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는 흰꼬리수리에 침 뱉은 물범 “물고기 내 꺼“

김지숙 기자 2024. 3. 2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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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 있던 물범이 수면에 가까이 다가온 흰꼬리수리에게 입으로 '물총'을 쏘는 희귀한 장면이 영국의 한 자연보호구역에서 목격됐다.

이들은 논문에서 "현재 회색물범과 흰꼬리수리는 섬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종이지만, 두 종의 상호작용이 보고된 적은 없다. 이번에 목격된 장면은 두 최상위 포식자 사이에 교류가 나타난 최초의 기록이며, 회색물범이 공중의 적을 견제하기 위해 침을 뱉는다는 첫 번째 보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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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영국 남부 와이트섬에서 희귀한 상호작용 포착
“먹이 경쟁자 경계”“그냥 장난쳤을 수도” 분석
영국 남단의 와이트섬 자연보호구역에서 회색물범이 흰꼬리수리에게 ‘물총’을 쏘는 희귀한 장면이 포착됐다. 클레어 제이콥스 제공

물속에 있던 물범이 수면에 가까이 다가온 흰꼬리수리에게 입으로 ‘물총’을 쏘는 희귀한 장면이 영국의 한 자연보호구역에서 목격됐다. 어류를 먹이로 공유하는 두 포식자 사이의 상호작용은 이전에는 관찰된 일이 없는 행동으로, 침을 뱉는 것 또한 몇몇 동물에게서만 보고된 특이 행동이다.

영국 최남단 와이트섬 자연보호구역에서 야생조류를 관찰하던 탐조가 클레어 제이콥스는 지난 2022년 1월, 희귀종인 흰꼬리수리를 촬영하다가 해당 장면을 포착했다. 흰꼬리수리는 1780년 즈음 이 지역에서 멸종 되었는데 당국이 2019년 20여 마리를 방사하며 다시 자연에 돌아오게 됐다.

제이콥스는 희귀한 흰꼬리수리의 모습을 찍으려다가 우연히 회색물범의 ‘텃세’를 촬영하게 됐다. 당시 그는 수면에 가깝게 나는 흰꼬리수리를 발견했는데 그때 물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목격했다. 다음 순간 커다란 회색물범이 튀어나와 새를 향해 물줄기를 뿜는 모습을 보게 됐다. 제이콥스는 이 사진을 포츠머스대학교 지구환경학 박사 과정생인 딸 메건 제이콥스와 같은 학교 교수인 데이비드 마틸에게 공유했다. 이들은 이전에는 보고된 적이 없는 두 포식자 간의 독특한 상호작용을 지난달 ‘와이트섬 자연사 및 고고학 학회지’에 공개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물범의 행동을 새를 쫓아내기 위한 ‘경계 행동’으로 해석했다. 이들은 논문에서 “현재 회색물범과 흰꼬리수리는 섬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종이지만, 두 종의 상호작용이 보고된 적은 없다. 이번에 목격된 장면은 두 최상위 포식자 사이에 교류가 나타난 최초의 기록이며, 회색물범이 공중의 적을 견제하기 위해 침을 뱉는다는 첫 번째 보고”라고 말했다. 둘 다 어류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먹이 경쟁이 일어났을 것이고, 물범은 경쟁자인 수리의 접근을 막기 위해 물을 뱉는 독특한 행동을 취하게 됐을 것이란 주장이다.

흰꼬리수리가 수면으로 접근(A)하자 물을 뱉는 회색물범의 모습(B). 클레어 제이콥스 제공

30여 년 동안 회색물범을 연구한 영국 더럼대학교 션 트위스 교수는 입으로 ‘물총’을 쏘는 물범을 본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트위스 교수는 “물범은 물속 깊은 곳에서 먹이를 먹는 경우가 많고 이렇게 수면 가까이에서는 먹지 않는다. 때문에 행동의 동기가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다. 물범이 수리를 막기 위해 침을 뱉었거나 장난을 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번 발견으로 회색물범은 침을 뱉는 몇 안 되는 동물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 낙타, 알파카, 오랑우탄 등 포유류가 침이나 물을 뱉는 것은 보고된 바 있지만 이외에 어떤 동물이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연구된 바가 많지 않다. 지금까지는 코브라가 송곳니에서 독을 뿜어내거나 일부 종의 거미가 멀리 있는 사냥감에게 거미줄을 쏠 때, 물총고기가 침전물에서 먹이를 찾을 때 이런 행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스 교수는 “그동안 동물의 특이한 행동이 관찰되더라도 발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희귀한 관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줄 수 있고, 다른 이들에게 새로운 연구 주제가 될 수도 있다”며 적극적인 발표를 독려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견은 여러 세기 동안 사라졌던 흰꼬리수리의 재도입과 이후 달라진 회색물범의 사냥 범위 등 간접적인 영향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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