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쥴(Juul)의 악몽’?…청소년 흡연 부추기는 액상 전자담배

박윤희 2024. 3. 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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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흡연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가운데 일회용 액상형 전자담배가 ‘흡연 관문’ 역할을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작고 휴대가 편리한 디자인, 달콤한 향이 나는 전자담배가 청소년들을 쉽게 흡연으로 이끄는 등 신종담배 유행에 따른 폐해도 우려된다. 이미 해외에서는 일회용 액상 전자담패 판매 금지 등 규제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청소년 흡연예방 노담(No 담배) 광고. 제공=한국건강증진개발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흡연율은 2020년 4.4%, 2021년 4.5%, 2022년 4.5%를 기록했다. 2016년 이후 6%대를 보이던 이 수치는 2020년 4%대로 떨어진 이후 큰 변동이 없다. 2019년 남학생 흡연율은 9.3%로 10%에 육박했다. 하지만 이 통계는 최근 30일 동안 1일 이상 일반담배(궐련)를 흡연한 사람의 분율이다. 질병관리청이 펴낸 '제18차 청소년 건강 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남학생의 경우 2020년 2.7%, 2021년 3.7%, 2022년 4.5%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여학생은 1.1%, 1.9%, 2.2%를 보였다. 

액상형 전자담배 가운데 일회용 액상 전자담배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갖가지 맛과 향을 첨가한 전자담배가 청소년들을 쉽게 흡연으로 이끄는 등 신종담배 유행에 대한 폐해도 우려된다.

액상형 전자담배 유행은 ‘전자담배계의 아이폰’이라 불리던 ‘쥴(juul)’의 국내 출시로 시작됐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에 담배향 등이 나는 향이 들어 있는 액상을 기화해 흡입할 수 있게 하는 담배를 말한다. 당시 미국 시장 1위라는 유명세와 세련된 외관 등을 앞세워 2019년 국내에 시판된 이후 액상형 전자담배 유행을 주도했다. 하지만 쥴이 출시된 이후로 미국에서 10대들의 전자담배 사용이 급증하며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미국 고교생의 전자담배 흡연율은 2017년 11.7%에서 2019년 27.5%로 증가했다.
 미국발 '유해성 논란'이 계속되자 보건복지부도 CSV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쥴’ 뿐 아니라 비슷한 형태를 갖춘 KT&G ‘릴 베이퍼’ 가향 카트리지도 판매가 중단됐다.

지난해 BAT로스만스가 ‘뷰즈 고 800’을 국내에 론칭한 이후 일회용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 경쟁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기존에는 ‘엘프바’, ‘버블몬’ 등 중소 업체 제품이 주를 이뤘다. 

저렴한 가격 역시 청소년들의 흡연 관문 역할을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회용 전자담배 뷰즈 고의 경우 편의점 기준 1만 원, 버블몬의 경우 편의점 기준 9000원. 용량에 따라 최대 8000회까지도 흡입 가능한 제품도 있다. 이중에는 달콤한 향이 나는 ‘가향 라인업’도 많다. ‘버블몬’의 경우 '포도맛', '딸기맛’ 등 8가지 이상 있고, 마찬가지로 가장 최근에 출시된 ‘뷰즈 고 800’도 망고 , 수박, 블루베리, 바나나 등을 표현한 8가지의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BAT로스만스 뷰즈 고 800. [자료:BAT로스만스]
지난 1월 호주 정부는 일회용 액상형 전자담배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또 올해 안에 일회용 액상형 전자담배의 제조·광고·공급을 금지하는 법안도 도입할 예정이다. 호주 보건부에 따르면 14~7세 청소년 중 약 14.5%가 일회용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고 있다. 이들이 일반담배를 흡연할 가능성이 일반 청소년보다 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보다 앞서 뉴질랜드 정부도 지난해 8월부터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 금지 ▲학교 및 마오리 회당 300m 이내 신규 매장 입점 금지 ▲어린이 대상 마케팅 금지 등 관련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2020년부터 과일 향이 나는 일회용 전자담배 ‘퍼프바’의 미국 내 판매를 금지했다. 10대 청소년의 흡연을 부추긴다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프랑스는 지난해, 영국과 호주도 올해 일회용 전자담배의 판매를 금지하거나 수입을 금지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벨기에는 일회용 전자담배의 온라인 판매를, 독일은 향이 첨가된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했다. 

세계적으로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규제를 도입하는 추세이지만 한국은 관련 정책이 느슨하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배를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화학적으로 제조한 ‘합성니코틴’ 액상 등은 담배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들 제품이 ‘일반 담배’와 달리 온라인 판매 금지나 광고 및 판촉 제한, 담뱃갑 경고 그림 등의 규제에서 자유로운 것도 담배로 분류되는 제재를 받지 않아서다. 현재는 성인인증만 거치면 온라인에서 전자담배 기기와 니코틴 액상을 쉽게 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액상 전자담배의 장기적인 영향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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