이 용이한 점이 출산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 고령화 시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대기업 및 공공부문 중심으로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 완화 △부당해고 판정 관련 사용자의 금전보상 신청 허용 등 해고 과정 예측 가능성 강화 △정규직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비정규직의 계약종료 비용 상향 △비정규직 중심으로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의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 연구팀장은 "제도적 힘보다는 시장에 의한 안정성을 확대해 정년까지의 재직 비중을 높이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며 "정규직 임금의 연공성 완화 및 해고 과정의 예측 가능성 제고, 비정규직 보호 및 고용 안전망의 강화 등이 핵심과제"라고 말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