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주총 방식 확 바꾼 삼성전자… 주주 소통 제고 방점

수원(경기)=김동욱 기자 2024. 3. 2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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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현장] 날카로운 질문 쇄도… CEO 사퇴 요구도
삼성전자가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5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주주들과 소통했다. 사진은 주총장을 방문한 삼성전자 주주. /사진=임한별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세계 1위 파이팅"
"다시 반도체 초격차 리더 자리를 되찾으면 좋겠습니다"
"배당을 더 많이 줬으면 합니다"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55기 정기주주총회에 참가한 주주들이 남긴 메시지다. 주주들은 삼성전자의 초격차 확보 전략을 응원하면서도 반도체 실적 개선 방안, 최고경영자(CEO) 인사 원칙 확립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종희·경계현, 사업전략 직접 발표… AI 늘리고 HBM4 정조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임한별 기자
삼성전자는 주주와의 소통을 늘리기 위해 올해 주총 운영 방식을 새롭게 바꿨다. 기존에는 사업 부문별 경영현황을 미리 설명한 뒤 의안 심의와 표결을 진행했는데 이날은 의안 심의·표결 뒤에 사업전략 공유 및 주주와의 대화 행사를 별도로 마련했다. 회사 주요 경영진들은 주주들의 질문에 직접 답하며 소통을 강화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디바이스 경험(DX) 사업전략을 발표하며 "스마트폰, 액세서리 등 모든 디바이스에 인공지능(AI)을 본격 적용해나갈 계획"이라며 "다양한 빅테크 업체들과 개방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사적 AI 역량을 고도화해 전장, 로봇, 헬스 등 미래 기회 영역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부연했다.

반도체(DS) 부문을 이끄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18% 성장한 6300억달러(약 843조원)에 달할 전망"이라며 "메모리 사업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에 대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4는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시스템LSI 의 개발 역량을 총 결집해 원팀으로 다양한 고객 요구를 충족하겠다"고 덧붙였다.


'뜨거운 감자' 반도체 질문 잇따라… 성과주의 인사 강조


삼성전자 주총장을 방문한 주주들. /사진=임한별 기자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의 사업전략 발표 이후 주주들의 질문이 잇따랐다. 특히 핵심 사업부인 DS 부문에 대한 관심이 컸다. 주주 A씨는 "오랫동안 반도체 실적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무엇이고 언제쯤 개선될 것으로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주주 B씨는 "지난해 반도체 불황 시기 감산에 뒤늦게 동참하는 등 치킨게임을 했던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이 무엇인가"라고 했다.

경 사장은 실적과 관련한 질문에 "근원적인 경쟁력이 있었다면 시장과 무관하게 사업을 잘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점이 가장 큰 이유"라며 "올 1분기에는 (실적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치킨게임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조금 더 전략적으로 투자나 생산을 관리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공감한다"며 "앞으로 생각을 더 많이 하겠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주들은 삼성전자의 성과주의 인사가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실적 악화에도 CEO들이 유임됐다는 이유에서다. 주주 C씨는 "고 이병철 회장이 있었다면 지금 경영진들이 자리를 유지했겠느냐"며 "사퇴할 생각이 없느냐"고 말했다. 주주 D씨도 "삼성전자 인사 핵심은 성과주의인데 지난 인사에서 CEO들이 유임된 이유에 관해 설명해달라"고 했다.

한 부회장은 "주주께서 말씀하신 부분을 잘 새겨듣겠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가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CEO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현 상황을 가장 잘 아는 경영진을 유임시켜 (위기를) 극복하고자 했다"며 "성과주의 인사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볼 것 많은 삼성전자 주총… C랩 육성 스타트업 소개


C랩 육성 스타트업 전시관에서 사업 내용을 설명하는 툰스퀘어 관계자. /사진=김동욱 기자
한편 행사장에는 C랩이 육성하고 있는 스타트업 7곳을 소개하는 전시 공간도 마련됐다. ▲생성형 AI 기반 웹툰 창작 플랫폼 '툰스퀘어' ▲맞춤형 탈모 관리 솔루션을 개발하는 '비컨' ▲투명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윈도우 '뷰전' 등이 소개됐다. 삼성전자는 C랩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하트하트는 주총 시작 전 행사장 입구 쪽에서 여인의 향기, 캐논 등을 연주했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는 전 세계 발달장애인 최초로 뉴욕 카네기홀, 워싱턴 D.C. 존 F.케네디 센터 등 전 세계적인 공연장에서 연주하며 장애인 인식 개선에 앞장서 왔다.

이 밖에 청년들의 소프트웨어(SW) 교육을 지원하는 '삼성청년SW아카데미'와 자립준비 청년들의 홀로서기를 돕는 '희망디딤돌' 등 삼성전자 대표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부스도 꾸려졌다.

수원(경기)=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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